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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때문에

다림영 2013. 7. 1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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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12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조그만 아이들이 햄버거 집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놀이를 한다. 문에 갇히지 않으려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는 통에 조금 굼뜬 술래는 한 사람도 잡지 못하고 있다. 나도 어릴 때 저런 놀이를 했는데 하며 문에 기대어 건너편 즐거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월이다. 마음만 청춘인 나이에 웬만한 마음 몸 준비 없이는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친구는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지 않은 내게 어쩌려고 그러느냐 한다. 때마다 전화해서 나의 고집불통에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고 별별 것 다 볼 수 있는데 원시인처럼 산다고 된통 난리다.

 

처음엔 꼭 필요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낭비하는 돈이 싫어서 미루었다. 후엔 사람들의 이상한 모습들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떤 지인이 모임의 식사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것은 예전의 문맹인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그런 말을 하는 그와 자리에 함께 있었고 그는 우리 부부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무엇이든 번개처럼 해 내는 스마트폰을 지닌 예의 없는 문명인이 되느니,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문맹 인으로 살아가기로 그때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몇 달에 한번 만나는 모임에도 전화기가 제 몸인 듯 손에서 떼어놓지 않는 모습을 종종 만난다. 손에서 떼어놓으면 다치거나 목숨이 위태롭기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지금, 이 순간 함께 하고 있는 것에 마음을 다하지 않는 어수선한 영혼들이 참 많이 눈에 띈다.

 

세상이 변하니 그에 따라 바뀌어야 하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을 어찌할까.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순간마다 서로의 모습들을 줄줄이 보여주고 때마다 만나 웃으며 주고받는 것이 행복하다면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도 너무 자주 만나면 깊고 고요한 관계를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어느 일정한 시간 서로가 무언가로 채워지고 깊이 고인 후 만나 기쁘고 반가운 은은한 우정을 쌓고 싶다.

그러한 만남의 순간들은 수채화처럼 맑게 그려질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는 헤어짐은 또 얼마나 아쉬운가. 짧은 기다림조차 없는 쉬운 만남의 연속이 헤어짐도 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스마트폰의 폐해에 대해 뉴스에서 자주 듣고 있다. 목 디스크 환자가 부쩍 늘고 있는 것과 디지털치매 , 그리고 중독을 넘어서 심히 걱정되는 집중력이나 주의력 결핍 등등의 뇌에 대한 심각한 사안들로 아이들의 몸이나 정신 건강이 심히 염려되고 있다.

도통 글 한 줄에 집중하기 어렵고 책 한 권 제대로 읽으려 하지 않으니 부모로서 걱정이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인터넷 신문에선가 어느 분께서 문명의 역습과 디지털기기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디지털 단식을 운운하셨다.

육체적 건강에 있어서도 단식을 해서 건강한 몸으로 되돌리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디지털기기로 인하여 정신건강의 위험수위를 넘어서거나 다다르고 있지는 않은지, 그야말로 디지털 단식을 감행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문명의 이기로 즐거움을 누리는 동안 몸의 어디선가는 병이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대부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일터이다. 종일 노트북을 켜 놓고 각종정보와 멋진 사람들의 글과 좋아하는 음악이 나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언젠가 단골손님이 뛰어 들어와 뭐가 틀어졌다며 충전 좀 하자고 내미는데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고 하니 여기도 한 사람 있군하는 것이다. 그녀의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 이란 듯한 표정으로 총총히 나갔다. 세상 어딘가는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친구가 생긴 듯 즐거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오래된 것들을 좋아한다. 향수에 젖어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모든 것에서 서툴고 부족하고 조금 빈 듯한 구석도 많다. 천상 아나로그 형이다.

기다리는 설렘의 시간들을 즐기고 사소한 일상의 여백과 삶의 운치를 좋아한다. 어느 것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가혹한 현실을 이겨내며 용케 몸을 따라와 주고 있는, 지친 나의 영혼을 위해 사방으로 흩어지는 번잡한 삶을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어느 때가 되면 이 빠른 세상과 섞이지 못하고 다 털고 혼자라도 느긋한 곳으로 떠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때마다 일고 있다.

 

과속 문화,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따라가지 못해도 필요치 않은 것에 무심해지려고 한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넉넉해지는 내가 되고 싶다.

삶의 질서를 위해 인터넷을 즐기는 시간 또한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조그만 아이들의 재미있는 놀이를 지켜보면서 세월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받는다. 아이들의 노래를 조용히 따라 부르니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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