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습정투한習靜偸閑

다림영 2012. 1. 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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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조선일보 정민의 世說新語

 

하는 일 없이 마음만 부산하다. 정신없이 바쁜데 한 일은 없다. 울리지 않는 휴대폰의 벨소리가 귀에 자꾸 들린다. 갑자기 일이 생기면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왠지 불안하다. 너나 할 것 없이 정신 사납다. 고요히 자신과 맞대면 하는 시간을 가져본 것이 언제인가?

 

"세상맛에 푹 빠지면 바쁨을 구하지 않아도 바쁨이 절로 이르고, 세상맛에 덤덤하면 한가로움에 힘쓰지 않아도 한가로움이 절로 온다<世味濃,不求忙而忙自至;世味淡,不偸閑而閑自來>"명나라 육소형<陸紹珩>이"취고당검소<醉古當劍掃>"에서 한 말이다. 관심이 밖으로 향해 있으면 바브단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마음이 안쪽으로 향해야 비로소 한가로울 수 있다.

 

바쁘기를 구하는 것<求忙>과 한가로움에 힘쓰는 일<偸閑>의 선택은 세상일에 대한 관심 정도에 달린 것이지, 내가 도시와 시골 중 어디에 있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덕무<李德懋>는 '원한<原閒>' ,즉 한가로움의 의미를 풀이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저 작은 마음이 소란스럽지 않은 자기 드물다. 그 마음에 저마다 영위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장사꾼은 이를 따지고, 벼슬아치는 영욕을 다툰다. 농부는 밭 갈고 김 매느라 여념이 없다. 부지런히 애쓰면서 날마다 궁리하는 것이 있다.

 

이런 사람은 비록 풍광 좋은 영릉<零陵>의 남쪽이나 소상강<瀟湘江>사이에 두더라도 반듯이 팔짱을 끼고

앉아 졸면서 제가 바라는 것을 꿈꿀테니, 대체 어느 겨를에 한가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말한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몸이 절로 한가롭다고."

 

 

청나라 사람 주석주<朱錫綬>가 말했다.

"고요에 익숙해지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바쁨만 쫒다 보니 하루가 너무 짧다. 책을 읽으면 하루가 아깝게 여겨진다<習習靜日長,逐忙學日短,讀書學日可惜>."

"유몽속영<幽夢續影>"에 나온다. 거품처럼 허망한 바쁨을 쫒지말고, 내면에 평온한 고요를 깃들이라는 말씀이다.

 

그 여백의 시간 위에 독서로 충실을 더하면, 자칫 심심해지기 쉬운 한가로움이 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고 아깝기만 하다.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조 한 수. "백년도 잠깐이요 천년이라도 꿈이라건만, 여름날 하루해가 그리도 길더구나. 인생은 유유히 살자 바쁠 것이 없나니. " 요컨대 마음이 문제란 말씀!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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