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에 있는 구멍은 정신이 출입하는 문이고, 기와 의지는 오장의 시중을 드는 심부름꾼이다. 귀와 눈이 소리나 색깔의 즐거움에 빠지면 오장이 요동쳐서 안정되지 않는다. 오장이 요동쳐서 안정되지 않으면 혈기가 넘쳐흘러 잠시도 쉬지 못한다. 혈기가 넘쳐 흘러 잠시도 쉬지 못하면 정신이 밖으로 치달아 내면을 지킬 수 없다. 정신이 밖으로 치달아 내면을 지킬 수 없으면 화복이 산처럼 다가오더라도 그것을 식별조차 할 수가 없다.
이목으로 하여금 맑고 밝으며 사방에 통달하게 하여 좋아하는 것에 유혹되지 않게 하고, 기와 의지로 하여금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고요하며 욕심이 줄어들게 하며, 오장을 안정되고 편안하게 하여 기운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하고, 정신으로 하여금 안으로 형체를 지키면서 밖으로 달아나지 않게 하면 지나간 시대를 바라보고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 눈앞의 화복을 곧바로 직시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므로 “밖으로 알아보려고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참 지식은 점점 줄어들게 머련이다.”<도덕경 47장> 라고 한 것이다. 이것은 정신이 밖으로 넘쳐흐르지 않게 하라는 말이다. p111
가혹한 정치가 반란을 만든다
물이 흐려지면 물고기가 입을 벌름거리고, 정치가 가혹하면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 호랑이.표범. 물소. 코끼리를 기르는 사람은 이러한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제공한다. 굶주기고 배부름이 적절하게 해주고 노여움이 없게 하지나 그들이 타고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몸을 위협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윗사람이 꾀를 많이 쓰게 되면 아랫사람도 속이는 일이 많아지고, 윗사람이 일을 많이하면 아랫사람은 꾸밈이 많아지며, 윗사람이 고민에 빠져 있으면 아랫사람은 안정되지 못하고, 윗사람이 요구하는 바가 많으면 아랫사람은 서로 다투게 된다. 근본을 바로잡지 않고 말단에 매달리는 것을 비유하자면 마치 먼지를 날리면서 먼지가 멈추기를 바라는 것과 같고 장작을 끌어안고 불을 끄려는 것과 같다.p141
도의 모습을 말하다
도는 너무 높아 위가 없고 너무 깊어 아래가 없으며, 수준기(수평을 재는 도구)보다 평평하고 먹줄보다 곧으며 컴퍼스보다 둥글고 자보다 반듯하다. 우주를 감싸고 있으면서도 표리가 없고, 모두 담고 있으면서도 막히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도를 체득한 사람은 슬퍼하지도 즐거워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노여워하지도 않는다. 앉아 있어도 생각이 없고 자면서도 꿈을 꾸지 않으며, 사물이 다가오면 드러나고, 일이 다가오면 응한다. p155
군자와 소인의 차이
군자의 도는 가깝지만 도달할 수 없고 낮지만 오를 수 없는데, 어떤 것을 담아도 이겨 내지 못하는 것이 없다. 오래가면서 빛나고 고원하면서 풍성한 것이다. 이것을 아는 방법은 남에게서 구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에게서 얻어야 한다. 자신을 버리고 남에게서 구한다면 도와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군자는 즐거움에서는 여유가 있지만 명예에서는 부족함이 있다 . 반면 소인은 즐거움에서는 부족하지만 명예에서는 여유가 있다. 여유와 부족함의 거리를 보면 군자와 소인의 거리가 먼 것은 매우 분명하다.
입에 머금고 있으면서 토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감정이 있으면서 그 싹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햇다. 군자는 정의로움을 생각하고 이익을 생각하지 않으며, 소인은 이익만을 탐내고 정의로움을 돌아보지 않는다. 공자가 말하기를 “다 같이 곡을 할 때 어떤 사람은 ‘그대를 내가 어찌하리오!’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어찌 나를 버리는가!’라고 말한다. 슬픔은 같지만 슬퍼하는 이유는 다르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슬픔과 즐거움이 사람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깊은 것이다.p160
지극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 지혜를 넓혀라
큰 방울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스스로 훼손되고, 촛불은 빛 때문에 스스로 녹으며, 호랑이와 표범은 가죽의 무늬 때문에 화살을 맞고, 원숭이는 민첩함 때문에 잡힌다. 그러므로 자로는 용맹 때문에 죽고, 장홍은 지혜 때문에 곤경에 빠졌다. 지혜 때문에 알 수 있는 것이지 지혜 때문에 알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므로 험난한 길을 가는 사람은 먹줄처럼 반듯하게 밟고 갈 수 없으며, 숲 속을 빠져나가는 사람은 곧게 뻗은 길을 갈 수 없고, 밤길을 걸을 때 앞이 어두우면 손으로 더듬으며 가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마땅한 바가 있어서 총명함이 쓸모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어둠을 뚫고 밝은 데로 들어간다면 더불어 지극함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163
화복은 모두 자기로부터 생긴다
교만이 가득 찬 군주에게는 충성스러운 신하가 없고,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신용이 없으며, 한 아름이나 되는 나무는 한 줌밖에 안 되는 작은 가지가 없고, 작은 도랑에는 배를 삼킬 만한 고기가 없다. 나무의 뿌리가 얕으면 끝이 짧고 뿌리가 상하면 가지가 마른다. 복()은 무위에서 생기고 근심은 다욕()에서 생기며, 해로움은 대비하지 않은 데에서 생기고, 잡초는 김매지 않은 데에서 생긴다. 성인이 선을 행할 때는 마치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하고, 재앙에 대비할 때는 마치 벗어나지 못할까 두려운 것처럼 한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먼지가 눈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며, 물을 건너면서도 젖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자기를 아는 사람은 남을 원망하지 않고 , 천명을 아는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복은 자기로 말미암아 생기고, 재앙도 자기로 말미암아 생긴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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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 시대부터 권력을 가진 사람이 학자들을 초빙하고 후원하는 일은 많았다. 그 이유는 인재의 등용이라는 측면도 있었지만 일종의 자기 과시나 명분 쌓기 등의 측면도 있었다. 예를 들어 제나라에서는 직하학궁을 두어 인재를 길렀는데, 순자도 그곳에서 배우는 학생 대표로 있었던 적이 있다.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재상이던 여불위도 학자들을 초빙해서 <여씨춘추>를 저술했는데, 그 목적은 제자백가 사상을 총괄해서 가장 방대하고 완벽한 저술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전통은 한나라 시대까지 계승되었는데, 회남왕이었던 유안도 학문과 문장을 좋아해서 주변에 많은 인재를 끌어모았고 그들을 후원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회남자>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회남자>라는 책의 이름은 유안이 지은 것이 아니라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회남자>의 마지막 편인<요략>에는 단순하게 ‘유씨지서( 劉氏之書)’라고 되어 있고, 후한 시대 고요가 해설한 서문에도 <회남왕 홍렬>이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유는 ‘이 책의 큰 의미는 도에 귀착되는 것이므로 홍렬(鴻烈)이라 부른다. ’홍‘은 크다는 의미고 ’렬‘은 밝힌다는 의미다. 즉 크게 도를 밝힌다는 말이다.“라고 그 제목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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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나 아는 이와의 만남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진실 된 약간의 대답으로 맺으면 괜찮을 터인데 가다보면 꼭 내 이야기를 길게 하고는 삼천포로 빠진다. 헤어지고 나면 후회가 밀려오는 경우가 많으니 군자가 되는 길은 멀기만 하다. 쓸고 닦는 일을 하루라도 게을리 한다면 죽을 때까지 소인을 면치 못할 것이다. 너무 도덕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시도 있지만 마음이란 것은 풀처럼 시도 때도 없이 자라나 좋은 땅을 뒤덮기도 할 것이니....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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