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일본의 이쿠스님은 존경받는 선사였다. 내가 일본에서 학교 다닐 때도 이쿠 선사에 대해 논문을 쓰던 선배가 있엇다. 검은 도복을 입고 날선 칼을 멋지게 휘두르던 이 시대 마지막 사무라이 였다. 검을 잘 다루던 그 선배는 내가 졸업하기 전에 죽었다.
폐암이었다. 그의 애인은 누가 말만 걸어도 울었다. 길에서도 울고 연구실에서도 울었다.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요, 어떻게 살아."
모두가 조심조심 하던 사이 그녀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세상보다 더 큰 근심덩어리를 그대로 안고서 떠났다.
이큐 선사가 입적할 때, 제자들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수행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선사는 그런 제자들을 위해 한 통의 편지를 남기며 정말 힘들고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열어보라고 했다.
세월이 흘러 사찰에 큰 문제가 생겼고 제자들은 결국 이큐선사의 편지를 열어보기로 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그렇다.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게 뭐든지 간에 겪어야 할일은 걱정해도 겪어야 하고, 비켜갈 일은 걱정 안 해도 다 비켜간다.
비가 그치고 저 파란 하늘이 드러난 것처럼 것처럼 걱정을 벗어버리면 금세 맑은 하늘이 보일 테다. 그렇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부처님이 대신해주지 않는다
어느 마을에 신심 깊은 형제가 살고 있었다. 동생은 황무지를 개간해서 농사 규모를 좀 키워보자고 형에게 말했다. 그런데 형은 자신들이 가난 한 것은 기도를 하지 않아서 그러니 자신은 절에 가서 부처님께 공양 올리며 정성껏 기도를 올리겠다고 했다.
형은 떠나기 전 동생에게 농사에 관한 지식을 일러주었고, 동생은 형 말을 다라 농사를 지었다. 몸이 고단하긴 했어도 동생이 지은 농사는 풍년이 들었다. 부처님께 기도하러 간 형 역시 간간히 내려와 곡식이 잘 익는 것을 보고는 자기가 부처님께 공양을 잘 올린 덕분이라며 좋아했다.
그렇게 수확기가 다가온 어느날, 동생이 형을 찾아가 말했다. 형 혼자서 부처님을 모셔도 농사가 이렇게 잘 되는데, 우리가 같이 기도하면 얼마나 잘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형이 버럭 화를 냈다. 그럼 농사는 누가 짓느냐는 것이다. 그때서야 동생이 웃으며 말한다.
"형님, 농사는 안 짓고 부처님만 모셔서는 수확이 안 된다는 걸 형님도 잘 알고 계신거죠?"
[대장엄론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절에 와서 하소연하시는 분 중에 더러 이런분이 있다. 노력은 하지 않고 절에 나와 절만 하면 되는 줄 아는 분들. 부처님은 대신 농사를 지어주지 않는다.
농사는 본인이 짓는 것이다. 공부다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다. 일도 마찬가지다. 부처님은 그저 길을 안내해주실 뿐. 그 길은 우리 스스로 걸어가야 한다. 작지 스스로 힘써 노력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기도를 많이 한다 해도 이루어낼 것이 없다.
사람에 대한 이치
겸손으로 얻게 되는것도 사람이고,
교만으로 잃게 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을 얻는 일은 어렵지만, 잃는 것은 매우 쉽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다른 살마도 인정하고 대접해준다면
자연스레 내 곁에는 사람이 모이게 되니까.
꽃진다고 아쉬워 마라
시골부모님께 다녀왔다며 아는 분이 열무김치 한 통을 가져오셨다. 모처럼 시골에 가니 공기도 좋고 엄마 따라 밭에 나가 일해보닉까 기분도 좋고, 각종 채소들 꽃도 그렇게 예쁘더라는 얘기였다. 그중에는 벌써 지는 꽃들도 있어 많이 아쉬워했는데,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꽃 진다고 아쉬워 마라. 꽃이 져야 열매가 열린다."
[화엄경]에도 적혀있다.
'꽃은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고 강은 강을 버려야 바다를 얻는다."
이렇게 살일이다.
삶의 본질
행복과 고통은 거의 같은 비율로 오는게 아닌가 싶다.
만일 당신이 지금 행복하다면, 이것은 당신이 이전에 고통 속에서도 인내하고 배려한 덕분일 것이다.
만일 당신이 지금 고통에 처해 있다면, 그건 아마 이전에 당신이 함부로 써버려 잃어버린
행복 때문이지도 모른다.
행복은 고통의 끝이 아니고, 고통은 행복의 끝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인연 따라 삶을 돌고 돌 뿐이다.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생의 어두운 부분도 끌어안아야 하고,
환한 낮만큼이나 어두운 밤도 견뎌야 한다.
어쩌면 얼룩진 내면의 기록-
바람이 분다. 어느덧 낙엽이진다.
햇살은 부드럽고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조차 온화하다. 가만히 마음속을 들여다보니여전히 욕망도 있고 갈등도 있다. 이중성과 윤리성도 혼돈 속에 대립해 잇다.어느 것을 택하여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은 바뀌었다.
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불리는 출가를 택하여 조심스레 여기가지 왔다.나는 지쳤고, 끝이 어딘지 보이지도 않는다.그래도 길은 쭉 이어져 있다. 인생길을 들여다보니 시야가 확 트이는 듯하다.서둘러 길을 가던 어느날, 삶이 지금 어딜 가느냐고 나를 불러세웠다.그러고 보니 발자국은 무성하되 방향은 우왕좌왕이다.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앞 뒤로 휘익둘러보았다. 나는 인생에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그들을 향한 고운 눈길을 가지고 살고 싶었다.그러나 너무 헐레벌떡 사느라 쉼표를 잊었다. 그간 결핍된 것들도 채우질 못했고, 그 사이, 귀에 거슬리는 말들만 퍼져 나갔다.
먼훗날, 삶이 지금 어딜 가느냐고 또다시 불러 세운다면 그때 나는 뭐라 답할까?'평안하게 살랑살랑 살고 있어요'라고 말할까?'적어도 다른 사람의 판단에 매여 살진 않아요'라고 할까? 그도 아니면 '익숙하지만 낯선 새날들에 감사하며 살아요'라고 하려나? 산들바람 맞으며 삶을 되새김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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