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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을 보는 눈이 해안이다

다림영 2023. 6. 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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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이 없는 변화는 없다. 좋은변화든 나쁜변화든 어떤 변화에도 조짐은 있다.

특히 나쁜 변화를 잡아내야 할 때 조짐이 더욱 중요하다. 왜 그럴까. 대인배는 공명정대하게 공개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반면 소인배들이 어떤 고약한 일을 꾸밀 때는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뚫듯 야금야금 집요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눈에 조짐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겨울나무에도 좁쌀크기의 꽃눈이 매달려 있다. 꽃이 핀 것을 본적이 있는 사람만이 그 작디작은 꽃눈을 보면서 거기에 화려한 꽃송이가 담겨 있음을 안다. 그는 꽃눈이라는 조짐속에서 화사한 꽃그늘을 보는 혜안이 있는 사람이다.

 

돼지 콜레라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났다고 치자. 어떤 사람은 기사를 본 뒤 집에 전화를 걸어 "여보 , 당분간 돼지고기 사지마"라고 할 것이다. 그는 조짐에서 식중독과 안전을 읽은 사람이다.

 

1975년 봄 멕시코에서 역병이 발생했다. 필립 아모어는 당시 미국의 아모어 육류가공회사 사장이었다. 신문에서 역병 소식을 접한 아모어는 회사 소속 수의사를 멕시코로 보내 사실을 확인했다.

 

실정은 더 심각했다. 그는 멕시코와 인접한 미국 텍사스 주와 캘리포니아 주등의 목장에도 역병이 번질 것으로 보고 , 동원 가능한 모든 자금을 쏟아부어 이 두 지역의 육류를 사들여 냉동 창고를 채웠다. 그의 예상으 적중했고 육류 가격은 폭등했다.

 

그는 잠깐 사이에 900만달러(약 90억원) 을 벌어들였다. 그는 조짐에서 기회와 돈을 읽어낸 사람이다. 

[주역]은 변화의 경전이다. 변화를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예측은 반드시 조짐을 실마리로 삼는다. 오늘날 현대 과학의 어떤 예측도 결국은 조짐의 분석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일기예보나 지진예측도 대가의 흐름이나 특정 자연현상을 조짐으로 삼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도 기업 정보와 주식 변동 그래프에 나타나는 조짐들을 자료 삼아 주가 등락을 예측하는 것이다.

조짐을 보는 눈이 혜안이다. 조짐을 보고 판단해낼 수 잇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조짐을 보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눈을 감고 캄캄한 미래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같다.

 

조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모든 조짐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주역]에는 두가지 조짐이 나온다. 우선 [곤괘]가 말해주는 조짐을 다시 음미해보자.

 

서리를 밝으면 굳은 얼음이 닥칠 것이다.

 

이 조짐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힘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서리가 발에 밟힌다는 것은 이미 늦가을이 되었다는 뜻이다. 서리는 점점 된서리로 바뀔 것이고, 길가의 물웅덩이에는 얼음발이뻗칠 것이다. 이것은 필연적인 변화다. 이런 조짐을 보았다면 가을이 겨울로 가지 않도록 노력할 일이 아니라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이 조짐에 순응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조짐은 그 변화의 방향을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 이것이 첫번째 유형이다.

 

필연적 추세를 보여주는 조짐만 잇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기로에 선 인간에게 나타나는 조짐도 있다[둔괘, 개척하는 어려움의 틀]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사슴을 만났으나 몰이꾼이 없으니, 다만 숲에 들어갈 뿐이다. 군자라면 조짐을 살펴야 하니, 머물러 주둔하고 있는 것만 같지 못하다. 계속 숲으로 들어간다면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귀족들이 사냥할 때는 늘 몰이꾼과 함께 했다. 몰이꾼이 반대방향에서 사냥감을 몰면 사냥하는 이들은 기다렷다가 자기를 향해오는 사냥감을 활로 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는 몰이꾼이 없다.

 

다시 말해 지원 세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급하게 성과를 내기 위해 사슴을 좇아 숲으로 들어간다면 , 사슴을 잡기는 커녕 사냥꾼이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이 효에는 두 가지 조짐이 있다. 하나는 사슴이다. 사슴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긍정적 조짐이다. 눈 앞으로 사슴이 휙 지나갔다. 사냥 나온 사람이 어떻게 이걸 그냥 지나치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사슴을 쫓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다. 

위험에 빠질줄을 뻔히 알면서도 좇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자 욕망이다.

 

다른 하나는 몰이꾼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부정적 조짐이다. 몰이꾼이 필요한 사냥터라는 말은 매우 넓고 험한 자연 산림이란 뜻이다. 등산을 많이 다녀본 이들은 등산로 엇ㅂ는 자연 산림이 얼마나 위험한 지 알 것이다. 몰이꾼이 안내자로 동행하지 않으면 길조차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명백한 위험 신호다.

 

[둔괘]는 새로운 사업을 처음 개척하는 상황에 관한 괘이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혹은 세상에 없었던 분야를 개척하는 일이기 때문에 수만ㅁㅎ은 리스크 속에서 움직이게 된다. 함부로 전진하는 것보다는 지뢰밭을 지나듯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자기 역량으로 이 사슴을 잡을 수 있다면 개척자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지 않다. 

눈앞에 분명한 욕망과 분명한 위험이 함께 존재한다. 사슴을 좇을 것인가, 위험을 피할 것인가. 막무가내로 사슴을 좇는 사람은 위험에 빠지기 쉬운 모험주의자다. 사슴을 좇고 싶다면 몰이꾼을 불러와 자기의 객관적 역량을 보강해야 한다. 몰이꾼을 부를 사정이 못 된다면 사슴대신 사냥하기에 손쉬운 대상으로 자기 욕망을 조절해야 한다.

 

톨스토이의 민화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 나오는 농부 바흠은 자기 욕망만 좇느라 위험의 조짐을 보고도 그 욕망을 조절하는데 실패해 죽음에 이르렀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나누었다. 특히 바꿀 수 없는 것만을 숙명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마친가지로 조짐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객관적 조건 변화의 조짐이다. 이런 조짐을 보았다면 객관적 조건을 바꾸려는 대신 우리자신을 조절하거나 바꾸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조짐이다. 이 경우 [둔괘]에 나오는 사슴 사냥의 예처럼 흔히 긍정적인것과 부정적인 것의 두 가지 조짐이 함께 등장한다. 우리는 늘 부정적 조짐에 가중치를 두어 평가해야 하고 , 부정적 조짐의 완전한 제거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려운 일은 그것이 쉬울 때 도모하고ㅜ

큰일은 그것이 아직 작을 때하라.

하늘 아래 어떤 어려운 일도 반드시 쉬운 데서부터 일어나며

하늘아래 어떤 큰일도 반드시 작은 데서부터 비롯핟. 

 

안정되었을때 유지하기가 쉽고

아직 조짐이 드러나지 않았을 때 도모하기가 쉽다.

아직 약할 때는 주무르기가 쉽고,

아직 미약할 때는 흩어버리기가 쉽다.

그러므로 아직 생겨나지 않았을 때 일을 벌이고,

아직 어지러워지지 않았을 때 다스려라.

아름드리나무도 아주 작은 싹에서 생겨나고

아홉 층 높은 누각도 흙 한 줌 쌓는 것에서 세워지며,

천 리 길도 한 걸음 발 아래서 시작한다. 

 

텔레비전에서 사자와 함께 사는 조련사를 본 적이 잇다. 이 조련사는 사자의 입에 손을 넣어도 사자가 물지 않는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조짐의 단계에서 사자의 본성과 투쟁해 조련사가 이겼기 때문이다.

 

이미 야생에서 커버린 사자에게는 아무리 채찍과 몽둥이로 위협을 해도 이런 훈련이 불가능하다. 사자가 갓 태어난 새끼일 때부터 조련사가 자기 손으로 길들였기 때문에 사자조차 야수의 기질을 버리고 유순한 반려동물로 변한 것이다.

 

우리가 대결해야 할 운명은 사자의 야수적 본성만큼이나 억세고 강인하다. 그렇기 때문에 운명과의 투쟁 또한 늘 조짐의 단계에서 벌여야 승산이 있다. 

 

책[운명앞에서 주역을 읽다]/이상주/웅진 지식하우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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