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다림영 2013. 6. 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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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릴 듣길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기 위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기 위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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