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인욕바라밀

다림영 2023. 8. 10. 20:12
728x90
반응형

...옳고 그른 게 없이 다만 서로 다를 뿐입니다. 나를 기준으로 옳고 그름의 분별을 일으키며 그것을 절대화, 객관화하는 것을 '상을 짓는다'고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 상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으면 더 이상 참을 것이 없어집니다. 

 

용서는 아름다운 행동이지만 거기에도 여전히 '내가 옳다'는 생각이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음을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용서는 해탈의 길이 아니라 현인의 길입니다. 성인의 길, 불보살의 길은 용서해줄 것이 없는 경지에 있습니다. 애초에 옳고 그른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참을 것이 없는 이러한 경지가 인욕바라밀입니다.

 

아들 집에 다니러 온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자꾸'우리 아들은 이 나물은 데쳐서 무친 걸좋아한단다. 이건 익히지 않고 그대로 무친 걸좋아하는데 삶았구나" 하면 며느리 입장에서는 귀찮고 기분이 상합니다. " 시어머니 잔소리 때문에 못살겠어요. 그냥 가만히 좀 계시면 좋겠어요. 

 

밥해드리면 드시고, 구경시켜드리면 구경 갔다 오고 그렇게 계시다 가면 좋을 텐데 집에 오시면 늘 생활에 간섭하셔서 힘들어요" 하고 하소연 할 겁니다.

 

여기 갖다 놓으면 여기 가만히 있고 저기 갖다 놓으면 저기 가만히 잇는 건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지, 사람이 어떻게 그럽니까? 그건 시어머니를 제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말입니다. 어린애처럼 밥주면 밥 먹고, 구경시켜주면 구경이나 하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입니다.

 

나에게는 남편인 그 사람이 시어머니에게는 아들입니다. 아들의 습성에 대해서 누가 더 잘 알겠습니까?  어머니는 아들에 관해서라면 당신이 며느리보다 훨씬 더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바를 얘기할 뿐인데, 며느리 입자에서는 그것이 간섭이고 잔소리가 됩니다. 지혜로운 며느리라면 '남편에 대해서는 나보다 어머니가 더 잘 아시니 남편이 어떤 식성을 갖고 있고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 좀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냅니다.

 

그러면 '이런 음식들을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내 나름으로는 정성들여 해주는데도 젓가락으로 뒤적거리기만 하고 맛있게 먹지 않았던 거구나'  '아침에 옷 입을 때마다 곧잘 신경질을 내서 왜 저러나 했더니 속옷이 구겨져서 그랬구나' 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즐거이 배우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며느리는 더이상 시어머니 잔소리를 듣고 참는 것이 아닙니다. 이웃집에서 "저 집 며느리 대단하다. 시어머니 잔소리를 저렇게 잘 참고 견디네" 라며 감탄하더라도, 사실이 며느리에게는 조금도 참을 일이 없습니다.

 

참을 것이 없는 자는 괴로움이 없으므로 영원히 참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인욕바라밀이라고 합니다. 

 

책[법륜스님의 반야심경 강의]중에서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