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삶이 웅덩이에 빠졌을 때

다림영 2012. 12. 2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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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을 살았으면서도 나는 두어 차례 그런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나 역시 분노하고 절망하고 통곡했습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했고, 부정도 했으며 빠져나가려 발버둥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몸은 지쳤고, 마음은 시퍼렇게 멍들어 지독한 외로움에 갇혔습니다.

 

두어 차례 절망을 경험하고 자연과 삶을 성찰하면서 나는 삶이웅덩이에 빠져 갇혔을 때 벗어나는 방법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경험이요, 터득이니 보편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까 하여 편지에 담습니다.

 

웅덩이에 갇힌 시간도 내 삶의 귀중한 일부임을 인정할 것, 그 처한 곳에서도 삶을 누릴 것, 포박된 삶의 고통과 갑갑함을 기꺼이 껴안고 삶을 지속할 것. , 내가 처한 그 웅덩이 안에서도 내 삶이 진행되게 할 것. 당장 진전이 없을 지라도 돌이켜 그 시간이 내게 귀한 경험이 되었던 때였음을 회상할 수 있게 처신할 것.

 

 

하루하루가 아픈 나날일지라도 때를 기다려 오늘을 열고 닫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 것. 그 자리에서 썩어 주변과 함께 악취를 만들지 말 것. 그리고 때가 되면 다시 힘차게 여행을 떠날 것. 마치 웅덩이에 고였다가 새로운 물이 밀고 들어올 때 힘차게 바다로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물처럼.

 

 

차나 농기계가 지나면서 만든 언덕은 다시 다른 것에 의해 허물어질 수 있습니다. 빗물이 만든 모래톱 역시 다시 더 큰 빗물에 의해 허물어지는 때가 반드시 있습니다. 얼어붙은 물일지라도 녹아내라는 날이 반드시 도래합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그것을 알면 갇힌 삶의 시간 역시 갇힌 삶의 시간 역시 다 지나가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숲에서 온 편지중에서/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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