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관악산 정상까지 혼자서 다녀왔다.
참 오랜만에 나선 길이다.
모자도 제대로 쓸 수 없을 지경의 거친 바람이 사방에서 몰아쳤다.
관악역으로부터 시작되는 길을 선택했다. 험한바위가 있는 곳이었다.
친구들이 6월중에 계획하고 있어 혼자 나서보기로 했다.
바위나 가파른 벼랑...이런 것 들을 나는 굉장히 싫어한다.
날은 흐렸고 바람은 무슨화가 났는지 잦아들 기색이 없었고 오를수록 험한 바위가
앞을 막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야트막한 둘레길만 돌다가 내려갈 걸 하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돌아서 내려오느니 오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 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향긋한 아카시아 향이 산 길 따라 흘렀다.
굉장했다. 술처럼 취할 것만 같았다.
꽃 향기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몇몇의 여자들은 아카시아꽃을 들고 다녔고 어떤
남자는 귀 옆에 꽂기도 했다. 어릴 적 생각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동네 친구들과 야트막한 산에 오르면 우리는 늘 아카시아꽃을 한아름 따서 줄창 먹어댔었다.
혼자 걷는 것은 둘이 걷는 것과는 또 많이 다르다.
편안하고 자유스럽기는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오르는 것에 점수가 더 가는 것을 보니 부쩍 나이가 들어감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한번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저마다 삼삼오오 두런거리며 오르는 길에 홀로 오르자니 괜스레 눈치가 보인다.
.
산에 오르는 이들의 연령대는 나와 비슷해 보였다.
어찌 알았는지 혼자 온 사람에게 말을 붙이며 신경을 쓰기도 한다.
어느 만큼에서는 그러한 관심이 부담스러워 바위 위에 털썩 눌러 앉아버렸다.
사진을 찍으며 산 아래 풍경을 감상하며 혼자 있게 되기를 기다렸다.
그들이 나를 놓쳤다. 아마도 뒤 따라 오는 줄 알았을 것이다.
“어림없습니다!”... ^^
친절한 사람들에게 괜한 마음을 짓는다. 웃음이 났다.
나는 잘 모르는 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염불사에 도달하니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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