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선비를따라 산을 오르다/나종면/이담

다림영 2012. 3. 1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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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 조식의 <유두류록>은 놀러 다니며 경승을 탐구한 것을 볼 수 있는 이외에도, 일에 따라 뜻을 부치는 데에 감분하고 격양한 말이 많아, 사람으로 하여금 늠름하게 하여, 마치 그 사람됨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듯하다.

 

"한번 햇볕을 쬐는 정도로는 아무런 유익함이 없다"라는 말과 ,"끊임없이 발전하는 사람이 되느냐, 끊임없이 퇴보하는 사람이 되느냐 하는 것도 다만 발 하나 까딱하는 사이에 달려 있다"라고 한 말은 모두 지론이고, 이른바 "명철明哲의 행불행이란 따위의 말은 참으로 천고 영우의 탄식을 자아내고 귀신을 어두운 속에서 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가 기이한 것을 좋아하므로 중도中道를 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아! 예로부터 산림의 선비는 대개가 이와 같았다. 이와 같지 않으면 남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 절박기미節拍氣味의 소종래所從來 같은 것에는 약간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이것은 후세 사람 중에 반드시 분별하는 자가 있을 것이다."

 

 

"<중용>에 말하였다. '이적에 처해서는 이적대로 행한다.'이적에서 행하는 것도 오히려 괜찮은데, 하물며 한 나라 안에서야, 그리고 공자도 말하였다.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 산을 좋아하는 것은 인仁을 권면하는 것이고, 물을 좋아하는 것은 지智를 권면하는 것이다. 지혜로우면 한쪽으로 정체되지 않고, 어질면 처하는 데 따라서 편안한 법으로, 산수를 좋아하는 것은 환난患難에 처하는 도道인 것이다."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요즈음 사람이 뇌과학의 성과인 '미국식 웰빙'을 허겁지겁 누리려고 산을 오르지만 옛사람은 어찌 그러했겠는가. 옛사람이 속세를 버리기 위해 초도를 비장하게 건너 산에 들어가서 '속세의 부정'을 겪고 나서, 다시 '속세의 부정'을 부정하고 속세로 돌아옴을 어찌 말로 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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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만 되면 베낭을 매고 산에 오르려고 부지런을 떨었는데 까맣게 잊고 지낸다. 산을 오르는 일에 완전 흥미를 잃었다. 혼자는 물론이고 어느누구와도 나서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이다. 산에 오르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았던 날들이 내게도 있었는지 의문이다. 사람이 이렇게 바뀌다니 알수가 없다. 나는 왜 나는 왜 산에 오르지 않는 것인가?.....

 

사실 그것뿐만 아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 또한 싫다. 복잡하고 잘 사는 세상 ..모든 것이 나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웃으며 산다. 즐겁고 가볍고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집에 종일 머무는 것이 왜 이리 좋은 일인지 요즘들어 안다. 요리를 하고 먼지를 닦고 빨래를 널고 아이들과 함께 부비적 거리며 텔레비젼을 보는 예전엔 아무것도 아닌일이 요즘들어 이렇게 귀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스마트폰을 들고 하루를 사는 이들, 온통 연줄 연줄 끝도 없이 이어진 페이스북,그리고 나는 모르는 생소한  기타등등.... 세상 달라도 참 많이 달라졌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가는 대단한 세상을 나는 따돌리기로 했다. 내가 그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을 먼저 따돌렸다. 웃음이 난다. 언젠가 방송에서 훌륭한 이가 말씀한 방법을 나는 쓰기로 한 것이다. 각별한 삶이다.  몇백만 몇천만이라는 수와 맞서  고요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비축하려면 부지런히 책속에 파묻혀야 할 것이다.

 

때가 되면 예전처럼 유유히 혼자서라도 산을 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때 난 지극히 지혜로운 자가 되어 만면에 미소를 품고 한발 한발 천천히 풍경과 어울리며 걷게 될 것이다. 가지런한 흰머리를 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산 아래를 내려다 볼 것이다.  아름다운 옛선비와 같은 모습으로....

 

그저 집 주변의 냇가를 거닐거나  냇물소리를 들으며 하늘  한번 올려다 보는 평범한 일상을 귀히여기는 나날이다. 모든 지금을 행복으로 여기며 오늘 아침에도  냇물을 따라 걸었다. 돌멩이들과 부딪치며 당차게 흐르는 냇물소리, 비를 품은 버들개지의 유혹,  안개 낀 먼 산....

밤 사이 싱그러운 봄은 산허리를 내려온듯하다. 풋풋한 기운이 전신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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