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관상의 동물’이라고 한다. 어떤 행위가 반복되어 몸에 익숙해지면 그 이전의 상태는 잊고 새로운 습관이나 행위에 길들여지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탓에 우리는 늘 생활습관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자란다.
실상 사람은 겉만 봐도 대충 그의 신분과 직업 등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작가대로 대학교수는 교수대로 샐러리맨, 군인 등은 그들 나름대로 일정한 말씨나 행동을 갖고 있다.
아마도 한 집단에 귀속되어 생활하다보면 자연 그 방식의 삶과 문화에 젖어들게 되고 그것에 익숙해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익숙해진 형식과 틀이 우리 자신을 잊고 참행복의 길을 떠나 살게 만드는 가장 큰 벽이 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문득 좌선을 하고 있는 마조에게 물었다.
“젊은 승려여, 그댄 거기 그러고 앉아 무엇하고 계시는 건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고자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회양선사는 뒤꼍으로 가서 벽돌 하나를 주워오더니 마조 옆에 쭈그리고 앉아 바위에 벽돌을 갈기 시작했다. 좌선 중이던 마조는 아무리 생각해도 옆에 앉아 벽돌을 갈고 있는 큰스님의 행동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스님, 도대체 무엇을 하시려고 그렇게 벽돌을 갈아대는 겁니까?”
그러자 회양선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응, 이것을 갈아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
마조는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고승들 중에 기이한 행동을 하는 이가 많다지만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스님 , 제 아무리 열심히 간다고 해도 어찌 벽돌이 거울이 되겠습니까?”
그말을 들은 회양선사는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말을 받앗다.
“그래? 그렇다면 자네는 왜 그렇게 앉아 있는건가?”
회양선사의 말을 들은 마조는 깜짝 놀랐다. 다들 성불하기 위해 좌선을 하는데, 도대체 큰스님이란 분은 좌선을 벽돌 갈아 거울 만들려는 우매한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하니 기가 막혔다.
“스님 그렇다면 스님은 도대체 어떻게 성불하시겠다는 겁니까?”
“이보게, 만약 사람이 소 달구지를 몰고갈 때 달구지가 가지 않는다면 자네는 달구지를 때리겠는가? 아니면 달구지를 끄는 소를 때리겠는가?”
마조는 속으로 그거야 당연히 소를 때려야지, 달구지를 때린다고 소달구지가 가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리고는 그걸 왜 묻는지 의아해하였다.
그때 회양선사의 말이 또 이어졋다.
“마찬가지라네. 그대는 그렇게 앉아 부처를 얻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대는 좌선이 참된 선()이 앉거나 눕거나 하는 그런 행위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앉은 부처를 닮으려고 한다면 부처가 어떤 형태에 종속된 것이란 말인가? 그대가 만약 어떤 행위에 억매이면 참된 진리는 얻지 못할걸세. 또 앉은 행위에 집착하고 있으면 참된 이치와는 영영 멀어지기만 한다네.”
도를 닦는다는 것은 곧 길을 간다는 말이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저마다의 길을 올바르게 걸어가는 것이 바로 “도”이다. 그저 눈만 지그시 감고 앉아 하염없이 좌선을 해보아야 결국 남는 것은 감퇴된 시력과 관절염밖에는 없다.
참된 수행은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꾹 참는 금욕과 극기훈련이 아니라, 보고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것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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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에 정진하는 것도 좋고, 기술개발을 하는 것도 좋고, 또 구도의 참선을 하는 것도 좋다. 참선에 무슨 문제가 있으랴.
문제는 어떤일을 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행하는 내 마음의 일으킴이 진정 얼마나 참된 내 영혼의 소리이며, 그 길을 향해 얼마나 진실되게 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구도자일 것이다.
우리들 가슴에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영원한 세계가 살아 숨쉬고 있고, 우리의 삶이 사랑과 자유를 향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나아갈진대 정녕 우리 모두는 구도자인 것이다.
그리고 도를 향한 걸음은 그렇게 시작했으면 한다. 외형적인 것으로부터가 아닌 마음의 행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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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굉장하다. 한 노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쉬었다가겠노라 한다. 음료수 한 병을 드리니 시원하다며 좋아하신다. 이 뙤약볕에 왜 나오셨냐하니 그냥 나왔다고 한다. 젊은 노인인데.... 집에 있기가 싫으신지 뭔가 하고 싶은 것도 없는 것 같고 무엇을 배우러 다니지도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는 모양새다. 나 혼자 그를 속으로 안타까워 한다. 꼭 무엇을 해야만 좋은 삶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인생의 길이란 정답이 없을 터이지만 그래도 아까운 시간을 그저 동네구경이나 하고 다니는 것은 젊은 노인에겐 좀 그렇게 보인다.
한참을 그냥 앉아 이것저것 물어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보따리 풀어놓듯 펼쳐놓는다.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는 일은 쉽지 않다. 잠깐씩 나누는 이야기는 괜찮지만 시간을 넘기면 아무일 아닌 것 같지만 금새 지치고 만다. 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란 더군다나 더하다.
나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가게에 든 손님은 누구에게든 좋은 상대가 되어야 하고 그것은 곧 알게 모르게 공덕이 되어 복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꼭 무엇을 받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사이 친정어머니가 오셨다. 이 더위에 노인 회관에 봉사를 하고 들린 것이다. 먼저 내게 들린 노인은 친정어머니보다 훨씬 젊은 사람인데 무료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또 다른 노인은 무더위에도 봉사활동을 하신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일과다. 나보다 삶을 훨씬 오래 산 노인에게 이렇게 하셨으면 좋겠다 혹은 저렇게 사는 것은 어떨까 하며 권하는 것도 우스워서 그의 얘기만 들어주었으나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무엇을 하든 어떤 일 속에 있든 그것에 몰입을 하고 진심으로 임하는 것,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에겐 도 일 것이다. 그러니 그분이 그렇게 다니는 것도 그분의 길이려니 한다.
저마다의 생각으로 삶을 일구고 자신의 길(道)을 정성껏 가는 것, 그것이 도道라 말씀하시니 오늘도 그 길에 마음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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