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홍차를 주문하는 방법/츠자야 켄지/토담미디어

다림영 2015. 1. 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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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의 오진/

 

휴일이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일이라고 하는 것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만 있는 것인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 분명히 일을 좋아했을 것이다.

일을 하기 위해 커피숍으로 갔다. 어떤 사정으로 일이 있을 때나 쉬고 싶을 대라도 커피숍에 가고 싶을 때는 커피숍에있는 것으로 하고 있다.

 

커피숍은 셀프라서인지 휴일이라서인지 손님이 적었다. 넓은 가게 안은 조용햇다. 몸속에서 의욕이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컴퓨터 잡지를 폈다. 광고까지 속독하고 더 이상 읽을 것이 없을 정도가 되면 일을 시작한다.

조금 있으니까 옆에 중년 여자가 앉았다. 나는 중년여자 한 사람 정도로 동요되는 일은 없다. 다소 공기가 엷어진 것 같이 느낄 뿐이다.

 

그때 친구인 중년 여자가 한 사람 더 늘어났다. 나쁜 예감이 들었다. 라면집에서 나온 컵이 더럽혀져 있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두 명뿐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3명이나 더 늘어났다. 점원의 손이 라면 속에 넣어져 있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5명이 끝인가 하고 생각했더니, 곧바로 2명이 더 합류했다. 라면 속에 바퀴벌레가 들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중년 여자가 있었던가?’ 하고 생각했다.

 

그녀들은 자기들의 존재감이 약하다고 느꼈는지 곧바로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나는 화가 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무모하게도 그녀들은 들을 수 없도록 조심하면서도 날카로운 어조로 시원시원하게 말하고 있었다.

 

커피숍이라고 하는 것은 철학서를 읽거나 낮잠 자거나 하는 곳이지요. 장소도 구별하지 않고 떠드는 곳이 아닙니다!’

 

빈자리는 다른데도 있고 가게 밖에도 넓디넓은 공간이 있는데 어째서 하필이면 내 옆에 모여 있는 걸까. 갈 곳은 그 밖에도 얼마든지 있을 텐데. 중국의 양자강이라든가 사하라 사막이라든가. 그럴 만큼 건강하다면 명왕성 이나 안드로메다 성운에라도 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가? 수업시간에 말을 잘못했는지도 모르지만 집중해서 듣고 있었을 학생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앉아서 논문을 반복해 읽고 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면 사과하겠지만 중년 여자들의 목소리는 너무 크지 않은가? 목소리라고 하는 것은 내지 않기 위해 있는 것이다. 자기 목소리 때문에 고막이 터졌는지는 몰라도 그렇게까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들릴 것이다.

 

내가 아무리 고상하게 떠들어 대더라도, 공사현장에서 방울벌레가 우는 소리나 마찬가지이다. 말할 만큼 말하고 나는 분연히 그 자리를 떴다. 일을 시작한 지 20, 좋은 시간을 빼면 일을 한 것은 고작 3분이다.

 

가게 근처를 걸으면서 생각했다. ‘중년 여성도 한 사람이라면 조용하다. 정숙함을 아무리 집결시켜도 소리는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중년여성 몇 사람이 모여도 조용하다라고 하는 추론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이것은 벽 그 자체는 방은 아니다. 천정도 마루도 방은 아니다. 방이 아닌 것은 집결시켜도 방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하는 것과 같이 합성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연구로는 중년여성의 소리는 사람수 x 3’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년여성이 모이면 시끄럽다. 한 사람이라도 시끄럽다고 하는 이론 쪽이 더 올바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소음의 원인을 여기저기 분산시켜 놓는 것보다도 한 곳에 정이해서 놓는 편이 전체를 봤을 때 피해가 적다. 그녀들이 한 곳에 모이면 그녀들의 가족들은 조용한 휴일을 맛 볼 수 있다.

 

그렇게 위로하면서 2시간 정도 빈둥빈둥 거리고 다시 커피숍에 갔더니 거짓말처럼 조용했다. 재빨리 일을 시작한다. 3분 후 학술적인 공기가 갑자기 깨졋다.

 

중년 남녀 12명이 우르르 들어와서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진을 친 것이다. 술이 들어간 듯, 말한다기보다는 화를 내는 듯햇다. 가게 전체가 제트엔진 속에 들어간 형국이다. 라면 국물이 진한 황산일 때와 같은 기분이다.나는 오히려 방금 전의 중년 여성 그룹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조심할 기분도 없기에 나는 바로 자리를 떴다.

올바른 이론은 이러하다.

중년 남녀가 존재한다. 고로 커피숍에서의 업무는 3분을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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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책이다. 지은이는 상당히 재미있는 분 같다. 기분전환이 필요하거나 웃음을 필요로 할 때 들춰보면 즐거울 것이다. 제목이 남달라 손에 들었다. 일본에선 홍차를 시킬 때 상당히 유의해야 하나보다. 한 번도 홍차를 카페에서 시켜본 적이 없어 잘 모르는 일이다.

 

일본의 중년여성들도 몇 모이면 시끄럽나보다. 우리나라 중년여성들만 그런 줄 알았다. 그것도 사실 사람에 따라 그러할 것이다.

언젠가 일본여행의 기회가 있었다.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아침에도 한낮에도 어디든 시끄러운 곳은 없었다. 어딜가나 항상 조용조용했다. 뒷골목도 상가도 전철안도 여행지도 온통 정숙 의 분위기였다. 시아버님께서 살아계실 때 우리나라 여자들이 일본여자들 반만 닮아도 나라의 발전이 ... 하며 늘 비교를 하시곤 했다. 그냥 노인이니 그러하시겠지 했다. 일주일정도 일본에 머물렀는데 아버님 말씀에 약간은 수긍이 갔다. 소탈한 모습이나 조용한 모습이나 얌전한 행동이나 모든 것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기도 했다.

 

지은이의 말씀처럼 중년여성이 몇 모이면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혼자 있는 여자는 어떤 나이의 여자든 조용하다. 특히 중년여성 몇 이 모인다면 그릇이 깨질 정도의 소음이 발생할 빈도가 아주 높다. 그 근처에는 가질 않는 것이 가급적 좋을 것이다.

 

언젠가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에 들른 적이 있다. 열 몇 명이 앉아 웃음꽃을 피었는데 주변 손님에게 적이 되는 정도의 소음을 만들어냈다. 웃고 떠들고 박수까지 치면서 이야기를 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주변의 눈치를 엄청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저마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은 듯 보였다.

 

그후 카페에 가려고 해도 그만한 인원이 함께 앉을 공간이 있는 곳은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리의 모임은 식후 카페가 아니라 식후엔 노래방! 이 되었다. 대낮에 노래방으로 향하는 것이다. 노래도 부르지만 그보다 둥그렇게 모여앉아 실컷 떠들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나는 그런 곳을 처음보았다. 워낙 노래방 같은 곳을 다녀본 적이 오래전이라....

 

바닥이 따뜻한 온돌로 되어 있어 너무 좋았다. 집처럼 편하게 앉아 오랫동안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카페보다 돈도 덜 들고 아늑하니 주변의 눈치도 보지 않고 큰 소리로 하하 호호 속이 후련하도록 떠들게 되는 것이다. 정말 카페에서 그렇게 얘기했다면 저 아줌마들이 화통을 삶아먹었나 하고 엄청 눈치를 받았을 터이고 어쩌면 경고조치를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래전 젊었을 때 중년의 여자들이 몇 명씩 모여 있는 곳을 지날 때면 늘 인상이 찌푸려지곤 했다.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교양 없이 큰 소리로 할까 싶었다. ..

가끔 마음 통하는 친구와 얘기를 나눌 때 과거의 이런 생각을 꺼내며 우리가 딱 그나이라며 큰 웃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그러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 조용하고 속내 비추지 않는 일본여인들도 그렇게 시끄럽다니 중년여성의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 것인가?

식구들의 안위를 위해 참고 인내하며 땀 흘리고 희생한 시간들이 셀 수 없을 만큼의 어떤 덩어리가 되어 가슴에 쌓여있을 것이다. 깊고 어두운 그 자리는 사실 환기가 되지 않아 숨이 막힐 공간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곳의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켜주어야 한다. 바람과 햇살이 드나들어야 환한 내면이 되어 가정을 따뜻하게 보살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함께 위로를 하고 위안을 받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 그러나 그렇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조용히 차 한 잔을 마시며 무언가에 집중하는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성인의 모습이 아니다. 교양 있는 모습으로 조분조분 이야기를 해야 함을 기억하도록.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면 찾아보시라. 따뜻한 온돌방으로 되어 있는 노래방이 있다. 실컷 떠드시라.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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