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잘 읽지 못하지만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좋아하고 잘 읽혀지는 펄벅의 작품을 골랐다. 장영희 선생님의 아버님과 그녀가 함께 번역한 것이어서 얼른 들었다. ‘살아있는 갈대’ ..우리나라가 배경이다. 펄 벅은 우리나라를 참 좋아 했다고 한다. 몇 번 다녀간 모양이다. 일제 시대가 시작되기 전부터 독립운동으로 그리고 그 다음까지 4대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 하 두 권으로 되어 있으나 마음만 먹으면 이삼일에 다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역사물이다. 이책 저책을 뒤적이며 짬짬이 보았다. 즐거운 소설읽기였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여사는 한국인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여성은 미국여성보다 강한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성에 비해 남성이 약한 것 같아요. 아들은 어머니 손에 너무 귀하게 자라서 약해지고 딸은 그렇게 소중히 여겨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독립심이 강해진 게 아닐까요?”
“글쎄요, 한국 남자가 여자보다 약하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요.”
“그래요? 또 나는 한국여자가 결혼한 뒤에도 서양이나 일본처럼 남편 성으로 바꾸지 않고 자기 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이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여사님 이름을 한국에서는 펄 벅으로 발음하는데,‘벅’이란 성과 비슷한 발음의 성이 한국에도 있어요. ‘박’이라고요”아, 그렇군요. 그러면 나를 ‘펄 박’이라고 불러주세요.나는 그쪽이 좋습니다.“
여사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며칠 후 여사는 서울시의 명예시민이 되었다.
위의 대화는 1967년 초여름에 있었던 <살아있는 갈대>의 작자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펄 벅과 영문학자 장왕록 박사의 인터뷰 가운데 일부이다.
대화에서 알 수 잇듯이, 그녀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각별햇고, 또한 한국의 문화와 관습에 대해 놀랄만큼 해박했다. 그녀는 수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고, 항상 한국과 한국인을 좋아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한국의 전쟁 혼혈아들을 위한 기관을 세우는 등, 아마 외국 작가중 한국과 가장 깊은 작가일 것이다.
19938녀 여류 작가로는 초lch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펄 벅은 1892년에 태어나 1973년에 사망하기까지 무려 80권에 가까운 소설, 단펴집, 전기, 평론집을 출간한, 세계에서 드물게 보는 속필 다작으 작가였다. 그녀는 작가의 최대 사명은 동.서양의 벽을 허물고 인류 전체의 복지사회를 이루는 것이라 생각했고, 미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자란 자신을 ‘정신적 혼혈아’라고 불렀다.
본문 중에서
“현재를 이해하고 흔들림없이 미래를 맞으려면 과거에 있었던 일을 충분히 알아두어야 하느니라.”
.
여기서 그의 아버지는 눈을 지그시 감고 천천히 옛 시를 읊는 것이었다.
바람은 손이 없어도 초목을 뒤흔들고
달은 발이 없어도 하늘을 달리노라
일한은 아버지와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장성할 때까지 그를 가르쳤던 선생은, 사람은 늘 지식을 목마르게 추구해야 하며, 남들에게 배우려면 그들과 같은 입장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
“그때 너는 내 말을 이해하기엔 나이가 너무 어렸다. 그때 나는 속이 텅 빈 갈대이긴 하지만 살아 있는 것이며, 오래된 뿌리에서 새롭게 솟아난다고 했었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죽순은 대장부의 굳건한 기상을 상징한다고도 했었다. 그 대장부는 위대한 시인이건 화가건 아니면 나라의 지도자, 심지어는 반역자라도 좋다. 죽순을 짓밟기는 쉽다. 어린아이도 충분히 할수 있는 일이다. 짓밟기는 쉽지만 만들기는 어렵다. 뭔가를 짓밟고 싶을 때면 그 말을 명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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