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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찾아오는 사람이 진짜다

다림영 2012. 12. 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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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찾아오는 사람이 진짜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世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

 

질풍에 억센 풀을 알 수 있고, 난세에 충신을 알 수 있다.“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할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강한 바람을 만나면 약한 풀은 쓰러지지만 억센풀은 쓰러지지 않는다. 충신도 평화시에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난세를 당해 보면 충신인지 아닌지가 판명된다. 공자는 변화무상한 고난의 삶을 살면서 많은 부류의 사람을 만나삳. 시류에 따라 바람부는 대로 바람부는대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었다.

 

제자중에도 공자에게 가끔 얼굴을 내미는 사람이 있엇다. 반면에 14년동안 천하를 떠돌아 다닐 대 동고동락하면서 운명을 같이한 제자도 있었다. 공자가 인생의 깊은 깨달음을 통해 사람에 대해 평가한 내용을 살펴보자.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世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

날씨가 차가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 잎이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름에 잎이 무성할 때는 낙엽수들도 함게 푸르기 때문에 소나무와 잣나무의 진가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겨울이 다가와 날씨가 추워지면 활엽수는 낙엽이 되어 떨어지지만 소나무와 잣나무는 그 푸른 잎을 자랑한다. 사람도 인생의 겨울인 고난을 당해보면 그 인품을 알 수 있다. 고난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난을 통해 성숙한 인생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고난 없이 진정한 성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잘 나갈 때 보다는 어려운 때 찾아오는 사람의 인간성이 더욱 돋보인다.

 

세한연후(世寒然後 )지송백지후조야(知松柏之後凋也)란 구절이 유명하게 된 이유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이 내용을 주제로<세한도(世寒圖)>라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추사는 명문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외국문물을 자주 접하여 견문을 넓혔고 중국학문과 서예와 그림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벼슬길도 순탄하여 병조참판까지 올랐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추사는 당파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1840년 제주도로 귀양살이를 떠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당시 그의 나이가 55세였으니 인생의 황혼길에 들어선 시기였다. 그는 9년동안 귀양살이를 하면서 추사체를 완성하는 등 비록 몸은 늙어가지만 예술혼은 더욱 빛나는 완숙의 시기를 거친다.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은 죄인신세이니 그를 가가이 하는 사람들은 불익을 받으므로 멀리서 찾아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제자인 이상적(李尙迪)은 통역관으로서 중국에 갔다 올 때마다 귀한 책자를 구해와 전해주곤 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제자를 높이 평가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세한도를 그려주었다. 국보 180호로 지정된 세한도에 대한 전문가의 그림 해설을 들어보자.

 

이 그림은 귀양살이 5년째인 1844년 제주도에서 그린 것으로 그림의 끝부분에는 추사 자신이 직접 쓴 글이 있다. 이 글에서는 사제 간의 의리를 잊지 않고 북경으로부터 귀한 책들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며 답례로 그려 준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한 채의 집을 중심으로 좌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주위를 텅 빈 여백으로 처리하여 극도 의 절제와 간략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위에는 세한도라는 제목과 함게 우선시상’,‘완당이라 적고 도장을 찍어 놓았다. 거칠고 메마른 붓질을 통하여 한 채의 집과 고목이 풍기는 스산한 분위기가 추운 겨울의 분위기를 맑고 청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른 붓질과 묵의 농담, 간결한 구성 등은 지조 높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인위적인 기술과 허식적인 기교주의에 반발하여 극도의 절제와 생략을 통해 문인화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조선 후기 대표적인 문인화로 평가되고 있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는 우리의 인생의 한 단면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높은 자리에 있거나 잘 나갈 때는 사람의 진가를 알기가 쉽지 않다.

곤경에 처해 보면 그 본심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필자의 지인 중에 부도를 한 번 당했다가 재기에 성공한 중소기업 사장이 있다. 그는 회사에서 부도가 난 후 재기하는 과정에서 인생공부를 톡톡히 하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부도를 맞아보니 인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더라.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동분서주하며 헌신하는 직원들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 반면에 이제 회사는 끝낫다며 막말을 하는 사람도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착하고 성실한 직원들의 선한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어서 이를 악물고 재기에 성공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부도를 통해 인생의 깊이를 체험했다.“

 

인생을 살면서 고난이 없으면 좋겠지만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마다 고난의 보따리를 가슴 속 깊이 품고 있어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는 고난 중에도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용기와 격려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 까닭이다. 오늘날 불확실성의 시대에 공자가 던진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世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는 더욱 가슴을 파고드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

 

<행복한 논어읽기/양병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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