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책추천]공방예찬/글 사진 이승원/천년의 상상

다림영 2021. 10. 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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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패질을 하고 가죽을 다듬다보면 멀어져 가고 밀려나고 밀어내는 것들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음을 느낀다.

갑갑한 현실을 잊게 해주기도 그래서 현실 감각을 멀게 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둔감했던 감각의 세포들이 되살아나 다른 꿈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바느질은 잡스러운 고민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다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을까.

 

결국 공방에서 톱질을 하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가죽을 재단하다 보면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저렇게 살아가야 하는 게 더 나은 건 아닌지 갈팡질팡하며 내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되묻고 되묻다 보면 어느새 책상이 가방이 완성되어 있다. 그렇게 공방의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간다. 취미와 직업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한쪽으로 각까이 다가갈수록 다른 한쪽은 멀리멀리 멀어져 간다. p162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시를 읽어줬다. 중고등학교때 이미 배웠을 시지만 다시 읽어보자고 했다. 이육사의 <청포도>를 읽자고 하니 아이들은 벌써 딴짓을 할 태세다. 그래도 굳건하게, 뻔뻔하게, 시를 읽었다. 

대충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사는 마을의 온갖 전설, 모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한 알 한 알 맺혀 포도송이가 되고 그 포도송이는 우리의 꿈들로 알알이 맺혔다니 이 얼마나 멎진 표현일까.

정말 위대하고 아름다운 시이지 않아? 나는 시 낭송을 하면서 감격에 겨운데, 학생들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말을 돌렸다. 한때는 짜장면가격이 시집 한 권의 가격이 비슷했다. 짜장면 한 그릇과 맞바꾼 시집은 영혼의 허기를 채워준 따뜻한 음식이었지, 영혼의 허기란 말에 몇몇 학생이 피식 웃는다. 그웃음의 의미는 역시 꼰대야, 하는 말 같다.

...

시를 읽을 때도 여러번 다른 방법으로 읽었지 . 눈으로 한 번 읽고, 소리 내어 한 번 읽고, 마지막으로는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더듬으면서 읽었어. 인쇄된 글자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잉크냄새를 맡으며     손으로 글자를 더듬고 매만지며그 촉감을 느껴봐.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p234

 

"나무로 무언가를 짜고 가죽으로 또 무언가를 만들 때 나는 언제나 그것들을 펼쳐놓고 촉감을 느끼고 냄새를 맡는다. 나무마다 가죽마다 하나하나 다르다. 살아오면서 견뎌낸 환경이 죽이고 되살려낸 인간의 손길이 모두 달라서다.

다듬지 않는 나무의 결을 쓰다듬다가 잔가시가 손바닥을 파고들때마다 그 생생한 느낌을 기억해둔다. 대패로 거친 나무를 다듬고 다시, 손바닥으로 쓰다듬어본다. 야생의 거친 숨결은 인간의 손길이 닿는 순간 어느덧 온순해졌다. 온순해진느낌이 좋기는 하나, 가끔은 내가 얼마나 오만한지 되묻기도 한다. 

야생그대로의 감촉을 온전히 느끼고 즐기는 방법은 없을 까. 최소한의 손길만을 더한 채."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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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마다 가죽공방을 다니고 있다. 요즘은 가죽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한번도 제대로 된 가죽지갑 한번 지녀본적이 없다. 원없이 가죽을 만지는 날들... 만질때마다 각별한 느낌으로 즐거워진다. 요즘은 가방을 만들고 있는데 구멍을 제대로 뚫지 않아서인지 바느질이 힘들다. 가방과 만날날을 기다리며 바느질을 하는날들... 이 순간만큼 행복한 순간도 없는 것 같다..  오롯이 바느질과 어떤 작업에 몰두하며 각별한 힐링을 한다....

 

참 알수 없는 것이 인연이다. 사람과의 연도 그렇지만 이런 취미생활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제작년부터 유독 눈에 들어온 가죽..수첩에 메모만 해놓고 꼭 배워야지 했는데 어느새 8개월이 넘어간다.. 공방을 꿈도 꾸어보지만 쉽지 않음을  새삼 깨닫고 있다.  그래도 가끔 꿈을 꾼다.. 가죽냄새와 기타작업의 소리들이 가득찬 공방과 흰머리을 매만지며 작업에 열을 올릴 내 모습을... ^^

 

도서관에서 문득 눈에 들어온책..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지은이는 나무도 다루고 가죽공방을 출입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멋진 예술가다. 뒷면에 보니 그가 쓴글이 많다. 찾아 또 들여다 보고 싶다.

 

한때 나무공예에도 정신줄을 놓을 때도 있었지만 무엇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자신의 합리화를 시키는 나는 과연 끝까지 잘 배워나갈수 있을지의문이다. 서서히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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