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책추천]언어의 온도/이기주/말글터

다림영 2021. 8. 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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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손때가 지극히 묻어있다.

또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누군가는 족히 두번은 빌렸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읽기가 된 책 두고 두고 뒤적이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바람도 둥지의 재료

흐린가을이었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꼭꼭 눌러 담아 하늘에 편지를 쓰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운전중에 신호를 기다리다 작은 새 한 마라가 미루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짓는 모습을 보았다. 녀석은 제 몸길이보다 기다란 나뭇가지를 쉴 새 없이 운반하며 얼키설키 보금자리를 엮고 있었다. 기특해 보였다. 차를 멈추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때였다. 휙 하고 한 자락 바람이 불었다. 미루나무가 여러 갈래로 흔들리자, 녀석이 애써 쌓아 올린 나뭇가지에서 서너 개 가지가 떨어져 나와 땅 바닥으로 곤두박질했다.

궁금했다. 녀석은 왜 하필 이런 날 집을 짓는 걸까. 날씨도 좋지 않은데....

 

집에 돌아와 조류 관련 서적을 뒤적였다. 일부 조류는 비바람이 부는 날을 일부러 골라 둥지를 짓는다고 했다. 바보같아서가 아니다.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는 튼실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내가 목격한 새도 그러한 연유로 흐린 하늘을 가르며 날갯짓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나뭇가지와 돌맹이뿐만 아니라 비와 바람을 둥지의 재료로 삼아가며. "p218

 

 

 

"종종공백이란 게 필요하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소중한 걸 잊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우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어야 한다. 

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러니 가끔은 멈춰야 한다.

 

억지로 끌러가는 삶이 힘겨울수록, 누군가에게 얹혀가는 삶이 버거울수록 우린 더욱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 p248

 

"여행

가슴에 불을 지피는 단어다. 일상의 버거움 때문에 자주 시도하지 못할 뿐이다. 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에 가는 행위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정도 설명으로는 여행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럴 때는 단어와 문장의 수집가로 불리기도 하는 소설가와 시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봄 직하다.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여행은 도시와 시간을 이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내게 가장 아름답고 철학적인 여행은 그렇게 머무는 사이 생겨나는 틈이다."

-폴 발레리

 

밑줄그을 만한 문장들이다. 이들의 이야기처럼 우린 목적지에 닿을 때보다 지나치는 길목에서 더 소중한 것을 얻곤 한다. "p250

 

선을 긋는일

뉴스를 보았다. 한 아파트 주민들이 자기네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에 담을 설치했고, 결국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단지를 빙 돌아서 등교하고 있다고 했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렸다. 씁쓸한 생각이 밀려들었다. 왜 자꾸 나누고 구획하려는 걸까. 인류의 불행 중 상당ㅇ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을 긋는 행위에서 비롯되지 않던가. p256

 

 

'나'를 헤아리는 일에도 서툴다. 

소셜 미디어로 타인과 소통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정작 자신과 소통하며 스스로 몸과 마음의 상태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다보면 싸워야 할 대상이 차고 넘치는데 굳이 '나'를 향해 칼끝을 겨눌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자신과의 싸움보다 자신과 잘 지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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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 정말 잘 지내고 싶다. 

하루는 감사함으로 온종일 가득차오르다가 어떤 일때문에 틀어지만 별 생각이 다 들어찬다. 알수가 없는 것이 사람마음이다. 좋은것이 좋은것이라는 룰에 따라 그렇게 방향키를 돌리며 애를 쓰며  나를 일으켜 세우는 날들이 오기도 한다. 참으로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 온유하게 편안하게 살줄 알았다. 이렇게 정신에 난도질을 당하는 일이 생기면 주체할 수 없는 휘청임으로 불길에 타오른다. 다시 어깨를 두드리며 나를 달래는 수많은 시간들.. 언제까지 싫은 것들과 용서하며 감사를 앞세워 나를 일으켜 세울것인가. 인생이란 고통의 연속이며 고통이 주어짐으로서 한 사람의 모난 것들을 갈아가며 둥글게 둥글게 파도치는 바닷가 돌맹이가 될수 있을 것인지...

다시 감사함을 방패로 세우고 그래 그래 ... 살아있음이란 좋은것만 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만큼 고통 또한 때론 안아줘야 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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