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오래된 카페 기행
10년카페를 만드는 비밀
마음을 쏟아부어라
여러카페를 다니다 보니 카페의 흥망성쇠는 매장 인테리어나 커피의 품질보다는 (물론 이런것들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카페 주인이 얼마나 커피에 미쳐 있는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확신이 든다. 일본의 유명 커피 체인인 도토루 창업자가 쓴 책에는 ‘가게가 아무리 겉모습과 소문이 화려하다 해도 손님은 항상 파는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본다’는 글이 적혀 있다. 스타벅스CEO인 하워드 슐츠가 책 제목을 <Pour Your heart into It(마음을 쏟아부어라)로 정한 것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을 터이다. 열정이 담긴 커피를 앞에 두면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커피에는 숨결이 있다. 커피에서 나오는 뜨거운 향이 영혼을 깨우는 느낌이다. 잘 내린 커피 한잔은 시간과 공간을 버티게 한다.
나는 커피 한 잔 한 잔에 나의 마음을 쏟아 붓는다. 만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혹은 어떤 가치 있는 기업에 마음을 쏟아붓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하워드 슐츠
카페는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
미식사이트에서 카페에 대한 평가를 보면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불만을 크게 표출하는 것은 친절이다. 다소 취향에 맞지 않는 인테리어나 그저 그런 커피맛은 참아도 주인이나 직원에게 받은 불친절한 대우에는 격노한다. 식당과 카페의 가장 큰 차이이자 밥과 기호식품의 차이이기도 하다. 식당은 맛만 좋으면 욕쟁이 할머니 집이라도 간다. 하지만 카페는 심리적인 면이 강하다. ‘그 집 커피 맛은 그냥 그렇다’는 평이 돌아도 ‘편하니까’ ‘음악이 좋아서’등의 이유로 찾을 수 잇지만 ‘불친절하다’란 평이 돌면 정말로 꺼리는 듯하다(객관화하기 힘든 커피 맛의 세계에성 리정 수준의 월등하게 뛰어넘는 커피를 만들 자신이 있다면 카페 역시 맛집처럼 행동해도 사람들이 찾을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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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오너들은 이 당연한 섭리를 잘 알고 있었다. “커피와 서비스 중에 한 가지만 택해야 한다면요?” 하고 물으면 커피 맛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오너들도 “당연히 서비스”라고 서슴없이 답했다.
오너의 취향을 카페의 문화로 만들어라
1년 365일을 카페와 함께하다 보면 갑갑하다 느낄법도 하건만 많은 10년 카페의 오너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듯 했다. 카페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간주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카페와 적극적으로 연관시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이다. 베이킹, 공예, 음악, 사진, 여행, 자전거 등 오너가 관심 있는 분야를 카페와 접목시키면 어울리지 않을 게 없다. 즐겨야 배움의 끈을 놓지 않게 되고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많아진다. 즐거움은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도 계속해서 카페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카페는 맛에 심미안이 있는 마니아들만 가는 곳이 아니다. 카페에 흐르는 음악이 좋아서, 카페가 소유하고 있는 책이 좋아서 찾기도 한다. 때론 동우네 커피집처럼 오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자꾸만 찾게 되는 카페도 있다. 즉, 사람들은 자신과 코드가 맞는 카페를 찾는다.
되는 카페도 있다. 즉, 사람들은 자신과 코드가 맞는 카페를 찾는다.
카페의 목적을 즐거움에 두어라.
다양한 취미가 지루하지 않게 카페를 끌고 나갈 힘을 준다면 확고한 목적은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중심을 잡아준다. 카페를 시작할 때의 첫 마음, 즉 ‘카페의 목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카페의 목적을 ‘돈벌기’에 두면 1~2년 장사는 할 수 있어도 10년 이상 유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목적을 카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 두면 자연스레 계산기를 손에서 내려놓게 된다. 카페의 메뉴를 새롭게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수익보다 창작물 자체에 중심을 두는 편이 긴 관점에서 보면 더 생산적일 수 있다...
손님의 취향을 고민하라.
커피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함께 쌓이는 고집과 아집은 늘 경계해야 한다...“..각자의 취향일 뿐인데 커피에 쓸데없는 고집을 넣은거지요. 어떤 일이 있어도 커피를 손님보다 위에 놓으면 안 됩니다. 커피는 커피일 뿐이에요.“
사고를 유연하게 해야 새로운 걸 받아들일 수 있고, 정체되지 않는 카페를 만들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꼭 대단한 커피를 마시고자 카페를 찾는 건 아니다.
커피 이외의 대표 메뉴를 만들어라.
내 카페 옆에 대형 커피체인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공존할 수 있으려면 나만의 대표 메뉴가 반드시 하는 있어야 한다. 카페를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메뉴확보가 중요하다. 대표 메뉴가 꼭 커피나 음료일 필요는 없다. 비하인드 프렡치토스트, 더 테이블의 오렌지 쿠키, 학림의 크림치즈 케이크, 커피스트의 파니니 샌드위치, 티앙팡의 치즈케이크, 나무사이로의 당근케이크, 차 마시는 뜰의 단호박 시루떡, 에그의 팬케이크 등은 카페를 대표하는 사이드 메뉴이자 주력 메뉴에 해가 되지 않게 추가 매출을 올려주는 효자 아이템이기도 하다.
5년을 버텨야 10년을 갈 수 있다.
10년 카페의 오너들은 카페를 경영하면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카페가 아니어도 어떤 일을 하든 반드시 겪게되는 과정이란 걸 알기 때문에 카페만이 줄 수 있는 장점에 초점을 둔다. “회사도 내 맘대로 쉴 수 없지만 카페역시 여유있게 모닝커피를 마시는 느긋한 삶과는 거리가 멉니다.하지만 이 공간에서만큼은 내가 하고픈 모든 것을 실험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에서
이 과정을 거친 사람들만이 10년 카페를 꾸려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흔히 말하길 1년을 참으면 3년을 갈 수 있고 3년을 견디면 5년을, 5년을 버티면 10년을 갈 수 있다고 한다. 이왕이면 버티기보다는 즐기면서 해야 한다. 과정이 즐거워야 10년이란 결과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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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가게에 카페가 들어선지 어느새 몇 달인가? 날마다 흘러들어오는 커피향에 정신이 혼미하다. 흔들린다. 자영업의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도 확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말할 수 없이 흔들리는 것은 그 곳에 문화와 사람과 향기가 머물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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