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이란 한갓 광기요, 세계는 알맹이가 없는 한갓 수증기라고 여겨질 때 ,<경박한>주제에 대하여 <진지하게>연구하는 것만큼이나 내 맘에 드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들을 견디어내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단 한가지의 대상을 정하여 그것에 여러 시간씩 골똘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더 나은일은 없다.
르낭Ernest Renan은 아침마다 히브리어 사전을 열심히 읽곤 함으로써 삶의 위안을 얻었다. 나는 <연구>라는 것에 그 이외의 다른 흥미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은 무엇이나 다 보잘 것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들로 하여금 최후를 기다리는 동안 인내하는 놀이를 배운다는 것은 타기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
따라서 , 인간이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과해 가야 하는 저 엄청난 고독들 속에는 어떤 각별히 중요한 장소들과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 장소, 그 순간에 우리가 바라본 어떤 고장의 풍경은, 마치 위대한 음악가가 평범한 악기를 연주하여 그 악기의 위력을 자기 자신에게 문자 그대로 <계시하여>보이듯이, 우리들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 엉뚱한 인식이야말로 모든 인식 중에서도 가장 참된 것이다. 즉 내가 나 자신임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잊었던 친구를 만나서 깜짝 놀라듯이 어떤 낯선 도시를 앞에 두고 깜짝 놀랄 때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다."
--
탈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가족드라마 한편이 끝났다. 완전 해피앤딩이었다. 인생이 그렇게 어느지점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아주 행복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라는 정의로 마무리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인생은 끊임없이 도처에 복병들이 진을 치고 있어 드라마처럼 그렇게 끝이 날 수가 없을 것이다. 즐거움은 언제나 짧고 고뇌는 길어지니 인생사 장그르니에 말씀처럼 위안을 삼을 무언가가 있어야 하리라.
하여 난 그중 쉬운 책읽기를 물고 늘어지기로 한다. 기억력도 좋지않고 배움도 짧아 어려운 책은 때마도 중도에 포기도 하지만 친구처럼 환하게 다가오는 그와의 만남,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고뇌를 잠깐씩이라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나 늙어 언제 책을 손에서 놓을날이 오게 될지 모르지만 그의 가르침대로 나를 보살피고 사랑하며 고뇌를 잊고 또 정화하며 구불구불한 인생길 탈없이 잘 걸어가야 할 것이다. 험한세상 단 하나뿐인 나의 친구의 손을 놓지 않아야 할 것이다.
'책 만권을 읽으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의 명수필 2/법정외 지음 /을유문화사 (0) | 2012.05.11 |
---|---|
이야기속에 담긴 긍정의 한줄/양태석/책/이/있/는/풍/경 (0) | 2012.05.07 |
낙서/김용궁/도서출판 동문사 (0) | 2012.05.01 |
아불류 시불류/정태련그림.이외수/해냄 (0) | 2012.04.28 |
산티아고 가는 길/정민호/ESSAY (0) | 2012.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