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페이터의 산문/월터 페이터/하서

다림영 2013. 10. 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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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의 삶은 또 어떠했는지를 한번 더 생각해 보라. 거친 야만인에게도 삶이 있듯이 네가 세상을 떠날 때도 삶은 존재하는 법.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와 나의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했는가! 또 이름을 들어보았다 한들 얼마나 빨리 잊어버리고 마는가? 오늘 나의 이름을 찬미하는 자들은 얼마나 빨리 내 이름을 욕되게 하는가! 명예도, 사람들의 기억도, 그 박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공허한 것, 거친 바람 앞의 모래더미이며, 개짖는 소리이며, 금새 울었다 웃었다 하는 아이들의 변덕일 뿐.”

 

 

이것은 현재에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으며, 이제 막 생겨나려는 것도 그렇고 이미 사라져 버린 것 또한 그렇다. 그런데도 너는 이것들 가운데 하나를 너의 보물로 삼으려 하느냐? 그것은 마치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는 제비에게 사랑을 주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냐?”

 

공사를 떠나서 싸움에 휘말렸을 때는, 때때로 그들의 분노와 격렬한 기질 때문에 오늘까지 기억되는 사람들, 저 유명한 분노의 동기를 생각하고 선인들의 싸움에서 위대한 승리와 패배를 떠올려 보라. 이제 그들은 모두 어찌 되었으며 그들이 싸웠던 전쟁터의 주소는 어찌 되었는가? 그야말로 먼지요, 재요, 이야기요, 신화,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못한 것이다. 그러니 네게 일어나는 일과 같은 , 이런 저런 일들로 몹시 다투고 분개 했던 사람들을 눈앞에 떠올려 보라.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너 또한 그들과 다름없이 너의 일을 떠맡으려 하느냐?”

 

너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얼마나 빨리 소멸돼 버리는지를 생각하라. 그것들의 육신은 만물에 공통된 원소로 돌아가고 그것들의 기억 또한 지나가 버린 추억의 심연속으로 사라진다. ! 그러니 너는 이 조그만 세상에서 시신을 무덤으로 나르는 난쟁이의 영혼처럼 삶을 헤치며 기어가는 것이 아니냐!”

 

너의 육신과 영혼을 죽음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라. 무한한 만물 가운데서 어떤 원소가 네게 주어졌으며, 세상을 채운 정신 가운데서 얼마나 작은 티끌이 네게 주어졌는지, 네 몸을 돌아보고 과연 그것이 무엇이며 노쇠와 애욕과 병약이 네 몸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생각해 보라. 육체의 본질적인 우연성, 그것의 원형을 우연한 현상에서 분리하여 그 본질을 살펴 자연의 만물이 그 특수한 원형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 따져보라.

 

아니 만물의 원리 원칙과 가장 으뜸의 구성 요소는 부패이니, 만물은 곧 먼지며 수액이요, 악취이자 골편에 지나지 않는다. 너의 대리석은 흙의 결정체요, 금과 은은 흙의 찌꺼기이며, 너의 비단옷은 벌레의 잠자리, 너의 자색 옷은 더러운 물고기의 피에 지나지 않음을 생각하라. ! 이러한 것들에서 생겨나 이러한 것들로 되돌아가는 너의 숨결 또한 이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

 

네가 먼지나 재나 앙상한 뼛조각 이상의 것이라면,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죽어가는 천민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희미한 속삭임이나 메아리에 불과한 하나의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만도 못하리라. 게다가 죽은지 오래라면 너의 존재란 얼마나 하찮은 것이냐!”

 

 

현인이나 법률가나 장군이 우러러보이면, 이미 죽어 버린 사람들을 생각하라. 거울 속에 비친 네 얼굴을 볼 때면 네 조상 중의 한 사람, 옛날 로마 황제 중의 한 사람을 생각하라. 그 누구에게서든 너의 현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들의 영원한 거처는 어디인가?

 

그리고 너, 너 자신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 너는 너의 일, 너의 직분, 네 임무의 본질이 덧없는 것임을 과연 알고 있느냐? 그러나 아직은 머물러 잇으라. 마치 맹렬한 불길이 그 속에 던져지는 모든 것들과 열과 빛으로 바꾸듯이, 네가 이러한 것들까지도 네 고유의 본성에 맞도록 동화하기까지는

 

말이 일단 사용되면 진부해지듯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이름 또한 진부해진다. 카밀리우스, 볼레수스, 레오나투스, 그리고 더 뒤로 스키피오와 카토, 아우구스투스, 하드리안, 그리고 안토니우스피우스 등, 이제는 진부한 이름일 뿐이다. 현인들의 병을 치료했던 그 숱한 명의들 또한 병들어 죽지 않았는가! 다른사람 최후를 예언했던 그 현명한 칼데아 인들도 스스로는 불시에 죽음을 당했었다. ...

..

너는 이 거대한 도시의 시민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나 지나온 날을 헤아리지 말며, 그 짧음을 한탄하지 말라. 너를 여기서 보내는 것은 부정한 판관이나 폭군이 아니요, 너를 이리로 데려온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라. 연출가의 명령에 따라 배우가 무대를 떠나는 것처럼, 아직 연극이 띁나지 않았다고 말할 참이냐? 사실 그렇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3막으로 극이 모두 끝나는 수가 있다. 그것은 작가 소관이지 네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 기꺼이 물러가라. 너를 물러가게 하는 것 또한 선의의 결단일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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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터의 산문..

언젠가 그 언젠가 선생님께 들었던가 기억에도 희미하지만 듣기는 했던 책 이름..

어렵고 어렵다만 다 읽었다. 그러나 다 읽었다고 얘기할 수도 없는 것은 머릿속이 하얘졌다는..

다시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이 말씀들이 마음으로 걸어들어오니 세상사 욕심부리면 무엇할까 싶기도 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바라볼 줄 아는 자가 되어 미소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연의 바뀜처럼 저항없이 운명을 받아들이며 견디는 것도 힘이라하니 그 힘으로 오늘을 살아낼 일이다. 집착을 걷어내고 사랑과 온유로...

 

기가막힌 날씨의 연속이다. 하늘도 그렇고 일렁이는 바람조차 아름다운 여인처럼 부드럽기만 하다. 물리치료를 하느라 걷기도 제대로 못하는 나날이지만 받아들이고,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감사히 안아야 할 듯.. 오늘도 이렇게 날은 저물고 젊은 어느청년의 오토바이인가 날개를 달아주면 날아오르겠다. 소리한번 기차다. 더없는 가을의 밤이 어느덧에 동네를 뒤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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