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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다림영 2020. 6. 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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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피에르 쌍소/김주경 옮김

 

" 분주하지 말기: 일상의 삶에서 얻어지는 작은 교훈들은 한묶음 모아 작별의 꽃다발을 대신하려고 한다. 그 가운데 하나, 살짝 스치기만 하되 움켜잡지 말 것, 움켜잡는 순간 우리는 분주한 삶 속으로 빠져들고 말 테니까. 세상과 타인을 조사하고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태도로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느림에 관한 이야기를 호의적으로 읽고 나 뒤에는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우선 권태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또 지금은 잠에 빠진 우리의 시골 고향, 아니 솔직히 말해서 황폐해졌다고 까지 말할 수 있는 마음 속의 시골 고향 그 고향을 한 번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모험을 요하는 고독한 글쓰기는 또 어떨까?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을 기다려 보는 것은? 활짝 펴지 않고, 신을 향해 다소곳이 모은 두 손도 아름답지 않은가? 포도주가 지는 독특한 지혜에도 귀 기울여 보자. 혹시나 이러한 태도들이 세상에 대한 불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이보다는 좀더 고상하고 초연한 다른 길, 말하자면 세상을 등진 유배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건 아닐까?

 

나는 내가 세상에 대해 화를 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이란 내게 주어진 행운, 그것도 두 번 다시 돌아올수 없는 다 한 번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

 

...내가 삶을 행운의 기회로 여기는 까닭은 매순간 살아 있는 존재로서 아침마다 햇살을, 저녁마다 어두움을 맞이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며, 세상의 만물이 탄생할 때의 그 빛을 여전히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세상의 만물이 탄생할 때의 그 빛을 여전히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미소나 불만스러운 표정의 시작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 세상이 계속해서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삶은 내가 조금씩 아껴가며 꺼내 놓고 싶은 행운인 것이다.

 

삶. 그것은 마치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다가오고, 햇살처럼 점점퍼져 나간다 그것은 세차게,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물이나 거세게 휘몰아치는 회오리바람이기보다는 섬세한 작은 물방울들 같은 것이다. 그것은 강한 힘이기보다 부드러운 빛과 같은 것이다. "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망설임과 생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샤를 줄리에는 하나의 단어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 하루종일 고심할 때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언어를 사용하는 작업에서는 쭉쭉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 멈추고 쉬는 시간, 불확실한 시간이 훨씬 더 많으며 , 훨씬 더 많은 포기가 요구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느림은 태만의 표시가 아니다. 그것은 진부함이나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들에 도전하기 위해 예술가가 피하고 싶어하는 위험한 모험을 의미한다. "

 

 

"타인의 말을 듣는 동안엔 최소한 자신의 말은 들을 수 없게 된다. 말하자면 '나의 육체가 하는 말에 귀기울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육체가 하는 말에 귀기울여 한다고 누군가가 우리에게 조언해 준바 있었다. 그러나 그 조언은 위험천만 한 것이다. 왜냐하면 육체는 주체와 대상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대상으로서의 나의 육체는 완전한 나 자신이라고 할 수 없으며 , 나는 그 육체를 책임져야 한다. 그런가 하면 주체로서의 내 육체는 나와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며 따라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행위는 타인을 위로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단지 위로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약물이나 치료요법.수면요법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

우리는 타인의 말을 들어 줌으로써 그를 최고의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는 단어를 사용해서 자기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밖으로 나타난 자신의 생각에 스스로 놀라게 될 때가 있다.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매우 정확하게, 또는 활발하게 드러내 놓을 수 있게 해 주는 청중이 있다는 사길 때문에 기쁨을 느낄수도 있다."

 

"만일 인간과 장소와 계절이 섬세하고 은밀하고 감동적으로 조화를 이루었을 때  시정詩情이 태어나는 것이라면, 포도주를 마시는 그 자체가 시적인 행위임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

 

"내가 부러워하는 행복이란 안락함이나 성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소박한 기쁨을 맛보고, 그런 기쁨들과 조화를 이루는 능력, 그리고 그런 기쁨을 자주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오는 것이다. 이 행복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빼앗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행복을 누리는 자들은 친구들과 산촌들과 함께 나누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노동자들이 이 행복을 자기들끼리만 누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웠다. 채소밭 가꾸기에 열중하느라 노조 모임에 늦게 나타난 한 노동자를 다른 노동자가 질책하고, 늦은 자는 이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라고 하는 올림픽 경기의 슬로건은 이제 운동 경기의 범주를 넘어서고 말았다. 우리의 문화정책까지도 그 슬로건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을 정도라니.... 만일 우리가 "덜 높게, 덜 빠르게, 덜 멀게"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싶다면, 때에 따라 돌아가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는 그런 기술 그런 문화도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평범한 축구 시합에서도 그런 완만하고 조용한 삶을 느낀다.

 

일요일 오후, 탈의실, 진흙투성이가 된 운동장, 멋진 움직임, 잦은 실수, 그리고 친구와 가족과 친지들로 이루어진 군중들의 애정어린 반사 행동들, 정신없이 뛰고 난 선수들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면 다시 탈의실로 돌아온다. 땀에 젖은 몸을 씻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상쾌함,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진 게임을 머릿속에서 재현해 보는 사람도 있다. 그 사이 밖에는 살포시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족과 함께 각자의 자동차에 나눠 탄 후 헤드라이트를 켠다. 그리고 11월의 낮게깔린 하늘을 머리에 이고서 가정의 평온함으로 다시 돌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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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평화로운 풍경처럼  환하게 살아갈 줄만 알았다.

욕심일까 언제나 윤택한 삶은  주어지지 않았다. .

 

오늘은 고대하던 휴일 커피한잔을 올려놓고 별스럽지도 않을 나와의 약속을 지켜간다.  

몇줄의 글을 이어나가는데도 많은 생각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나는 기다림이 필요한 또하나의 공부를 시작한지 몇달이 되었다. 나이든 사람에겐 상당히 부담스럽고 힘든 작업이다. 망치질 줄질 불질을 하며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일이다. 나는 작업을 할 때 온전히 몸과 마음이 함께 하는 명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땀을 흘리는 작업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의 완성을 기다리는 삶을 따라간다. 작은 희망을 꿈꾸며.

 

겨울커튼을 세탁기에 돌리는 소리가 집안을 울린다.  어디론가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도 코로나 환자들이 몇십명씩 발생했다. 겁나고 무섭지만 늘 그렇듯 작은 일상속에서 빠르게 혹은 천천히 움직이며 걸어가고 있다. 다만 감사할 뿐이다. 

 

다시 들어보는책 2주일의 약속을 지켜가며 밑줄긋고 들여다보니 책속에 파묻혔던 시절이 얼마나 좋았는지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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