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초원의 집/로라잉걸스

다림영 2012. 5. 1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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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이야기 /플럼 시냇가 중에서

 

읍내에 가다
go tn town

 

그때부터 또 한바탕 법석이 일어났다. 모두 서둘러 외출준비를 하느라 종종걸음을 쳤다. 제일 좋은 겨울옷을 차려입고, 외투와 숄로 온몸을 감싸고 마차에 올라탔다. 해는 눈부시게 빛나고, 찬바람이 코를 물어뜯었다. 딱딱하게 얼어붙은 땅에서 싸락눈이 반작 거렸다.

 

아빠는 마부석에 앉았고, 그 옆에 엄마와 캐리가 바싹 붙어앉았다. 마차 바닥에 담요를 깔고 앉은 로라와 메리는 서로 체온을 나눌수 있도록 숄 두 장을 함게 둘러스고 바싹 달라붙어 있었다.잭은 앞문 계단에 앉아, 가족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앗다. 잭은 가족이 곧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샘과 데이비드도 이제 아빠가 집에 돌아왔으니 만사가 잘되었다는 것을 아는 듯이, 아빠가 "우어!"하고 말할 때까지 경쾌하게 달렸다. 아빠는 피치 씨네 가게 앞 말뚝에 말을 묶어놓았다.

 

아빠는 우선 집을 지을 때 외상으로 산 목재 값의 일부를 피치 씨에게 갖다 준 밀가루와 설탕 값을 치렀다. 이어서 아바는 남은 돈을 세어보고 메리의 신발을 샀다.

메리가 신은 새 신발은 반짝반짝 빛났다. 로라는 그것을 보면서, 메리가 맏이라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메리의 헌 신발은 항상 로라의 발에 맞을 테고, 따라서 로라는 절대로 새 신발을 신어보지 못할 것이다. 그때 엄마가 말했다.
"로라한테 새 옷을 만들어 줘야지."

로라는 판매대에 있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피치 씨가 선반에서 예쁜 모직 옷감을 내리고 있었다.

 


지난 겨울, 엄마는 로라의 겨울옷에서 접어넣은 부분과 솔기를 모두 꺼내 옷을 늘였다. 올 겨울에는 그렇게 늘인 옷도 너무 짧아졌고, 소매에 구멍이 났다. 옷이 몸에 너무 꽉 끼었기 대문에 소매에 뚫린 구멍으로 팔굼치가 빠져나왓다. 엄마는 구멍에 헝겊을 덧대어 말끔하게 기워 주었다. 바느질 솜씨가 좋아서 기운 자국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옷을 입으면 로라는 왠지 초라한 누더기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새 옷은 꿈도 꾸지 않았다.


"로라야,이 금갈색 플란넬은 어떠냐?" 엄마가 물었다.
로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피치 씨가 말했다.
"이 옷감은 아주 질기니까 오래갈 겁니다. 그건 제가 보장합니다."
엄마는 금갈색 헝겊에 빨간 띠를 걸쳐 놓고 말했다.
"이 띠를 목둘레와 소매와 허리, 세 군데에 장식으로 두를까 하는데, 로라야, 네 생각은 어떠냐? 그러면 예쁠까?"
"네 엄마!"
로라는 고개를 들었다. 로라의 눈과 반짝 반짝 빛나는 아빠의 푸른 눈이 만나서 춤을 추었다.
"여보, 그걸 사." 아빠가 말했다.

 

 

피치시는 예쁜 금갈색 플란넬과 빨간 띠를 긴 자로 재서 잘랐다.
메리도 새 옷이 필요했지만 피치씨네 가게에는 메리의 마음에 드는 옷감이 없었다. 그래서 로라네 가족은 모두 길 건너에 있는 올슨 씨네 가게로 갔다. 여기서 메리는 마음에 쏙 드는 감색 플란넬과 황금색 띠를 찾아냈다.

올슨씨가 옷감과 띠의 치수를 재는 동안, 메리와 로라는 찬탄하는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넬리 올슨이 가게로 들어왔다. 넬리는 작은 모피 케이프를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넬리는 푸른색 플란넬을 보고 콧방귀를 뀌면서, 시골뜨기한테 딱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 모피 케이프를 자랑하려고 몸을 빙그르르 돌리면서 말했다.

"내가 뭘 얻었는지 봐!"
로라와 메리는 그것을 보앗다. 넬리가 물었다.
"로라야, 너도 모피 케이프를 갖고 싶지 않니? 하지만 네 아빠는 사 줄 수 없어. 네 아빠는 가게 주인이 아니니까."
넬리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앗지만, 감시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다. 로라는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못하고 넬리에게 등을 돌렸다. 그러자 넬리는 깔깔 웃으면서 가 버렸다.


엄마는 캐리의 망토를 만들기 위해 따듯한 옷감을 사고 있었다.
아빠는 완두콩과 밀가루, 옥수수가루, 소금과 설탕과 차를 사고 있었다. 다음에는 등유를 사고, 우체국에도 들러야 했다. 읍내를 떠나기 전에 정오가 지나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빠는 샘과 데이비드의 걸음을 재촉했다. 말들은 집까지 줄곧 빠른 속도로 달렸다.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끝낸뒤, 엄마가 꾸러미를 풀었다. 모두 예쁜 옷감을 실컷 보면서 즐거워했다.
"되도록 빨리 옷을 만들어줄게. 이제 아빠가 돌아오셨으니까 모두 다시 주일 학교엑 ㅏ야해."
"여보, 당신 옷을 만들려고 골라놓은 그 회색 모직은 어디 있지?" 아빠가 물었다.


엄마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아빠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 옷감을 사지 않았다고 말할 작정이야?"
엄마는 아빠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럼, 당신이 골라놓은 그 새 외투는 어떻게 됐죠?"
아빠는 멋적은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여보. 하지만 메뚜기 알들이 깨면 내년에도 수확을 얻지 못할테고, 내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는 한참 기다려야 돼. 아마 다음 수확철에나 돈을 벌 수 있겠지. 내 외투는 아직 충분히 입을 수 있어."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엄마는 아빠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지녁을 먹은 뒤, 밤이 와서 등불을 켰다. 아빠는 케이스에서 바이올린을 꺼내더니, 사랑스러운 듯이 음을 맞추었다.
"이게 그리웠어."


아빠는 가족을 둘러보면서 말하고,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햇다.<조니가 집으로 돌아올때>와 <상냥한 소녀, 예쁜 소녀, 내가 남겨두고 떠난 소녀!>를 연주하고 ,<나의 켄터키 옛집>과 <스와니 강>을 켜면서 노래를 불렀다. 다음에는 아바의 바이올린에 맞추어 모두 함께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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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부터 불현듯 나는 이 <초원의 집>을 읽고 싶어 다니던 도서관에서 책을 찾았지만 없었고 아이들 만화로만 있어 포기했다. 산을 넘어 가는 큰 도서관에 아들이 부탁한 책을  빌리러 갔다가 도서관을 바꾸게 되었고 그곳에 이 책이 있어 읽기로 했다.

 
몇년전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한 삼십년전 아니 사십년전일까...일요일 오전 11시정도면 <초원의 집>을 한시간 정도 방영했던 것으로 알고있다. 흑백이었는지 칼라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간이면 아무것도 하지않고 정신없이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로라를 응시하며 아름다운 가족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로라의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뚜렷하게 떠오르는데 참으로 반듯하고 따뜻한 부모였다. 어렵고 힘든 삶속에서도 한번도 아이들에게 좋지않은 모습을 보인적 없는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말썽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로라, 착한 메리 그리고 아기... 책을 읽으며 마음속에 남아있던 그들과 그들의 이웃들의 영상이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라 마음 따뜻해지는 날들이다. 여덟권인가 일곱권인가 있는데 앞으로 계속 읽을 예정이다. 우리집 막내에게 함께 읽자고 했더니 처음에 재밌네 하며 넘기는가 싶더니 침대 구석에 엎어져 있는 책이다.

 

이럴수가 없다. 아이들은 빠르게 돌아가는 세계속에 익숙해져서 이렇게 전원적이고 느리고 애틋한 이야기를 도무지 접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

아이들의 잘못은 대부분 부모와 관련이 있다. 결혼하고 이제껏 바깥생활을 한 나다.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내게 원인이 있을 것이다.
지나친 간섭은 안 될 것이지만 집에서도 꾸준히 책장을 넘기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며 짧은시간이라도 가끔은 끼고 다만 두어장이라도 읽어주어야지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어릴때는 늘 그래왔는데 말이다.
 

몇십년이 지났음에도  어린시절 보았던 드라마가 이렇게 가슴속에 애틋하게 남아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쉰이 넘어 그 책을 나는 읽는다.  메마르고 건조한 나의 삶에 아름다운 옛이야기속 미풍으로 환해지는 시간들이다. 온화하기만 한 로라엄마와 너무나 인간적이고 남자다운 로라아빠의 멋진 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가슴깊이 남아있다. 그들처럼 아름다운 부부를 본 적이 있던가 싶다.나의 새로운 목표하나가 설정된다. 로라엄마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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