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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쑤기/이생진-
죽 쑤기가 쉽다는데 내겐 어렵다
쌀을 씻어서 물을 밥이 실패할 만큼 많이
아주 많이 고의적으로
밥은 실패하고 죽은 성공하도록
그렇게 물을 많이 넣고 끓였는데도
죽이 안 된다
이상하다
밥이 실패해서 죽이 되도록
물을 더 붓고 또 끓엿다
그런데
밥은 실패하지 않고 밥이 되려고 부글부글 끓는다
죽 쑤기가 쉽다는데 내겐 어렵다
이번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네 맘대로 해라
하는 식으로 쌀과 물과 불에 맡겼다
그랬더니 이번엔 밥도 실패하고 죽도 실패했다
결국 다 실패하고 나니 죽이 된다
그제야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죽은 실패해야 죽이 되는구나 하고
죽이 죽으로 성공해도
죽은 실패한 죽이다
이상한 말인데 말이 된다
그렇다면 죽은 음식으로서는 실패한 음식인데
음식이 된다 그 말이지
그래서 나는 그 실패한 죽으로
실패한 건강을 되찾았다
세상사 모두가 실패지만
바꿔 생각하니
모두 성공이어서 웃었다.
출처 : 시와 글벗
글쓴이 : yangg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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