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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다림영 2012. 5. 3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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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아버지가 떠오르는 요즘이다. 아버지는 친구도 만나지 않았고 늘 혼자셨다. 이르게 퇴근하여 조그맣고 동그란 상에 소주병 하나를 올려놓고 혼자 그렇게 드셨다.

 

때로 늦게 오실때 그 연유를 여쭈어보면 영화를 보고 오노라 말씀하셨고 또 다른 저녁에는 붓을 잡으시기도 하고  우리와 베드민턴을 즐기셨다. 식구가 많으니  편을 가르고 어두워질때까지 경기를 벌였는데  우리집은 신작로 바로 옆이어서 지나가던 이들이 간혹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참 보기좋은 모습이었다.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우리들 환한웃음과 높은소리들이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잡았으리라.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그때 당시로 봐서는 지금의 젊은 아빠들처럼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분이었다.

친구도 잘 만나지 않고 집에 일찍들어와 우리와 함께 하거나 소줏잔을 기울이신 아버지, 생각해보니 나는 엄마보다 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불철주야 가족을 위해 자신의 생활은 없으셨던 아버지. 그저 아침이면 회사로 저녁이면 집이 전부였다. 아버지의 사치는 정말 어쩌다 한번 영화를 보거나 매일마다 붓을 잡는 일이었다. 다만 그것으로 아버지는 마음을 다스리며 가장으로서 책무를 다하신 것이다.

영화조차 마음 줄 수 없는 나의 요즘이다. 마음이 편해야 영화에 눈길이 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나보다 괜찮으셨을까. 아니 아버지의 마음은 나보다 훨씬 깊고 자유로웠던 것이리라.

 

 

아버지 제사가 곧 돌아온다. 아버지는 쉰셋에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셨다. 쉰하나를 맞는 내 나이때다. 이렇게 젊을 때에 느닷없이 생을 마감하셨다. 나의 막내동생이 초등학교 오학년이던 때....아득했던 그때가 영화처럼 스쳐간다. 

......

 

이제와 내 마음 무거운 것을 보고 매일 밤 퇴근무렵마다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나를 돌아본다.

열아홉살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날마다 울던 나에게 자주하시던 아버지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 엄마 아버지가 옆에 있는데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하니?..."

아버지 말씀은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아버지는 안계시고 나는 이런저런 삶의 걱정으로 오늘도 고뇌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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