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
가령 마음이 불이라고 하자. 물욕은 땔감이고, 염치는 물이다. 마음에 물욕이 생겨 이를 염치로 억제하지 못한다면, 땔감에 불길이 타오를 때는 물로도 이를 제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욕이 마음에 불을 지핀다. 물욕의 불길은 염치로 다스려야 한다. 불길이 거세지기 전에 물을 뿌리면 그 불이 기세를 잃지만, 불길이 솟아오른 뒤에는 물로는 그 불을 못 끈다.
염치는 물욕을 다스리는 최소한의 제동장치다. 때가 늦으면 효과가 없다. 세상에는 물욕에 눈이 어두워 염치를 잊고 사는 이가 너무 많다. 그 불 길은 거침없이 타올라 마음을 다 태운뒤에야 꺼진다. p37
다변
무릇 남을 대할때 말이 많으면 듣지 않는다. 어째서 그럴까? 했던말을 또 하고 자꾸하니 바람이 귓등을 스치듯 대하기 때문이다. 이치를 자세히 살펴 그 골자만 간추려 간결하게 말하는 것만 못하다. 그러면 듣는 사람이 싫증내지 않고 들은 대로 이를 다 행한다. p80
한결같이
말은 간결하게 하고,
걸음은 신중하게 한다.
마음은 언제나 한일(一)자 위에다 둔다.
반다한 말은 귀를 질리게 하고, 분답스러운 걸음걸이는 사람을 가볍게 만든다. 내 마음속에 일적선의 곧은 길을 내고 그 길 따라 말하고 그 길 따라 걷는다. 가지치기하지 않고 기웃대지 않는다. 사람은 한결같아야 한다. 한결 같아야 중심이 잡히고 한결같아야 묵직해진다.p93
꽃은 그저 피어난 것이 아니다. 뿌리로부터 받은 영양을 줄기로 공급받고 꽃눈을 아끼고 보듬어 정성을 쏟은 결과일 뿐이다. 뿌리의 건강 없이 꽃만 예쁜 법이 어디 있는가?
내 마음이 해맑고 밝아 아무 삿됨이 없으면 내가 품은 뜻과 내가 뿜는 기운이 절로 신령스럽게 된다. 남에게 대단하단 말은 듣고 싶어하면서, 그 대단함을 이루게 해 주는 바탕은 다지려하지 않으니, 언제 그 꿈을 이루겠는가? 나는 깊은 연못처럼 침묵하고, 우레같이 소리 지르리라. 시동(尸童)처럼 미동도 않고 있다가, 용처럼 오새구름을 올라타고 하늘로 솟구치겠다. 이 세 가지 여덟 자를 벽에 써붙에 놓고 어제도 오늘도 나름 점검했다. 내일도 모레도 점검하겠다. p148
순리
"굽히고 펴고 가고 오며, 차고 비고 없어졌다 생겨나는 것은 하늘의 도리이니, 순응할 뿐이다. 치란흥망(治亂興亡)과 선악길흉(善惡吉凶)은 인간의 작유ㅟ여서 닦고 닦을 뿐이다." 이 말은 일찍이 정부(正夫) 이형상(李亨祥)에게서 들었다. 옛사람이 말했다. "이치대로 행하여 지녀서 가니, 하늘따라 나누어 부쳐 온다." 이 도한 정부와 나눈 말과 암암리에 합치된다. 하늘과 땅 사이의 온갖 일은 이러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하늘의 도리는 일정치가 않아, 굽히고 펴며, 가고 오고,
찼다가 비고, 없어졌다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저 따르면 된다. 인간의 치란흥망과 선악이나 길흉 따위는 사람이 의지에 따라 작위하는 것이니, 노력해야 한다. 해야 할 노력은 안 하고, 따르면 될 천도를 의심하고 원망하니 세상이 시끄러워진다. 순리대로 살면 하늘은 저 하는데 따라 내려 준다. 단순하고 명료하지 않은가?187
세상을 희롱한다 함은 세상을 우습게 본다는 뜻이 아니고 얼마간의 유희 정신이 필요하다는 의미에 가깝다.
내가 책임지고 건너가야 할 단 한번뿐인 인생이다. 너무 진지해도 안 되고, 곧이곧대로 직진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고, 비켜서서 즐기는 관조적태도가 필요한다. ..진실을 심되,운명을 살피고, 잡다함을 멀리하여,비방을 피한다. 정신을 늘 기쁜 상태로 유지하면서, 진부함을 배제하고, 벗 사귐을 잘 살펴, 주인공을 웃으며 세상을 건너갈 때 인생의 쾌적함이 내 안에 비로소 깃든다. p204
이것은 이래야 한다고 미리 정해두면 진실을 놓치고 만다. 알기 어렵다고 달아나면 결정적인 순간에 돌이킬 수가 없다. 상황은 늘 변하고, 진실은 고정됨이 없다. 세상에 불변의 진리는 없다. 천하의 일은 변해가는 과정속에 놓여 있을 뿐이다. 그러니 오늘은 오늘에 맞게, 어제는 어제대로 한다.
어제 이렇게 했으니 오늘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우기지 마라.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오늘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우기지 마라.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내일도 끄덕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오늘 이렇게 했어도 내일은 내일의 법이 따로 있다.
봄에는 봄의 질서가 있고 겨울에는 겨울의 문법이 있다. 교주고슬(膠柱鼓瑟)로 융통성 없이 이전 것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p210
정신을 기쁘게 하라
물고기는 슬기롭고 새는 열리하며
바위는 빼어나고 나무는 곱다
경물과 정신 함께 즐거워하며
정감은 경계따라 옮아가누나
법을 어이 옛것만 답습하리요
모양은 시속(時俗)에 휘둘리잖네
묘한 빼어남 따로 갖춰
막혀 얽힘 내던지세
땅위에는 가을물이
봄 구름은 하늘 위에
슬기 드는 눈동자는
영롱하기 가이 없다
술잔 재촉하지 않고
거문고 줄 타지 않네
턱괴고서 시 읊으니
앓던 병이 다 낫겠네.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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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다행이다. 다음의 블로그가 사라져 어찌 옮기는 것도 모르겠고 해서 하고있는 공부도 지속해야 하니 그동안의 흔적을 다 버려야 하는가보다 했다. 다행히 지속적인 마음공부의 필요성이 있었는지 막내의 도움으로 이곳에 안착하고 또 다른 길도열게 되었다.
얼어붙은 휴일 모두가 잠든 시간에 틈을 내어 좋은시간을 맞으니 감사한 일이다.
12월의 감동노래를 들으며 책장을 넘긴다.
한해가 또 이렇게 별다른 열매없이 가는구나 하니 다가오는 새해에는 각별한 각오로 내디뎌야 하겠다.
이덕무의 글을 좋아하는데 그가 18살때 정리한 글이라 한다. 그의 나이 몇배를 먹고서도 어수선한 세상
흔들리며 건너고 있는 꼴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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