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산책<핸리 데이비드 소로우>

다림영 2020. 5. 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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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때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가끔은 가만히 있어야지 하면서도  매일마다 같은 일상으로 분주하고 묶인채 살아간다. 요즘은 또 트롯트에 빠져서 정신을 잃고 있다.  하루를 다 보낸 시각이 되면 허탈해 하면서  습관으로 다시 노래를 찾고 있다. 그냥 들으면 될일인데 그 가수가 뭐가 그리 궁금하다고 살펴보고 난리인지 모를일이다. 


너른 들녘의 님들이 고대했던 비가 온다.  마음까지 적시는 빗줄기를 따라 오늘은 무엇이라도 적기로 한다.  그의 노래에 귀를 열고... 할 공부도 많지만 책을 멀리해서는 아니됨을 새삼 기억하며...


지루하게 읽혀지지 않던 글이었다. 그러나 의식처럼 몇페이지씩 하루하루 간신히 넘겼다. 자연에 묻힌 그의 조용한 삶이  이렇게 많은 글이 태어날 수 있는지  ...선한 그의삶을 백분의 일이라도 닮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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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떨어진 커다란 물방울들이 수면에 잔물결을 일으킨다. 베이커 농장의 헛간에서 쥐들이 둥지를 튼 건초더미 위에 앉아 비를 피했다. 바깥에는 폭풍우가 우르릉거리고 있는데, 비가 닿지 않는 그곳에서 부스럭거리ㅔ서 부스럭거리는 귀뚜라미 한 마리디도 없는 시간, 더미 위의 고요함, 방해받지 않은 무수한 생각들, 건초 소는 건초 위에 앉아 있으니 형언할 수 없이 메마른 정적이 느껴진다.

비오는 날 건초더미 위의 고요함. 방해받지 않은 무수한 생각들 건초속에서부스럭거리는 귀뚜라미 한마리도 없는 시간, 밖의 것들은  모두 비에 젖어  소란 스럽기만 한데  이 안의 것들은 메말라 고요하기만 하다. ...건초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침묵을 듣게 만든다.


들오리가 길들여진 오리보다 더 민첩하고 아름답듯이, 길들여지지 않은 생각이,물방울을 떨어뜨리며 습지위로 날아가는 물오리와 같은 존재가 더 아름답다.


..

신성함이라는 것이 만약 존재한다면 그것은 , 특정한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일세.

..우리 삶에는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어치가 아직도 소리 높여 우는 그런 배경이 주는 위안이 필요하다  .   

..먹고 사는 일이 직업이 아닌 놀이가 되게 하라. 대지를 즐기되 그것을 소유하지 말라. 인간들은 진취적이 기상과 신념이 부족하여 지금처럼 사고파는 노예같은 삶을 보내고 있다. 


..삶의 균형을 지키며 은밀한 폭력도 없이 고요하게 자기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온 세상이 아름다움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냇물을 따라 아래로 배를 타고 갈때, 그는 그저 배의 중심을 유지한 채 방향타를 잡고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런 식으로 폭포를 돌아가는 것이다.. 정도를 유지하며 나아가는 한, 잔물결들은 어린아이의 고수머리처럼 우리가 지나온 길 뒤에서 굽이치다 사라진다.


..인간의 작업은 봄날처럼 다시 빛난다. 모든 나뭇잎들과 어린 나뭇가지들, 돌메이, 거미줄들이 봄날 아침 이슬로 뒤덮여 있을 때처럼 이 오후에 반짝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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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귀절들을 옮겨보는데  빗소리가  참 좋다. 빗길을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 또한 정겹다. 때로 달리는 오토바이맨도 풍경이고 십대들의 웃음은 더없이 부럽기만 하다.

 한권의 책을 읽는데 소요시간이 이주일이나 걸렸다. 쉽지 않았다. 방문객과 책 얘길 하다 이주일은 고사하고 아예 펴질 않게 된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한곳에 빠지니 다른 어느것도 마음에 들어오질않는다. 그래도 길을 들여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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