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농땡이를 부린다.
약간 무리를 하면 교단에 설 수 있는 경우에도 절대로 교단에 서지 않는다.
"계획이 틀어졌어."
이렇게 단순한 이유로 사흘씩이나 일을 쉰 적도 있다. 물론 휴강한 수업은 나중에 반드시 보충한다.
그리고 그 사흘동안, 내가 하는 일은 역사 소설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식으로,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인데, 이런 재충전 덕분에 다음 날부터 힘찬 모습으로 일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반드시 컨디션이 나쁠 때가 있다. 그런 슬럼프에 빠졌을 때 무리를 하면 나중에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동료 강사나 학생들에게, 슬럼프에 빠지면 농땡이를 부리라고 말한다.
슬럼프에 빠지면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지게 마련이다. 눈앞의 일만을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다가 주변 상황을 간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체를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부분을 해결할 수는 없다.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난 위치로 이동함으로서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도 보완할 수 있다.
슬럼프란, 하나의 그릇에 물이 가득 찼다면 당연히 다음 그릇을 준비해야 한다. 같은 그릇에 계속 물을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그릇을 교환하는 시간이 바로 농댕이를 부리는 시간이다. 한계에 이르렀을 때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다음스텝을 내디딜 수 없는 것이다.
농댕이는 세상의 상식에 위반된다.
하지만 그런 틀에 박힌 상식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해 내는 기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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