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사랑의 풍경/시오노나나미 에세이/한길사

다림영 2012. 7. 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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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사원에서 행해진 축제 미사를 주관하기 위해 교황 조반니 8세가 바티칸을 나와 테베레 강을 건너가는 도중 심한 복통이 엄습했다. 하지만 행렬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교황용 가마 위에 앉아 필사적으로 격렬한 통증을 견뎌야 했다. 연도의 군중들이 지르는 환성이 오늘만큼은 성가시게 들렸다.

 

라테라노 사원에 도착했을 때 진통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미사가 시작된 지 얼마 후 다시 똑같은 통증이 왔다. 그녀는 거의 사람이 이겨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의지력만으로 참고 견뎠다. 격렬한 통증은 파도처럼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해 길게 이어지는 미사시간 내내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미사가 다 끝나가 찬미가의 합창이 시작되었을 때 마침내 조반나는 참을 수 없게 되엇다. 창백한 얼굴이 되어 제단앞의 돌계단 앞쪽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사람들이 달려왔다. 그때 금색 비단실로 짠 교황의 옷자락 끝에서 진홍빛 피가 새어나와 대리석 계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보았다.

 

교회안은 무슨 일인가 하여 놀라는 사람들로 발칵 뒤집혔다. 그때였다. 교회안의 공기를 깨기라도 하듯 응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누구나가 머리를 세차게 맞은 것처럼 잠잠해졌을 때 또 다시 건강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교황청 관계자 가운데 몇몇이 도저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사건에서 교황을 구출하려는 생각이라도 했는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기적이다! 기적이야!”

그러나 이것은 아무래도 헛수고였던 것 같다.

아기를 낳은 교황은 교회 옆 도구를 넣어두는 방으로 옮겨진지 얼마 안 되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죽었다. 태어난 아기는 교황청에서 추방당할 것을 각오하고 눈물을 흘리며 사실을 고백하면서 아이만은 달라고 애원한 파올로에게 전해졌다. 그후 부자의 소식은 알려져 있지 않다.

 

적당히 처리되는 일이 많았던 암흑의 중세 그리스도교 세계에서도 이것은 스캔들 중의 스캔들이었을 것이다. 로마 교회는 이 모든 것을 어둠에 묻어버렸지만 민중은 좀더 상냥했다.

 

여자였던 교황 조반니 8세가 축제일 때마다 바티칸에서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사원으로 다녔던 길에 얼마후 그들 손으로 아이를 안은 어머니 상이 세워졌다. 어머니의 머리에는 교황의 삼중관이 씌워져 있었다.

..

..

끝으로 교황청의 공식기록이라는 것을 적어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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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8(재위 872~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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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청소를 잠시 두고 사랑풍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무엇이든 어떤 작은 여유라도 있어야 감상할 수 있는 것....

감상이라기보다 그냥 복잡한 현실을 잊어보려 선택하는 책읽기

조금씩 읽다보니 다 읽게 되었다.

 

걷다보면 걷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가고자 하는 곳에 가게 되는 것이

인생여정이리라. 오늘도 어제처럼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책장을 넘긴다.

내일이면 또 잊고 말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마음으로 걸어오는 글귀들과

눈을 맞추고 길을 찾는다.

 

그 오래전에도 사랑은 참 대단했다. ‘사랑이란 말을 입에 올리기 참으로 어색하고 유치해 보이는 듯 나는 느껴지나 , 책속 내용은 전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다니 굉장한 옛사람들이다. 사랑이 생의 전부인양 하나같이 자신을 던졌다. 사랑을 죽음으로 맞바꾸기도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기도 했다. 지금의 사람들은 아마 그러지 않을 것 같다. 적당히 , 적절한 순간에 빠지고 치울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위해 현명한 일이다.

죽을것처럼 사랑하는 이들의 얘기 속에 며칠 잠겨 있었다 엄청난 사랑의 풍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굉장했다. ‘사랑이 도대체 무엇인지 ...  참으로 어리석은 인간이 아닐 수 없다. 지나고 말면 다 그뿐인데 말이다. 한줄기 바람 같은 것일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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