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책추천]빨간머리앤이 하는말/백영옥 에세이/arte

다림영 2021. 9. 1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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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에는 결코 끝이 없는 것 같아

바로 그게 야망의 제일 좋은 점이지

하나의 목표를 이루자마자

또 다른목표가 더 높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잖아.

야망은 가질 값어치가 있지만 손에 넣는다는 건 쉬운 일은아니야.

자기부정, 불안, 실망이라는

그 나름대로의 장애물을 거쳐 싸워 나가야 하는것이니까."

 

"저요, 오늘 아침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지 않아요.

아침부터 그런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어야 되겠어요?

아침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아주머니 제 머리가 정말 금발이 될까요?

-너무 자기용모만을 생각하면 못써요.

너 그러다가 허영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

-

자기가 못생겼다는 걸 아는데 어떻게 허영덩어리가 되겠어요?

전 그저 아름다운 걸 좋아하는 것뿐이라고요.

-

마음이 아름다우면 용모 또한 아름다운 법이라고 하지 않니?"

 

어떤꽃은 4월에 피고, 어떤 꽃은 9월에 피어난다. 잎이 피고 꽃이 피는 철쭉도 있고 , 꽃이 먼저피고 잎이 피는 진달래도 있다. 심지어 비슷해 보이는 철쭉과 진달래조차 그것이 피고 지는 순서가 다른 것이다. 우리또한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어떤 꽃인지 아는 게 중요하고, 활짝 피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더 소중한 것이다. 아침 , 공원을 산책하다가 싱싱하게 이슬을 머금고 활짝 피어난 제비꽃을 보았다. 제비꽃이라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웠다. 빨간머리 나의 앤처럼. p75

 

"영혼이 닮은 사람이 그렇게 드물지는 않은 것 같아요.

나와 영혼이 닮은 사람이 이세상에 많다는 건 정말 근사해요."

 

혼자있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같이 잇음을 전제하기에 가능한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든 우정이든 '떠날필요가 없는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떠날 필요가 없다는 건 무슨뜻일가. 어쩌면 그것은 진짜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기적인지도 모르겠다. p78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날들이 아니라 진주알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

 

슬픔의 무게는 덜어내는 게 아니다. 

흘러넘쳐야 비로소 줄기 시작한다. 그래야 친구들이 다가오고, 함께 슬퍼할 수 있다.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잇을 때에야 슬픔은 끝난다. p144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망설이는 이유는 그 결정으로 지불해야 하는 몫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우리이며, 그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몫이다. 소설가 김훈이 말했다. 

"물고기가 낚시 바늘을 물지 않고 낚싯밥을 먹을 수는 없다."

모든 선택은 위험한 것이다. 그것이 선택의 본질이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다.p172

 

정말 중요한 건 누군가에게 다가갔던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물러나야 하는 마음을 어떻게 다룰지 아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에게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나에게 결코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제대로 아는 것 말이다.p206

 

변했다는 건 뭔가 끊임없이 시도했다는 얘기일 거다. 발음이 괴상한 외국어 배우기를 시도하고, 낯선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내보는 것 말이다. p266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되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누군가의 성공뒤엔 누군가의 실패가 있고, 누군가의 웃음 뒤엔 다른 사람의 눈물이 있다. 하지만 인생의 실패란 없다. 그것에서 배우기만 한다면 정말 그렇다. 성공의 관점에서 보면 실패이지만,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인 실패도 있다. 나는 이제 거창한 미래의 목표는 세우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란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작고 소박한 하루하루,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나, 오늘도 그런것들을 생각하며 글을 쓴다. 조금씩, 한 발짝씩, 꾸준히....p278

 

"이 저녁이 마치 보랏빛 꿈 같지 않니?

이걸보니 살아 있는게 기뻐

난 항상 아침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저녁이 오면 또 저녁이 더 멋진것 같아."

 

학교가 달라지고, 동네가 달라지고 , 취업의 길이 달라지고 나면, 마음은 조금씩 멀어진다. 옛친구는 가고 어느덧 새친구가 온다. 하지만 청춘이란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고, 누구와도 쉽게 헤어질 수 잇는 시기가 아닐까. 나는 이제야 버나드 쇼의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 너무 아깝다'라는 말을 납득한다. 젊음은 스스로 너무 반짝여서 다른 존재들의 반짝거림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봄에 피어나는 꽃이 얼마나 예쁜지, 가을의 단풍을 보는 기쁨이 얼마나 가슴 아린지......,젊음은 스스로 너무 심각해서, 삶이 때때로 농담을 던지듯 가벼워야 하는 무엇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비는 애벌래였다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찬란한 날개를 펴며 나비가 된다.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으로, 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다. 젊음이 인생의 처음에 놓여 있는 건 아무래도 인간의 가장 큰 비극중 하나가 아닐까. 톨스토이의 말이 맞다. 내가 신이라면 나 역시 청춘을 인생의 맨 마지막에 놓겠다. 인생의 마지막에 이토록 푸릇한 청춘이 놓여 있다면,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만약 12월 31일에 창문을 열었는데, 창밖으로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 눈보다 하얀 벚꽃이 피어있고, 그 위로 애벌레에서 나비가 된 호랑나비들이 날아다닌다면 우리는 그 해의 마지막을 따뜻한 희망속에서 마무리 짓지 않을까.

 

문득 인생의 절정이 놓여 있는 순서를 바꾸고 싶단 생각을 한다. 계절의 순서, 나이를 먹는 순서, 요일의 순서처럼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이 말이다. 그것이 도무지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자꾸만 이런엉뚱한 상상들을 하게 된다. 빨강머리, 내 안의 오랜 소녀가 아직도 살아있는 것처럼.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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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도 다시 손에 들고 있고 싶은 책이었다. 

우울한 소식들만 날아다니는 날들..

그러나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아끼고 사랑하여 환해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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