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들어도 들리지 않는 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회오리바람은 아침을 끝내지 못하고 소나기는 하루종일 내리지 못한다. 누가 이런 짓을 하는가? 천지로다. 천지도 영구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그러므로 일을 할 때 도를 쫓는 자는 도와 함께 하며, 덕자는 덕과 함게 하며, 잃은자는 잃은 것과 함께 함이라. 도와 함께 하는 자가 있으면 도도 또한 그를 얻음을 즐거워하고 덕과 함께 하는 자기 있으면 덕도 또한 그를 얻음을 즐거워하나니 믿음이 없으면 불신이 있을 뿐이다. p67
세상에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없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반드시 미리 보이는 징조가 있다. 자연도 이러한데 하물며 사람의 일에 무슨 기미가 없겠는가. 폭풍우가 닥칠 징조를 미리 알 듯이 자신의 일에 미리 나타나는 어떤 조짐을 아는 사람이 눈 밝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자기 속에 있는 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니 그런 사람이 도인이다. p127
병을 병으로 여기면 병이 없어진다.
마음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 약속하고 맹세를 해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또 다시 병을 만든다. 아는 것만으로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 그 아는 것이 체험 속에서 깨달음이 될 때야 비로소 약이 된다. 성인에게 병이 없다는 말은 병을 병으로 알고 고치기 때문이고 보통 사람에게 병이 있는 것은 병이 있는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심각한 환자이면서 환자인 줄 모르고 있는 여기에 문제가 있다.
..지금 살아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고, 자유롭다면 완전히 성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생존해 있다면 건강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지금 자유롭다면 오고감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니...., 지금 별 문제가 없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는 어떤 일을 당해본 사람은 안다.
공자도 언급했다.
“내성불구 부하우하구(內省不구 夫何憂何懼), 스스로 살펴보아 오래된 병이 없으면 무엇을 근심하며 무엇을 두려워 하리오.”p211
공을 세우고 이름이 드러나면 물러나는 게 하늘의 도다.
하늘의 도리는 하고서 물러나는 것이다. 낮과 밤을 바꾸면서도 나서지 않고 계절을 변하게 하면서도 공을 감추는 것이 하늘이다. 자연은 일체만물을 생성.변화시키면서도 이름을 남기려 하지 않는다. 자연은 욕심 부리지 않는 욕심으로 이제 그만할 줄 안다. 사람도 아니함으로써 이루는 도리를 알고 이익이 없는 이익에 만족할 줄 알면 하늘과 같아진다. p223
“두드리면 열어 줄 문도 닫는 게 사람 심리다. 달라 하면 줄 것도 감추고 마는 게 인간이다.”
이러한 노자의 사상을 뒷받침하는 문장이 있다.
“남을 움츠리가 하려면 반드시 잠시 펴게 하고, 약하게 만들려면 반드시 일시적으로 강하게 해 주고, 파멸시키려면 반드시 흥성하게 만들어주고, 빼앗으려면 반드시 먼저 주라. 이것이 미묘한 밝은 원리다.”p231
훌륭한 전사는 용맹스럽게 보이지 않고 잘 싸우는 사람은 절대로 화 내지 않으며 진정한 승리자는 적과 다투지 않으며 사람을 잘 부리는 사람은 남의 아래에 있다. 이런 것을 다투지 않고 이기는 덕이라 하고 이런 것을 사람을 부리는 힘이라 한다. 이처럼 하는 것을 하늘과 짝을 이룬 사람이라 하니 옛날의 도의 극치다.p329
재앙은 만족함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고 허물은 얻으려 욕심 내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다. 그러므로 이제 그만할 줄 아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나 만족한다. p389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듣도록 하라. 귀는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밖에서 들어온 것에 맞추어 깨달을 뿐이지만 기(氣)란 공허하여 무엇이나 다 받아들이니 이런 것을 심재(心齋)라 한다.”
“제가 지금까지 심재(心齋)를 못한 것은 제 자신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심재를 하여 공허하게 되고 사물에 구애되지 않으면 바라는 바 인간이 되겠습니까?”
“두고 봐야지 기(氣)란 어디에나 있으면서 만물을 감싼다. 인간의 생명도 우주의 기(氣)가 모이느냐 흩어지느냐에 다라 좌우되는 것이다. 기(氣)란 곧 허(虛)이기도 한데 갑자기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출입문을 세우지도 말고 울타리도 세우지도 말고 마음의 거처를 일정하게 하여 부득이할 때만 응하도록 하면 그런대로 기(氣)가 모이게 된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좌치(坐馳)란 무엇입니까?”
“인간은 상대적인 세계에 살고 있지만 저 텅빈 충만의 세계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에 햇빛이 가득하여 환히 밝지 않느냐. 사람이 바라는 행복이란 것도 텅 비고 고요한 곳에 모인다. 마음이 공허하면 저절로 지혜의 빛이 쏟아져 사물의 참 모습을 환하게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것이 머물 곳에 머물지 않으면 행복도 손님처럼 왔다가 그냥 달아나고 만다. 이런 것을 ‘좌치(坐馳)’라 하는데 몸은 앉아 있어도 마음은 달리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p453
삶에 있어서는 없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있고 있음으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가 있으니 삶은 문제 아닌 것이 없다. 모든 것은 해석하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므로 이른바 진리라는 것에 매달릴 것도 없고, 진실이라는 것도 허구 위에 서 있는 것이라 거기에 붙들릴 것도 아니다.
그보다 지식에 묻혀 있고, 남들에 가려져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해 내어 스스로 땅을 차고 하늘로 도약해야 한다. 소박한 통나무가 가공하기에 따라 무엇이라도, 어떤 것이라도 되듯이 인간도 온갖 가능성을 지닌 위대한 존재다.
진정한 자신의 존재와 조우하는 것은 곧 신(神)과 만나는 것임을 잊지 말고 남을 찾는 정열로 자신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다. p462
세상사람들은 남의 어리석음이나 실수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언제나 적은 스스로가 부른다. p494
화(火)에는 사실 복(福)이 의지해 있고, 복(福)에는 사실 화(火)가 숨어 있다.
..
본래 행복이나 불행은 서로 꼬아서 이루어진 새끼줄과 같아 서로 엉켜 있기 마련이다. 무엇 하나 단순하고 독립적인 것은 없으니 현상 속에 감추어져 있는 숨은 조화를 찾을 줄 알아야 제왕의 자리를 지키게 된다.
누가 그 궁극의 이치를 아는가. 정상은 없는가? 정상적인 것이 다음 순간 기괴한 것이 되고, 좋았던 것도 다음 순간 요사스런 것이 된다.
좋고 궂은 일이 구분되어 있지 않듯 정(正)과 기(奇)도 , 선(善)과 악(惡)도 마찬가지이다. 무엇 하나 결정적이거나 영원한 것은 없는데 자기 생각이 모자라 허둥대며 꿈을 꾼다. 자기 자신이 변하고 있는 것에는 무심하면서 다른 것이 변하는 것에는 이유를 찾는다. 이유 같은 게 따로 있을 리 없다. 변할 수밖에 없으면 변하는 것이다. p497
그러므로 성인은 자신이 방정하다 하여 남을 절단하지 않으며, 자신이 청렴하다 하여 남을 상하게 하지 않고, 자기가 곧다고 해서 남에게 자랑하지 않으며 빛나도 번쩍이지 않는다. p499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일은 농사를 짓듯이 하는 것보다더 좋은 것은 없다. 오직 농사 짓듯이 하는 것을 일찍부터 도에 돌아간 것이라 한다. 이렇게 빠른 복귀는 이를 말하되 덕을 거듭 쌓는 것이라 한다. 덕을 거듭 쌓으면 능히 극복하지 못할 것이 없고, 능히 극복하지 못할 것이 없으면 그 끝을 알지 못할 것이 없으며, 끝을 알지 못할 것이 없으면 나라를 보유할 수 있다. 나라를 보유케 하는 어머니, 즉 농사짓듯 하는 도(道)는 나라를 영원하게 하니 이런 것을 일러 뿌리가 깊고 튼튼한 장생불사의 길이라 한다. 하늘과 사람 섬기는 일을 농사짓듯 하라.p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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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와 복은 함께 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좋은일이 꼭 좋은일만은 아님을 기억해야 하겠다.
이만큼만이라도 살고 있다는 것...
특별한 변고가 없다는 것...
얼마나 굉장한 행복인가.
새삼 깨우치는 날들이다.
잊지 않으며 감사함으로 자세를 낮추어야 하리라.
어느 순간에 낯선 시간을 만날지 모른다.
백날천날을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빈방에 햇빛이 들어차 따스하고 평온하듯
그 텅빔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예의를 지키며 친절한 행동과 작은 미소로
순하게 이 순간을 사랑하며 지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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