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엄마'

다림영 2012. 10. 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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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느 방송에서 엄마’ ‘엄마’ ‘엄마’.... 여기저기서 엄마를 부르며 구원을 요청하는 모습이 담긴 광고를 언뜻 본 적이 있다. 주의 깊게 보질 않았는데 저마다 어떤 두려움으로 소리 높여 엄마하는 부르짖음만 귓가에 멤 돈다.

 

 

어느새 가을은 깊어만 지고 부쩍 경기가 어두워지니 근심이 천근이다. 밤이 늦어 가게 문을 닫으려니 문득 그 광고가 떠오르고 광고 속의 아이들처럼 엄마’ ‘엄마하고 목 놓아 부르고 싶다. 그렇게 부르면  어디선가 마구 달려온  엄마가 나도 구원해 줄 것만 같은 것이다.

 

어느새 나의 엄마는 이제 내가 보살펴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나는 아이들이 큰 소리로 부르면 열일을 제치고 달려 나가는 못할 것이 없는 힘센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이따금 난 다시 아이처럼 엄마를 마구 부르고 싶기도 하다. 다 놓아두고 그냥 엄마만 부르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젊고 힘센 젊은 엄마가 달려 나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만 같다. 엄마는 모든 일을 원도우먼처럼 순식간에 다 해결하고 강력한 그 손으로 내 손을 놓지 않을 것이고 난 아늑한 집으로 아무일 없이 편안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아랫목에 두 다리를 쭈욱 뻗고 단잠에 빠지며 더없이 안온한 고운 꿈결로 날아 갈 것만 같은 것이다.

 

광고 속 엄마를 부르짖는 아이들로 비롯된, 어이없는 생각으로 웃음을 흘린다. 그래도 영화에서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어떤 기계가 발명되면 얼마나 좋을 까 한다. 한때라도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엄마 밑에 어린아이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다. 집으로 돌아가 할 일들이 산더미다. 세 아이들의 엄마인 나는 거친 손으로 가게 철문을 힘껏 내리고 늦은 밤 집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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