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잘 읽지 못하는 나는 양귀자님의 글을 읽기로 했다. 모순을 만날때부터 이분의 책을 계속 읽어야 하겠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소설로 엮어질 경우가 대부분이겠으나 현실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한동안 글짓기에 푹 젖어들때도 있었고 종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길을 걷던 글쓰기에 행복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강민주는 그를 곁에 두고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 놀란다. 본인의 계획속에서만 모든 일들을 진행하며 이뤄내던 그녀였다.
감정이란 참으로 묘하다. 잘 설계한 도면의 계획처럼 진행되진 않는다. 감정은 물의 흐름이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몰랐다. 약간의 차질로 보았을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고 오해가 아닌 이해로 들어섰고 연극처럼 끝나고 싶지 않았고 그와 함께 작은 순간들을 나누고 영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돌려놓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황남기는 그녀의 마음이 백승하에게로 기울어지며 이미 마음속에 마지막순간을 그려놓았다고본다.
그녀가 늪으로 향한 순간 자신의 힘으로는 되돌릴 수 없었다. 황남기는 훌륭한 선택을 한다. 그가 옳았다. 사랑하는 이가 겪을 고통을 이미 알아버린 그녀를 구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시는 없을 사랑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황남기의 순정이었다. 강민주의 실체는 사라져도 누구와도 대치될 수 없던 사랑하는 이의 우아함을 지키고 싶었고 그의 일생도 오래전부터 품었던 사랑의 결실을 자기주도하에 끝을 맺고 싶었을 것이다.
이 글이 영화화 되지 않았을까 하며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드라마가 있었다. 최진실이 주연이었던 드라마..
난 왜 그 드라마를 만나지 못했을까 한다. 그러고 보니 최진실의 지난한사연을 작가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강민주의 불행한 가족사가 근본배경이었듯 배우를 선택함에 있어도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한다. 찾아보니 그때는 최진실이 최상을 달리고 있기도 했다. 진실의 목소리에 슬픔이 깃들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족이 함께하는데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언젠가 동창회에 나갔더니 한친구가 '얘 남편이랑 아직도 사니?' 이런말을 하는 것이다. '이십년이상이나 한사람이랑 살다니...' 덧붙였다. 얼마나 파안대소를 했던지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이따금 떠오르는 얘기다. 웃어넘길수 없는...
때마다 함께 살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모든 선택은 내가 한 것이므로 이끌고 가지만 얼마나 더 많은 나의 희생이 있어야 하나 하면서 길들여진 새가 되었다. 어떠한 시도는 떨어진 꽃이 되고 쓰래기로 처리된지 오래되었다.
요즘도 뉴스에서나 혹은 이웃에게 전해져오는 폭력 그리고 그녀들의 무력함과 이혼, 뒤따르는 죽음등등...
세상은 화려하게 변해도 어디선가 알수없는 일들은 독버섯처럼 숨어있고 자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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