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서푼짜리 훈수 ㅣ매일경제 ㅣ노원명칼럼

다림영 2024. 3. 27.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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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시한을 이틀 앞둔 지난 24일 대통령실은 한발 물러나 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튿날 상당수 언론이 '증원2000명도 타협하라'는 논조의 사설을 내보냈다. 신문업계에는 '정권이 빨리 망하고 싶으면 신문이 시키는 대로 하면된다'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신문값이 서푼이라고 해서 그 주장마저 서푼짜리가 되면 곤란하다. 

 

정분느 이미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을 각 대학에 배분했다. 이걸 내년도 신입생 모집공고가 나기는 5월 전가지만 거둬들이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가의 권위를 그렇게 뭉개고도 이나라가 무탈하리라 생각하는가.

 

애당초 왜 2000명을 , 섣불리 배정부터 했느냐고 탓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1000명으로 시작했으면? 지금쯤 '1000명이 무슨 금과 옥조인가'라는 사설이 나왔으리라 확신한다. 

 

대학별 배정을 아직 안했으면? 정부는 의대 증원 동력을 상실했을 것이다. 문제는 숫자나 타이밍이 아니다. 국가의 권위와 이익집단의 이해 사이에서 균형을 취한다? 그것은 국가를 업신여기는 일이다. 

 

링컨이 남북전쟁을 결단한 첫번째 이유는 노예해방이 아니었다. 남부가 연방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싸운 것이다. 그때 전정하지 않않으면 연방은 쪼개졌을 것이고 지금의 미국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의료 공급체계를 손보려 하는데 의료계는 노예해방에 반대하는 남주처럼 저항하고 있다. 지금은 의대증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가부터 가려야 할 상황이다. 

 

윤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증원연기' 혹은 '단계적 증원'에 대해 "매년 국민들이 의사들 눈치 살피면서 마음을 졸여야 한다면 이것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국민이 특정집단의 눈치를 보는 나라, 그 위세 앞에 정부권위가 번번이 무너지는 나라. 

 

국가가 하는 모든 일은 선이고 존중돼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문재인 정부때 '검수완박'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증원 400명은 맞다고 봤다.

 

그러나 '검수완박'은 되고 의대 증원은 되지 않았다. 그 결정이 미래 한국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동기가 사악한 정책은 실행되고 국가가 응당 해야 할 일이 외력에 의해 좌절되는 사회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사리와 경중을 못가리는 훈수꾼이 많은 사회가 주로 그런 선택을 한다. 

재외한국학의 비조로 통하는 제임스 팔레는 조선을 대지주 양반 지백케층 착취가 관철되는 정치기구로 정의했다. 이후 저항의 식민시대를 거쳐 근대국가 경험이  시작된지 아직 80년이 못된다.

한국인의 국가관엔 최종 권위체로서의 국가상이 결여돼 있다. 그래서 툭하면 침 뱉고 한판 붙자고 하는 것인가. 

 

 

일부 보수 유투버는 의사 정원문제를 건드리는 바람에 총선에서 지게 생겼다고 화를 낸다. 그나마 이 이슈로 부동층에 비빌 언덕이 생겨났던 것인데 그런 계산은 쏙 뺀다. 국가 권이라는 보수 본연의 가치를 무시한 건 자신이면서 자기 말을 듣지 않아 나라가 망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링컨은 미국의 국체와 양심을 위해 전쟁을 했다. 타협을 주문하는 서푼짜리 훈수군이 그때도 많았지만 어려운 길을 택했다. 1987년 이후 한국대통령들은 시민사회에 영합했다. 윤대통령이 의사 증원의 원칙을 큰 훼손없이 지켜낸다면 그는 국가의 권위를 되살린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윤대통령 후임들이 덕을 볼것이고 우리 자식들이 더 반듯한 나라에서 살게 된다. 어려워도 그 길을 가야 한다. 

 

3월27일 수요일 매일경제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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