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혼자 웃다

다림영 2013. 3. 2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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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한시

조선일보 320일 수요일

 

혼자 웃다

 

곡식 가진 이는 먹을 식구 없는데

자식 많은 이는 굶주려 걱정이다.

고관은 영락없이 바보인데도

영재는 재능 써먹을 자리가 없다.

두루두루 복을 갖춘 집 이렇게 드물고

극성하면 대개 쇠락의 길을 밟는다.

아비가 검소하면 자식은 방탕하고

아내가 똑똑하면 남편은 어리석다.

달이 차면 구름이 자주 끼고

꽃이 피면 바람이 망쳐 놓는다.

세상사 모두가 이런 것을

혼자 웃는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獨笑)독소

有粟無人食(유속무인식)

多男必患飢(다남필환기)

達官必용遇(달관필용우)

才者無所施(재자무소시)

家室少完福(가실소완복)

至道常陵遲(지도상능지)

翁嗇子每蕩(옹색자매탕)

婦慧郎必癡(부혜낭필치)

月滿頻値雲(월만빈치운)

花開風誤之(화개풍오지)

物物盡如此(물물진여차)

獨笑無人之(독소무인지)

-정약용(丁若鏞.1762~1836)

 

다산(茶算)이 강진에 유배된 초반에 지었다. 사회는 참으로 부조리하다. 무능한 이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유능한 이는 능력을 발휘할 자리가 없다. 재산이 많은 사람은 누릴 자식이 없는 반면 자식많은 이는 배고파 걱정이다. 하늘은 한 사람에게 복을 몰아주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그만하면 됐다싶은 삶의 궤도에 오르니 그대부터는 내리막길이다. 그런 부조리와 결함이 인생인가 싶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 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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