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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기다리며

다림영 2014. 3. 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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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기다리며

 

비상하는 이들이 곳곳에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일탈을 꿈꾸는 시간인가보다. 그러나 난 그러한 것은 두고 소소한 집안일 속에서 작은 기쁨을 맛보는 시간을 기다린다. 언제부턴가 밖으로 향한 마음을 거두게 되었다. 작은 집에서 소소한 일상에 젖어드는 시간이 좋기만 한 것이다. 어쩌면 늙음의 한 형태인지도 모를 일이다.

 

부쩍 믿음이 가고 있는 막내 녀석이 들려주는 피아노 소리에 마음을 뉘이고,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뒤적이며 빵 한 조각에 커피를 음미하는 시간은 휴일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또한 햇살 쏟아지는 창가에 가족의 베개를 내다 말리는 일, 양쪽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구석구석 봄바람이 다녀가게 하고 숨은 먼지를 닦아내는 일, 화분에 물을 주고 이불을 털어내고 신발장과 욕실을 청소하고, 식탁에 앉아 가족의 먹거리에 신경을 쓰는....

너무나도 평범하기만 한 집안일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작은 일들을 애틋하게 기다리는 것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한 듯이.

 

텔레비전으로 보고 듣는 아찔한 사고,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병고에 지친 사람들....

지금 이 순간,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함께 하고 있음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으며 어떤 욕심도 그 앞에 둘 수가 없다.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어떤 고난들로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언사들이 많았다. 욕심에 물이들어 감사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잊고 지냈다. 생의 고난은 보다 성숙되고 맑은 내가 되는 지름길일 것이다. 고난을 이겨내지 않고서 어찌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긍정적인 말 한마디, 작은 미소의 전염성, 낮은 마음의 자세를 순간마다 떠올리며 잊지 않으려 한다.

봄 햇살 속에 차 한 잔을 들고 주말의 거리를 욕심 없이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미세먼지 얘기도 쑤욱 들어가고 햇살은 더없이 따사롭다. 바람은 어디선가 꽃향기를 실어 날으며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선물한다. 환하기만 한 봄날, 볕바른 창가에서 보송하게 말라 기분 좋은 수건처럼, 마음들판에 퍼져있던 습기들이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릴 휴일이 온다. 늦은 시각이지만 동네 시장은 아직 문을 닫지 않았으리라. 솟아나는 근심은 묻어두고 즐거운 마음으로 장을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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