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작문육오作文六誤

다림영 2013. 6. 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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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619

 

정민의 世設新語

 

 

작문육오作文六誤

 

명나라 장홍양(張洪陽)이 담문수어(談文粹語) 에서 글 쓸 때 빠지기 쉬운 여섯가지 잘못을 지적했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다를 게 없어 소개한다.

 

첫재는 말을 비틀어 어렵고 험벽(艱險)하게 써놓고 제딴에는 새롭고 기이하지 (新奇)않으냐고 여기는 것이다. 사실은 괴상할 (怪)뿐이다. 참신한 시도와 망측한 행동을 잘 구분해야 한다. 기이함은 뜻에서 나오지 남이 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처음 하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둘째는 뜻을 복잡하게 얽어놓고(鉤深)스스로 정밀하고 투철하다(精透)고 여기는 경우다. 하도 뒤엉켜서 제법 생각도 깊어 보이고, 공부도 많이 한 것 같다. 하나 하나 짚어 보면 겉보기에 그럴듯해 보인 것일 뿐 속임수인(詭)경우가 더 많다.

 

셋째는 만연체로 길게 늘어놓고(蔓衍)창대()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분량으로 독자의 기를 죽이고 보겠다는 심사다. 내용을 알든 모르든 자신의 문장력에 압도되기만 바란다. 글 쓴 저도 모르는 데 남이 어찌 알겠는가? 이런 것은 창대(昌大)한 것이 아니라 바람이 들어 붕 떠 있는 (浮)글이다.

 

넷째는 생경하고 껄끄러운(生澁)표현을 잔뜩 동원해 이만하면 장중하고 웅건(裝健)하지 않으냐고 뽐내는 예다. 읽는 사람의 혀 끝에 남는 떫은맛은 고려하는 법이 없다. 이것은 장중도 웅건도 아닌 비쩍 마른(枯)것일 뿐이다.

 

다섯재는 경박하고 방정맞은 (輕佻)얘기를 펼쳖고 원만하고 부담없다(員逸)고 자부하는 경우다. 제딴엔 유머라고 했는데, 제 수준만 단박에 들통난다.

천박한(野)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섯째는 평범하고 속된(庸俗)표현을 나열하고는 스스로 평탄하고 정대(平正)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사실은 진부(腐)하다. 글은 쉽게 써야 하지만 진부한 것과 혼동하면 안 된다.

 

사람은 비슷한 것을 잘 분간해야 한다. 참신한 것과 괴상한 것, 뒤엉킨 것과 정밀한 것, 잔뜩 늘어놓는 것과 스케일있는 것, 생경한 것과 웅건한 것, 경박한 것과 둥글둥글한 것, 상스러운 것과 정대한 것은 자주 헷갈린다.

 

이 분간을 잘못하면 해괴한 짓을 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천박하게 굴면서 눈높이를 맞춘다고 착각한다. 남들의 손가락질을 칭찬으로 오해한다. 웃기려 한 것이 울게 만든다.

-한양대 교수 .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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