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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다림영 2023. 5. 1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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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놀이처럼 -

한 서양인이 동남아시아에 여행을 갔다가 삭발을 하고 수행자가 되었다. 그는 숲 속 절에서 생활하며 다른 수행자들과 함께 소형 트럭을 타고 시골길을 이동하곤 했다. 고참 수행자는 트럭 조수석에 앉고 신참인 그는 현지인 수행자들과 함께 짐칸의 기다란 나무의자에 앉았다.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이었으며 곳곳에 움 푹 팬 웅덩이들이 많았다. 운전사가 사정없이 차를 몰았기 때문에, 트럭 바퀴가 웅덩이에 걸려 덜컹거릴 때마다 짐칸에 탄 사람들은 위로 솟구치며 지붕을 가로지른 쇠막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곤 했다. 키가 큰 이 서양인 수행자도 무수히 정수리를 찧어야만 했다.

 

머리를 부딪칠 때마다 그는 욕설을 내뱉었다. 물론 현지인들은 알아들을 수 없게 영어로, 삭발을 했기 때문에 충격 완화 장치가 없어서 더욱 아팠다. 그는 매번 맨 머리를 문지르며 욕을 해댔다.

그럴 수록 기분이 더 나빠졌다.

 

그런데 현지인 수행자들은 머리를 부딪칠 때면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서양인 수행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쇠막대에 머리를 그토록 세게 부딪쳤는데 어떻게 깔갈거리며 웃을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이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머리를 너무 많이 부딪쳐서 뇌에 손상을 입은 모양이라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들이 머리를 부딪치고도 별로 아파하지 않았기 대문에 서양인 수행자는 자신도 한번 그렇게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번에 머리를 부딪쳤을 때, 그는 현지인 수행자들과 함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웃으니까 훨씬 덜 아팠다! 욕설을 내뱉고 화를 낼 대보다 통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일화를 읽고 나도 그렇게 해 보기로 했다. 인도와 네팔에서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바퀴 셋 달린 오토릭샤인데, 방수천 씌운 천장이 낮고 쇠막대들이 가로질러 있어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난폭운전 탓에 머리를 부딪치기 일쑤이다. 여행자들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인데, 나는 키가 커서 더 자주 부딪첬다. 

 

어떤 때는 너무 아파서 영혼이 육체를 이탈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큰 소리로 웃자 정말로 통증이 한결 줄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웃으니까 아픔이 더 빨리 잊혀졌다. 마음에 품고 다니며 곱씹지 않게 되었다. 웃고 잊어버릴 수 있었다. 옻이 올랐을 때 긁으면 가려움이 해소되기는 커녕 옻나무의 독이 더 퍼진다.

 

전에는 운전사에게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었다. 그런데 머리를 찧을 때마다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릭샤 운전자도 웃고 함게 탄 사람들도 웃었다 그렇게 모두가 웃자 통증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었다. 사실 운전사는 가난하고 부양할 가족이 많았으며, 릭샤도 자기 소유가 아니었다. 만약 내가 화를 내면, 그 릭샤 운전사는 집에 가서 자신의 아내나 아이들에게 화를 낼 것이다. 그러면 그 아내와 아이들도 무의식적으로 더 자주 화를 낼 것이고, 세상에는 그렇게 화의 물결이 번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물결은 다시 나에게 파급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크게 웃으면, 릭샤 운전사도 가족들에게 더 자주 웃을 것이다. 가난한 처지에도 웃음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 웃음의 동심원은 물가에 서 있는 나의 입가까지 번질 것이다. 내가 웃으면 나와 관계없는, 내가 모르는 세상의 다른 장소에서도 웃는 사람이 많아진다. '나비효과'는 나의 행위가 멀리 있는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뿐아니라 다시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웃음의 통증을 완화시킨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웃음은 모르핀보다 몇 배나 진통효과가 큰 뇌내 모르핀을 분비시키고,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며, 폐 깊은 곳 까지 산소가 공급되게 한다. 또 웃을 때는 폐와 심장이 두 빼나 빨라져서 유산소 운동이 일어난다. 10분 웃으면 2 시간 동안의 마취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인체 오라 측정에서도 웃음 수련 후에는 어두웠던 색깔이 밝게 변했으며, 웃음 수련을 하는 사람들의 옆에 서 있던 관찰자의 오라도 함께 변화했다. 

 

영국 BBC방송에서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아 즐거운 일이 없어도 집에서 거울을 보며 웃게 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실험하면서 그들의 생활을 추적했는데, 참가자들의 행복지수가 눈에띄게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

웃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부딪치고 아플 때마다 울어야 하는가? 슬픈일을 겪고 억울하게 비난받을 때마다 분노해야 하는가? 그렇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가? '백단향 나무로만 된 숲은 엇ㅂ다'는 인도 속담이 있다. 백단향은 최고의 향나무이다. 그런 나무만 있는 숲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처입지 않은 영혼은 없다. 신은 자신의 피조물들에 대해 웃지 않는다고 한다. 피조물들과 '함께 웃는 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다. 유대교 신비주의 종파인 하시디즘의 현인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며 이 세상에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언젠가는 다시 전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다.

 

모두 죽어서 영혼 상태가 된 그들은 하늘의 풀밭 어딘가에 둥글게 원을 그리고 앉아 살면서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회상한다. 그런데 이때 지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는다고 한다. 이렇게 언젠가는 모두가 죽을 운명인데 그것을 잊고 사소한 일에 흥분하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싸우고 집착했다는 것이다. 삶이 놀이라는 것을 잊고 너무 심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 세상에서의 삶을 돌아 보며 다들 한바탕 웃는 다고 한다.

 

이런 배움을 얻지 못한 영혼은 다시 같은 수업을 반복해야만 한다고 하시디즘의 현인들은 말한다. 우리 모두는 지금 그 수업을 또다시 '심각하게 ' 받고 있는 중이다. 

 

책 [새는 날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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