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선생님 , 우리들의 선생님

다림영 2012. 1. 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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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월 20일 一事一言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

 

오래전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이야기다.담임선생님은 점심시간이 되면 매일 순번을 바꿔가며 다섯 명의 아이들과 함게 도시락을 드셨다. 선생님이 싸온 김이며 계란말이며 소시지를 아이들의 도시락 위에 하나하나 정성것 올려주셨다. 선생님은 가난한 집 아이들이 유리병 가득 사온 시큼한 김치만 맛있게 드셨다.

 

다들 어려운 시절이었다. 김치 하나가 도시락 반찬의 전부였던 아이들이 꽤 많았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우리는 우리를 향한 선생님의 진심을 알고 있었다. 선생님의 세심한 관심과 사랑으로 우리는 가난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 받았다.

 

어느 미술시간이었다. 선생님은 정성을 다해 그린 그림은 모두 교실 뒤에 붙여 놓겠다고 말하셨다 .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우리는 정성것 그림을 그렷다. 미술 시간이 있었던 다음 날 아침,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교실 뒷벽에 붙어 있는 그림들때문이었다. 우리가 그린 60여장의 그림들이 교실 뒷벽을 가득 덮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손에 손을잡고 교실 뒷벽을 함께 오르고 있었다.

 

잘 그린 그림이든 못 그린 그림이든 함께 손을 잡고 가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하셨다. 잘 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함께 손을 잡고 가야한다고, 그 뒤로도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번씩 의자와 책상을 사다리처럼 높이 높이 세우고 우리들이 그린 그림을 교실 뒷벽에 붙여 놓으셨다. 아이들이 돌아간 교실바깥에 어둠이 내릴 때까지, 흔들리는 책상 위에 서서, 선생님은 혼자 그림을 붙이셨다.

 

이철환. 에세이집 '연탄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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