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여행

[스크랩] `아니온듯 다녀가소서`

다림영 2012. 3. 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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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 밀려오는 봄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다.도시락을 싸들고 집을 나섰다. 동네 아파트 뒷산 길이 시작이었다. 산 어디에는 겨울의 뒤꽁무늬가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집귀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겨 있었던 터였다. 불현듯 길을 나서고 보니 괜찮았다.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 오솔길을 내려가면서 이 말씀에 젖어들었다.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그래야지..그렇게 아름답게 살아야지..조용하고 고요하게 있는듯 없는듯 없는듯 있었나 ...

 

 

 

 

 

 

가뿐 숨을 몰아쉬며 땀을 흘리며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그 산 위에서 말할 수 없는 어떤 작은 성취를 느끼며 웃는다고 하지만 나는 이러한 소박한 풍경읽기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부지런한 어머니의 살가운 정성으로 아이들의 운동화가 기분좋은 휴일 지붕위에서 마음껏 볕을 쪼이고 있다.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이면 아이들은 힘껏 세상과 힘겨루기를 하며 무사히 집으로 귀가하게 될 것이다.

손가락 하나를 꼽는 휴일 최고의 그림중 하나다.

 

 

 

이 집은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아마도 우리가 중고등학교를 다닐적에도 이 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화려한 그 어느것에도 휩쓸리지 않고 건재하며  왕대포와 함께 순박하게 늙어간다.

나 또한 흰색의 머리카락들이 온머리를 뒤 덮을 때에도 건물처럼 부지런을 떨며 일을 할 것이다.

 

오래된 것들이 눈길을 끌고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나이가 들고 흰머리가 늘어나면서 더욱 그러하다.

세상은 화려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그런것이 꼭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살갑고 정성스럽고 소박한 옛것들이 좋다.

부쩍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모든 것들과 화려한 사람들은 육지같고

나는 그것에서 떨어져 나온 섬같다. 저 장독대 같다.

 

 

 

 

 

 

이것은 본디 모양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대어 그 병폐를 막고자 하는 것인가?

한 세월 살아낸 어느 노인 같다.

 

이른아침 병원에 다녀왔다. 한사람씩 모두를 휩쓸고 지나간 독감이 드디어 나를 방문한 연유였다.

병원문을 열고 들어서니  의자마다 노인이다. 콜록이거나 다리를 붙잡고 있거나 통증을 견디는 몰골이 암담하다.  차마 똑바로 보고 싶지 않았다.

 

삶의 종말에는 저녁노을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면 참 좋겠다.

한때 유행하던 이야기 ...'구구팔팔 이삼사 ' 이었으면 참말 좋겠다.

 

 

 

이 길을 따라 우리는 줄을 맞추어 때마다 산에 다다르곤 했었다.

소녀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해마다 음악삼아 늙어갔을 집 몇채...

아직도 변치 않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준다 .그리고 나는 혼자다.

 

 

당차게 길을 지나는 젊은여자

한때 우리도 그랬지

...

 

 

봄은 그렇게 그 산 허리를 부지런히 내려오고 있었다.

 

 

옆에 있던 무당집은 모두가 철거된지 오래인듯 싶었고 벤취만 숲속에서 저 아래를 내려다 보고 긴 휴식에 잠겨있다.

그에게 일을 주어야 하겠다. 땀을 흘릴 수 있는 ..

그가 허리가 아프다고 할때까지 한참 앉아 있어야지..

가져온 봄나물 향기도 들려주고 흰 술도 한잔 나누어야지..

약간의 땀이 돋았다.

유난히 길었던 추위였다. 꽁꽁 얼었던 땅이 풀리듯 칩거하던 나의 겨울에도 온풍이 밀려온다. 성큼 달려온 봄이 손을 내밀며 웃고 있다.

 

복수초..

 

병목안 -희망의 노란 꽃잎의  봄소식 ..

출처 : 추억의 근명
글쓴이 : 淑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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