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귤북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회수강을 중심으로 똑같은 종자의 귤나무를 심었는데 남쪽에 심으면 크고 당도도 좋으며 윤이나는 상품의 귤이 되지만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으로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겠지요.
마음을 편안히 가지려면 욕심을 적게 갖는 일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윤택한 생활은 마음의 공허를 낳고 풍족한 의식주는 예저을 소멸시키기 마련입니다. 현대인은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흔히들 내일 일을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내일 일을 모르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확실하게 알고, 또 무언가를 믿고 살 수 있는 길은 마음을 닦는 것입니다. 마음 닦기의 기준 내지 표준은 부처님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생은 성인의 삶과는 정반대로 살기 때문에 불안하고 헐떡거리게 됩니다.
수면 위에 입을 내밀고 뻐끔거리는 물고기의 헐떡거림은 생명을 부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전략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헐떡거림은 쌓아놓고 쟁여 놓기 위한 헐떡거림이고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심의 행위인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일 것입니다. 우리는 눈이 있기에 생명이 약동하는 나뭇가지를 만져보지 않아도 색으로 푸른 봄을 느낍니다. 창공을 비상하는 새의 날갯짓을 보노라면 약동하는 삶에 찬사를 보낼수도 있습니다.
꽃잎은 아름다운 자채를 인가에게 선사한 다음 낙화가 됩니다. 낙화가 아프지 않게 가벼이 밟고 가는 여러분은 천상의 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봄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받고 거부하지 않는 몸짓으로 길을 걷노라면 조갈을 느끼던 내 영혼에는 이미 풍요로움이 넘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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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는 몇 백도 몇 천도씩 화력을 높여 쇳덩이를 달굽니다. 그리하여 쇳덩이가 지니고 있는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대장장이의 성실성이 깃들이지 않으면 불량품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대장장이의 이마에 구슬땀이 맺히고 그의 팔에는 힘이 뭉쳐 있을 때 제대로 된 것이 나옵니다. 대장장이는 한 개의 제품을 만들 때만이 아니라 매번 마다 예전에 그랬듯이 정성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만이 행인의 눈길을 끌 수 있고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입니다.
백천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은 간단합니다. ‘나’라는 집착을 떠나 내가 죽어 다시 날 때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어제의 미혹에 빠진 일상을 생각하면 후회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는 과거나 미래에 살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간 현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항상 현재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합니다.
당나라의 시인 도연명은 다음과 같이 읊었습니다.
지난날의 잘못 고칠 수 없음을 깨달았으니
오는 날에 잘하면 되리라는 것도 알았다
잘못에 든 지가 실로 오래지 않으니
지금이 옳고 어제가 틀렸음을 깨달았노라.
조그마한 고을의 현령으로 있던 도연명은 상급기관으로부터 부당한 감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내 어찌 닷말의 좁쌀 때문에 평소의 지조를 굽히랴” 하고 그 자리에서 관복을 벗고 낙향하면서 읊은 글이 그 유명한 <귀거래사 >입니다. 분명 도연명은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한 것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까지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어제의 일을 참회하고 새롭게 몸과 마음을 다잡으면 나는 또 다른 나로 거듭날 것입니다. 똑 같은 육신을 가지고 새롭게 태어난 나를 생각해 보면 참 신비스럽기 까지 합니다. ..
황소가 아무리 힘이 세도 외나무다리 위에서는 힘을 못쓰고, 물고기가 아무리 빨라도 땅에서는 거북이보다 느린 법입니다. 백척간두에서 한 발짝 내딛는 것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는 대자유인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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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내편>제 3에 있는 양생주의 이야기를 한 번 살펴볼까요. 전국시대 때 양나라 혜왕에게는 포정이라는 이름의 요리사가 있었습니다. 고기를 다루는 그의 모습이 아주 리듬감이 있어 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옛날 무악이었던 상림지무를 보고 있거나 경수지회를 듣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혜왕도 감탄하며 “정말 굉장하구나, 재주라고는 하지만 명인이 되면 이 정도까지 된단 말인가!” 했습니다. 그러자 포정은 칼을 곁에 놓고 한숨을 쉬면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도이지 한낱 재주가 아닙니다. 물론 저도 소를 잡을 때는 소에게 마음이 끌려 제대로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3년쯤 지나는 동안 소의 육중한 모양은 걱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소의 몸에 있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커다란 틈새에 칼을 넣고 커다란 구멍으로 칼을 이끌어 전혀 무리한 힘을 쏟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단 한번도 칼날이 긍계에 닿은 적이 없습니다. 더구나 커다란 뼈에 칼을 맞부딪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 긍계의 긍肯자는 보통 ‘옳게 여기다’의 뜻으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뼈에 붙은 살’의 뜻으로 사용되었고, 보통은 ‘발이 고운 비단’의 뜻으로 쓰이는 계 자는 ‘힘줄 얽힌 곳’의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포정의 경험담은 계속됩니다.
“솜씨가 좋은 요리사쯤 되면 어쩌다 칼을 부러뜨리는 정도니까 일 년에 칼 한자루면 충분하지만, 서투른 요리사는 자주 칼날을 단단한 뼈에 부딪쳐 부러뜨리므로 한 달에 한 자루의 칼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칼을 시작한지 19년 동안 몇 천 마리의 소를 잡았는지 기억조차 없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칼날은 방금 세운 것 같이 번쩍이고, 이도 하나 빠지지 않았습니다. 소의 뼈마디에는 자연적인 틈이 있어 칼을 그 틈에 맞추어 넣으면 조금도 무리없이 아주 편안하게 칼을 쓸 수가 있습니다.”
이 말을 듣자 혜왕은 재삼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아하 , 참으로 대단한 솜씨로다! 나는 지금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하는 길()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혜왕이 깨달았다는 양생의 길道이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장자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의 생명에는 다함(涯)이 있으나 그 지욕知浴 에는 다함이 없다. 다함이 있는 몸으로 다함이 없는 지식이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 이끌려 가는 것은 더욱 더 위험하다. 그래서 선을 행해도 명리名利에 가까이 하지 말고 악을 행해도 형륙刑戮에 가까이 하지 말며, 선에 기울이지 않고 악에 기울이지 않는 무심한 경지를 지켜, 자연 그대로를 생활의 기본원리로 삼으면 내 몸을 보존하고 천수를 다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인지人知 의 오만을 버리고 무심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양생의 근본적이 도리이기에 어쩌면 포정의 체험담 역시 장자가 이야기한 자연수순을 따르는 사람의 모습을 시사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은 신발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랬기에 미국의 상류층 사람들은 링컨을 그리 호의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신발 수선공의 아들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이 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링컨이 암살당한 것 역시 결코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링컨이 상원에서 첫 연설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링컨이 연설을 하기 위해 막 일어서려고 하는데 한 상원의원이 일어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찌 어찌 하다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당신 아버지와 함께 구두 수선을 위해 우리집에 왔던 사실을 잊지 마시오.”
그말을 들은 링컨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위인들은 모욕을 초월한 사람들입니다. 그 상원의원의 모욕적인 말에 링컨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감사합니다.상원에서 첫 연설을 시작하기 전에 저의 아버지를 상기시켜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제 아버지는 참으로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창의력이 풍부한 장인이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훌륭한 구두를 만드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잘 압니다. 저는 아버지의 장인정신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대통령이 될 수 없음을요. 저의 아버지가 만든 여러분의 구두에 이상이 있다면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아버지만큼 뛰어나지지는 않지만 저도 웬만큼은 잘 합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여러분의 집으로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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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얘기를 읽는 날들..
아주 조용한 시간들... _()_
..한자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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