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없고 정직한 영혼은 단순하다. 그러므로 단순함은 성실함보다 더 고상하고 순결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진지하고 성실하면서도 단순하지는 못한다. 그런 사람들은 으레 오해가 생길까 걱정하고, 자신의 이미지가 손상되지는 않을지 두려워한다. 또한, 그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언제나 말을 삼가고 행동을 조심한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에도 혹시나 무엇인가 부족하지는 않을지 지나치게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때문에 상대방 역시 그들을 조심스럽게 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최대 약점은 솔직하지 못하며 지나치게 계획적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 대부분은 이렇게 계획적이고 거짓된 사람과 사귀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느님 역시 우리와 같은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할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우리가 거울 앞에 앉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복잡하게 생각하며 자신을 자세히 살피는 것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타인에게만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을 반성하지 않은 것 역시 잘못이다. 이런 사람들은 코앞에 닥친 일만 신경을 스다 보니 오히려 단순해지지 못하고 더욱 복잡해져 간다.
아래 두 가지 상반된 사례를 살펴보자.
한 사람은 인류와 하느님을 위해 자신을 송두리재 희생하는 인물이다.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이 매우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자아의식이 매우 강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혼란한 상황을 접하게 되면 금세 안절부절 못하며 마음의 중심을 잃고 만다. 얼핏 보기에 그들은 매우 위풍당당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없이 어리석다.
전자의 시야는 매우 편협하며, 그는 눈앞에 보이는 일에만 사로잡혀 있다. 후자는 지나치게 자신을 중요시하며 자신의 내면세계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허황된 망상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물론 둘 다 잘못된 것이지만 굳이 서로 비교하자면, 후자가 전자보다 더 유해하다. 후자의 똑똑함은 진짜가 아니라 어리석음의 가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똑똑함을 가장한 가면은 종종 사람들을 유혹해 잘못된 길로 빠뜨린다. 심지어 자신만 옳다고 착각하기도 하며 맹목적인 열광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성이 아닌 감성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후자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는 ‘착각’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단순함에도 정도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나치게 냉정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열정적이지도 않은 삶을 살아간다. 아울러 우리의 영혼은 외부 세계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속 자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만을 들여다보지 않으며 자신에 대한 경계를 늦춪 않는 것이다. 또한 영혼은 우리가 굴레를 벗고 탄탄대로를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출발하지도 않고 발걸음만 계산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되며 이미 지난 세월을 뒤돌아 볼 필요도 없다. 나아가 망설이지 말고 뒤돌아보지 않는다면 진정한 단순함을 가슴에 품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함은 결코 유치한 것이 아니다.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격고 난 다음에나 느낄 수 있는 진실한 감정이 바로 단순함이다. 단순함은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정직하고 욕심 없는 인격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단순함은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 아닌, 순수한 감정이다. 또한 단순함은 결코 천박하지 않은, 복잡함을 겪고 나서 깨닫는 지혜이다.
단순함은 모든 사람들과 화목하게 어울리는 마음이며, 세상의 한도와 법칙을 지키는 일종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함은 욕심없고 정직한 영혼의 인격이다.
<철학의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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