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사랑은 특정한 사람과의 관계는 아니다. 사랑은 한 사람과, 사랑의 한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다. 어떤 사람이 다른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나머지 동포에게는 무관심하다면, 그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공서적 애착이거나 확대된 이기주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은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상에 의해서 성립된다고 믿고 있다.
사실상 그들은 심지어 그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사랑의 강렬함을 입증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이것은 위에서 이미 말한 바와 동일한 오류다.
사랑은 활동이며 영혼의 힘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지 올바른 대상을 찾아내는 것만을 필요로한다. 그렇게 되면 그 밖의 일은 모두 저절로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태도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면서도 기술은 배우지 않고, 올바른 대상만을 고르면서 대상만 찾아내면 아름답게 그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태도에 비유할 수 있다.
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랑은 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관계하는 성격의 방향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랑받은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 가지 사랑의 형태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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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무력한 인간에 대한 사랑, 가난한 자와 이방인에 대한 사랑은 형제애의 시작이다. 육친을 사랑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 아니다. 짐승도 새끼를 사랑하고 보호한다. 무력한 자는, 그의 생명이 주인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주인을 사랑한다.
어린아이는 어버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버이를 사랑한다. 어떤 목적에 이바지하지 않는 사랑에 있어서만 사랑은 펼쳐지기 시작한다. 구약성서에서 인간을 사랑해야 할 대상이 가난한자, 이방인, 과부, 고아, 끝으로 국가의 적, 곧 이집트인과 애돔인이라고 한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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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어머니를 통하지 않고서는 호흡할 수 없고 피상적인 성적 차원- 모든 다른 여성을 타락시키는 –을 제외하고는 사랑할 수도 없다. 남자는 영원한 불구자 또는 범죄자가 되지 않는 , 자유로워지거나 독립할 수 없다.
어머니의 이러한 파괴적이고 흡입하는 측면은 어머니의 상의 부정적측면이다. 어머니는 생명을 줄 수도 있고 빼앗을 수도 있다. 어머니는 소생시키는 자이고 멸망시키는 자이다. 어머니는 사랑의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어머니만큼 깊은 상처를 주지는 못한다. 종교적 형상(예컨대 힌두교의 여신 칼리)이나 꿈의 상징에서는 흔히 어머니의 상반되는 두 측면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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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이 서로 그들 실존의 핵심으로부터 사귈 때, 그러므로 그들이 각기 자신의 실존의 핵심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경험할 때 비로소 사랑은 가능하다. 오직 이러한 ‘핵심적 경험’에만 인간의 현실이 있고 오직 여기에만 생기가 있고 오직 여기에만 사랑의 기반이 있다. 사랑은 이와 같이 경험 될 때에만 끊임없는 도전이다.
사랑은 휴식처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고 성장하고 일하는 것이다.
조화가 있든, 갈등이 있든, 기쁨이 있든, 슬픔이 있든 이것은 두 사람이 그들의 실존의 본질로부터 그들 자신의 경험하고 그들 자신으로부터 도피하기보다는 그들 자신을 경험하고 그들 자신으로부터 도피하기보다는 그들 자신과 하나가 됨으로써 서로 일체가 된다는 기본적 사실에 대해서는 이차적인 것이다.
사랑의 현존에 대해서는 오직 하나의 증거가 있을 뿐이다. 곧 관계의 깊이, 관련된 각자의 생기와 힘이 그것이다. 이것은 사랑을 인식하게 하는 열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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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의 실용이라는 관점에서 이 말은 다음과 같은 뜻이다. 곧 사랑은 자아도취의 상대적 결여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사랑은 겸손, 객관성, 이성의 발달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러한 목적에 전 생애를 바쳐야 한다. 나는 이방인에게 객관적일 수 없는 한, 나의 가족에 대해서도 참으로 객관적일 수 없으며 , 역(逆)도 진(眞)이다.
사랑의 기술을 배우려고 한다면 나는 모든 상황에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내가 객관성을 잃고 있는 상황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 나는 자아도취적으로 왜곡된 어떤 사람과 그의 행동에 대한 ‘나의’ 상과, 나의 흥미, 욕구, 공포와는 관계없이 존재하는 나의 현실 사이의 차이점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객관성과 이성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면 사랑의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 가는 길을 절반은 걸어온 셈이다. 우리는 접촉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객관성과 이성의 능력을 획득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객관성을 유보하려고 하고 그 밖의 세계에 대해서도 객관성없이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어느 경우에나 실패했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의 능력은 자아도취나 어머니나 가족에 대한 근친상간적 애착으로부터 벗어나는 능력에 달려있다. 사랑의 능력은 성장하는, 곧 세계와 자신에 대한 관계에서 생산적인 지향을 발달시킥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탈피, 탄생, 각성의 이러한 과정은 필수적 조건으로서 한 가지 성질, 곧 ‘신앙’을 요구한다. 사랑의 기술의 실용은 신앙의 실천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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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이 책을 껴안고 사랑에 대한 심오한 말씀을 읽다가 정신이 혼미해졌다. 간신히 덮었지만 어려운 말씀들이었다.
조선시대 선비 이덕무... 그분처럼 수십번은 읽어야 입이라도 벙긋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 덮어야 하리 머리카락 빠질 듯 하니.. ^^
그래도 행복한 책읽기... 왜 나는 진작에 가까이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매일 얘기하나 귀담아 듣지 않는다. 슬프다. 어릴때의 독서는 평생을 끌고 갈 터인데 안타까운 마음 금할길이 없다.
가을이 깊어가네 추석은 다가오고
마음이 바빠지니 시장만 기웃대나
내손님 보이지않고 글삼매경 해저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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