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비오시는 월요일

다림영 2014. 6. 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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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비가 내린다. 그동안의 높던 기온이 내려오니 한결 살 것만 같다. 음력으로  5월초입인데 한여름처럼 더운 기운으로 맥을 놓고 있었다. 나의 천일홍은 이제 겨우 고개를 내밀고 걸음마 수준이고 봄날은 원래 이렇게 짧았던 것인지 기온 저 혼자만 높이 올라 심란했다세상은 또 왜 이리 어지러운지  더위라도 사라져  당분간 이정도의 기온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비가 오는 날엔 추억의 팝송에 마음이 훌쩍 건너간다. 가을에 들으면 더 좋을 노래다. 

열 아홉 살 이었다. 어떤 키가 큰 남자가 앳된 나를 쫓아왔다. 세련된 언어로 유혹을 했고 어린 나는 그의 모습과 언사에 꿈벅 넘어갔다. 그가 안내한 음악다방에 가게 되었는데 마침  The end of the world가 다방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는 반짝이는 눈망울로 노래의 가사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운명은 그렇게 노래와 함께 흐르게되었다.


키가 크고 말랐던 장발의  대학생은 어찌 늙어버렸을까. 노래가 문득 흐르니 그 옛날의 사연들이 떠오르고 웃음이 지어진다. 

노래가 바뀌었다. Donna...오래전 레코드를 팔면서 자주 올리던 음악이다. 가수는 일찍 명을 달리했다. 그의 영화도 있었는데 앳된 그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손님들에게 청춘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음악을 올려놓던 파랗던 내가 떠오른다.

 

비는 멈추었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멈출 수가 있다. 매일 들리게 되는 슈퍼아저씨가 돌아갔다고 전화가 왔다. 며칠 초상을 알리는 표시가 있더니 아버님이나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보다 했는데 주인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친절하고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하루아침에 가다니 밝게 인사하던 그의 얼굴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아침마다 그의 일터를 지나야 했으므로...

그의 죽음이 거짓말 같기만 하다. 나이도 젊은데....그의 아내가 나의 옆지기에게 살아있을 때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라 했다며 옆지기는 술 한 잔을 한단다. 나쁜 것은 절대 먹지 않으며 몸 챙기며 살던 슈퍼사장님을 생각하며...

 

 

 

 

 

막내 녀석이 여자 친구 사귄다고 좋아하더니 영 기운이 없어 보인다. 어제 휴일에 친구 만나러 안 가느냐 물으니 모르겠단다. 전교 몇 등에 얼굴도 무지 예쁘다고 하더니 사진까지 보여주고 했는데 차인모양이다. 처음에 너무 빠지지 말라고 언질을 해 두었는데 ...일찍이 아픔을 겪어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뭔가 얘기를 해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그냥 두었다. 잘 이겨내고 있으리라 여겨졌다.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는 공부를 하다가 게임을 하다가 핸드폰을 만지다가 하더니 조용한 집에 엄마랑 있으니 좋다고 한다. 내 무릎을 베개 삼아 누운 녀석에게 반찬하고 남은 오이로 여드름 난  얼굴에 붙여주고 나도 붙였다.

그동안 제대로 읽지 못한 신문을 나는 뒤적거렸고 녀석은 잠이 들어버렸다. 늦은 오후에 둘째 녀석이 보내달라는 를 사러 시장에 가는데 녀석이 따라나섰다. 무거운 시장 가방을 모두 들어준다며 한사코 내 짐을 빼앗았다. 해병대를 간다하고 경찰이 되어볼까 하는 얘길 하는데 우리 집은 막내가 큰놈 같고 큰놈은 막내 같다. 어쩌면 한집의 형제가 이리도 다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녀석이 빨리 이별의 아픔에서 헤어나 환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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