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천일홍

다림영 2013. 7. 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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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씨앗을 건네 준 은하 부동산 앞에 벌써 천일홍 꽃이 한 가득 피었다.

분홍과 보라가 섞인 손톱만한 꽃은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 집 앞이 부러워 나의 꽃밭을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지만 꽃은커녕 키도 채 자라지 않아 꽃을 볼 날이 아득 하기만 하다. 이러다 여름 다 지나 가을에나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이 일기도 한다. 늦은 밤 퇴근하면 철문을 단단히 내려놓고 문을 잠그어 버리는데 사방이 꽉 막힌 캄캄한 곳에서 꼬박 아침까지 지내게 되는 것에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주인이 떠난 가게의 철문 밖으로 화분을 내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언젠가 그렇게 내 놓았다가 동네 좀 도둑들에게 꽃을 화분 째 도둑맞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천일홍은 싱그러운 밤바람의 사랑을 실컷 받아야 쑥쑥 자라고 꽃도 마음껏 피워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다 주인을 잘못만나 수 십개의 뾰족한 시계 초침 소리 속에서 편한 잠에 들지 못하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아늑한 잠에 들지 못하니 키가 자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예쁜 꽃을 피울 날은 멀기만 한 것이리라. 그 누구의 가없는 사랑 없이는 사람이고 꽃이고 눈부신 모습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을 나의 천일홍보면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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