책 만권을 읽으면..

동사책 ㅣ정철 ㅣ김영사

다림영 2024. 4. 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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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친구를 만나려면

누군가 묻는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어찌해야 하죠? 우린 어떤 대답을 갖고 있을가. 공부하세요. 공부해서 성공하세요. 성공하면 좋은 친구를 넘치게 만날 수 있어요. 도는 이런 대답. 돈을 버세요. 왕창 버세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없어요. 과연 이런 대답이 대답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엔 정답이 없을지 모르지만 정답에 가장 가가운 답은 이런 대답 아닐까.

 

먼저 '좋은' 이라는 말을 걷어내세요. 

좋다는 말, 참 좋은 말이다. 좋은 책. 좋은 술. 좋은 집.어쩌면 우린 이 좋은 것들을 만나려고 생을 사는지 모른다. 그러나 좋은 책이라는 말을 얼굴에 새기고 서점에 누워 있는 책은 없다. 울긋블긋 표지만 봐서는 좋은 책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한 장 한 장 넘겨야 한다. 한 줄 한 줄 읽어야 안다. 좋다는 말은 그것을 충분히 겪은 후에, 그것과 긴 시간 밀착한 후에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이다. 

 

자, 밀착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말에 밀착해보자. 밀착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가. 친밀을 준다. 밀착과 친밀은 '밀'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절반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밀착이 친밀로 진행되는 과정은 자연스럽고 매끄러울것이다. 친밀은 또 무엇을 줄까. 친구를 준다. 친밀과 친구역시 '친'이라는 공감대를 지니고 있다.

 

누구나 밀착의 시간을 거치면 스르르 조금씩 어느새 친밀해지고, 친밀해지기 시작하면 스르르 조금씩 어느새 친구가 된다. 그런데 살과 살이 닿기도 전에 '좋은'과 '나쁜'을 나누려는 마음이 작용한다면 좋은 친구는 없다. 그냥 친구도 없다. 

 

내겐 친구가 몇 있다. '좋은'이나 '나쁜'이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기 전부터 친구 먹은 녀석들이다. 친구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들이다. 녀석들에게, 나는 좋은친구니 나쁜 친구니?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까. 

 

피식웃겠지. 

 

만리장성 오르는 법 

인생살다보면 누구나 바닥을 경험한다. 스텝이 꼬여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람도 있고 사기꾼 발에 걸려 바닥에 처박힌 사람도 있다. 태어났더니 그곳이 바닥이었어,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평생 바닥에서 살아 그곳이 바닥인지도 모르고 생을 마치는 사람도 있겠지.

 

추락의 결과, 바닥, 그곳엔 낙심, 좌절, 울분 같은 것들이 너절하게 깔려 있다. 벽넨 그곳을 다녀간 이들이 쓴 절망의 말들이 칙칙하게 적혀 있다. 생각보다 훨씬 암울한 곳이 바닥이다. 희망도 만들고 싶고 기적도 붙잡고 싶은데 바닥엔 그것들을 만들어 낼 도구가 없다. 

 

탈출 방법을 알려주는 지도도 없다. 차라리 무인도에 홀로 놓인다면 무심히 지나가는 비행기를 햐앻 손이라도 흔들어보겠지만 그곳엔 그런 기회조차 없다. 앞도 뒤도 옆도 다 깜깜해서 더 서러운 곳이 바닥이다. 

 

그런데 그대는 일직선 인생을 본 적 있는가. 꾸북꾸북, 출렁출렁, 울퉁불퉁, 비틀비틀, 모든 생명은 죽는 날까지 곡선을 그린다. 바닥없는 곡선이 없듯 바닥 없는 인생도 없다.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서러우면 서러운대로 살아내야 하는 곳이 바닥이다. 

 

어쩌면 바닥과 평지의 높이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 위에서 손을 흔들며 괜찮아! 힘내! 올라와! 아무리 소리쳐도 바닥까지는 들리지 않는다. 들린다 해도 바닥에서 저 위를 올려다보면 그곳이 도저히 닿을 숭 벗는 만리장성처럼 느껴진다. 

 

오를 염두가 나지 않는다. 파이팅이나 토닥토닥 같은 허한 응원 몇 마디로 없는 엄두가 생길리 없다. 

바닥탈출을 돕고 싶다면 입은 쉼, 종이 한 장을 꺼낸다. 종이위에 만리장성 오르는 법을 적는다. 비행기를 접는다.  바닥으로 날린다. 바닥에 쭈그리고 앚은 어깨위에 종이비행기가 착륙한다. 펼친다. 읽는다.

 

돌 하나를 놓는다. 

돌위에 발을 올려 놓는다.

 

만리장성 오르는법은 그 높은 곳에 단 숨에 오르려 하지 않는 것이다.  1만분의 1씩 오르는 것이다. 그대가 지금 바닥을 경험하고 있다면 울지 않고 돌 하나 놓기, 울지 않고 돌위에 발 올려놓기. 울지 않고 다음 돌 하나 더 놓기... 

링컨이 했던 그 일을, 에디슨이 했던 그 일을, 프레디 머쿠리가 수도없이 했던 그 일을 그래도 똑같이 하면 된다. 한순간 추락했지만 한순간 탈출은 없다. 한순간 비상도 없다. 

 

 

왜 우리는 일상 한복판에 커피를 들여놓았을까. 왜 귀한 손 하나를 기거이 커피에게 줄까. 맛있어서? 멋있어서? 중독되어서? 다들 그렇게 하니까? 아니, 아니, 혹시 외롭기 때문아닐까.

 

도시에는 수많은 혼자가 산다.

혼자 있어도 혼자. 누군가 곁에 있어도 혼자. 혼자들은 안다. 오늘도 외로움에게 몇 대 얻어맞을 거라는 것을. 외로움을 치료하는 병원은 없다는 것을. 책도 영화도 드라마도 내 외로움은 듣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것을. 그래서 늘 혼자인 혼자들은 커피에 기댄다. 

커피는 언제든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외로움 치료제다. 세상에서 가장 차분한 자세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귀로 혼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제 이야기도 들어주고 오늘 이야기도 들어준다. 사랑이야기도 들어주고, 전쟁이야기도 들어준다. 사랑이 전쟁 되는 아픈 이야기도 다 들어준다. 내곁에 내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주는 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은 웬만큼 치유된다. 이제 알겠다. 약국보다 커피숍이 더 많은 이유를 .

 

오늘도 나는 친구라는 익숙한 외로움 치료제를 포기하고 커피를 찾는다. 커피에게 사랑한다고 어제 한 고백을 또 한다. 친구가 쉽게 하는 말을 커피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는 바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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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정철의 글은 간결하고  편안하다.  

마음이 훌쩍 건너간다.

예전에도 만나긴 했으나 벚꽃피는 시기에 만나니 더 즐겁다. 

동네마다 축제가 벌어지는 와중에 꽃은 피지 않고

일을 벌인 사람들의 마음을 졸이다가

그 끝무렵 느닷없이 갑자기 밤새

등불처럼  환하게 세상을 밝히며 피어난 작은 흰 꽃무리..

그 벚꽃처럼 

카피라이터는 수없는 생각의 꼬리속에서 캄캄한 길을 몇날며칠을 거닐다가

간결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한줄의 문장이 완성되었을때 그 희열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천만금을 얻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따뜻한글, 임팩트있는 글, 맑고 깨끗한 소주같은 문장... 그 희고  작은 꽃같은 문장에 순식간에 마음이 건너가는 것이다. 작고 흰 꽃들이 모여모여 환한 도시를 만들고 있다. 동네를 밝히고 있다. 그의 각별한 글이 어둔마음을 꽃처럼 밝히고 나는 그의 문장을 찾아 글씨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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