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가난한 사람들/도스또예프스키 중편소설/문학창조사

다림영 2013. 10. 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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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르바라,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어젯밤은 생각보다 훨씬 푹 잘 수 있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개 이사한지 얼마 안 되는 새 집에서는 잠자리가 바뀌어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법인데 말예요. 그건 모든 게 잘 정리돼 있는 것 같으면서도 기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겠죠! 오늘 아침은 정말 상쾌하게 홀가분한 기분으로 일어났습니다 . 마음은 즐겁고 가슴은 부풀어 올랐습니다. 내 말 좀 들어 보세요. 바렌카, 어째서 오늘 아침은 이렇게 멋있을까요! 창문을 활짝 열자 태양은 빛나고 있고, 새들은 지저귀고, 대기는 봄의 훈기로 숨쉬고, 주위의 자연은 모두 싱싱하게 소생하고 있는 겁니다. 아니, 그뿐아니라 그 밖의 모든 것이 봄답게 걸음을 맞추고 있지 않겠어요?

 

오늘은 무척 즐거운 공상까지 해봤습니다만 바렌카, 그건 전부 당신에 대한 공상이었지요. 나는 당신을 하늘을 나는 새에다 견주어 보았습니다. 사람을 위로해주고, 자연에 운치를 더해 주기 위해 창조된 새에다 말입니다. 바렌카, 그 때 나는 이런 것을 생각해 보았지요. 이 속세의 걱정스럽고 고된 속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이, 하늘을 나는 저 새들의 마음 편하고 죄없는 행복을 부러워함은 당연하다고 말예요. 그밖에 이와 비슷한 공상을 이것저것 해보았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모두가 다 엉뚱한 비교지요. 바렌카, 나는 책을 한 권 가지고 잇는데, 그 속에도 이와 꼭 같은 이야기가 정말 상세하게 쓰여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인간의 공상이란 정말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봄이니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도 전부 유쾌하기만 하고, 재치있고 재미있는 것뿐입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공상도 달콤한 것이며 모든 게 장밋빛으로 싸여 있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지루하게 늘어놓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만 실은 이게 모두 그 책에 있는 말들입니다. 그책에서 작자는 그와 같은 희망을 서로 나타내어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나는 새가 되지 못했을까.

하늘을 나는 날쌘 새가 되지 못했을까!

...“

페테르스부르크의 어느 뒷골목의 누추한 아파트에 마카르 제부시킨이라는 중년의 가난한 관공서 서기가 살고 있고 그 방 창문에서 가까운곳에 가난한 처녀가 살고 있었다.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에 그녀는 존재의 희망이었다. .. 그는 날마다 하루의 일과를 편지로 써보내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또 위로받으며 살아가는데 어느날 그녀는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마지막 그의 편지는 이렇다..“당신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브이코프 씨와 함께 광야로 가 버리는 겁니까? 아아, 그건 안 됩니다. 한 번만 더 편지를 주십시오. 한 번만 더 모든 것을 자세히 쓴 편지를 주십시오...”라고 그는 마지막 편지에 썼다. 그러나 사랑하는 그녀는 떠나고 말았다.

 

...“도스또예프시키의 미래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의 첫 이미지는 이런 것이었다. 이 이미지에는, 인도주의의 뉘앙스라기보다는 감상주의의 음영이 깃들여 있다고 할 수 있겠다. .. 이책에서의 첫걸음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인간회복을 지향하는 적극적인 리얼리즘이었다. 이것이 도스또예프스키가 고골리의 방법에 덧붙인 새로운 요소이다.“-작품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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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그날의 일상을 주고받는 편지를 나눈다는 사실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젊은날 펜팔 그리고 수많은 편지들... 이제는 사라져간.. 알 수 없는 계곡으로 빠져드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므로 모든 것을 물리는 바, 책속에서 혹은 영화속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들여다보며 어제보다 손톱길이 만큼만이라도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사람이 되기위해 책장을 넘기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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