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섬/장 그르니에

다림영 2012. 1. 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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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이란 한갓 광기요, 세계는 알맹이가 없는 한갓 수증기라고 여겨질 때, <경박한> 주제에 대하여<진지하게>연구하는 것만큼이나 내 맘에 드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들을 견디어내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단 한 가지의 대상을 정하여 그것에 여러 시간씩 골똘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더 나은일은 없다.

 

르낭Emest Renan은 아침마다 히브리어 사전을 열심히 읽곤 함으로써 삶의 위안을 얻었다. 나는 <연구>라는 것에 그 이외의 다른 흥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은 무엇이나 다 보잘것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들로 하여금 최후를 기다리는 동안 인내하는 놀이를 배운다는 것은 타기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실, 어떤 절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일체의 인간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할 때, 그러기 위한 모범으로써 한 마리의 동물보다 더 나은것이 어디 또 있겠는가. 흔히 감정이란 <인간적인 것>일 뿐 동물에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와 마찬가지로,우리는 비인간적인 나라인 그리스에서나 마찬가지로 인간의 척도로 헤아려볼 수 있는 것이란 전혀 없는 나라인 인도에 대하여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이 바로 내가 받은 계시요, 나의 열쇠요, 나의 깨달음이었다. 그러나 물루의 죽음은 내가 나의 힘을 과신하고 있었음을 가르쳐주었다.

 

 

..

가장 달콤한 쾌락과 가장 생생한 기쁨을 맛보았던 시기라고 해서 가장 추억에 남거나 가장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 짧은 황홀과 정열의 순간들은 그것이 아무리 강렬한 것이라 할지라도-아니 바로 그 강렬함 때문에-인생 행로의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찍힌 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순간들은 너무나 드물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이어서 어떤 상태를 이루지 못한다. 내 마음속에 그리움을 자아내는 행복은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항구적인 어떤 상태이다. 그 상태는 그 자체로서는 강렬한 것이  전혀 없지만 시간이 갈 수록 매력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는 그 속에서 극도이 희열을 느길 수 잇게 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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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섬으로 생각해 보았다. 우리사이엔 바다가 있고  일정하거나 그 이상의 거리에 머물며 일상을 살아간다. 나는  어느섬이든 풍경으로만  바라보고 가까이 않는다. 섬은 섬이어서 아름답다. 섬이 어떠한 이유로 육지가 된다면 득이 되는 일은 많으나 섬으로서의 아름다움은 잃게 될 것이다. 홀로 있어 아름다운 섬, 멀리 있어 가고 싶은 섬, 길이 멀어 그리운 섬 ,

많은 섬들이 부유한다. 난 그중 가장 먼 곳에 있는 무인도는 아닌가한다. 어떠한 경로든 해일과 폭풍을 겪고 홀로 떨어져 있어 녹음지고 꽃이 많은 아름다운 섬과 친구하기가 어려운 그런 무인도이다.

엊그제 멀리 떨어진 섬같은 사람을 텔레비젼에서 보았다. 특별했다. 예닐곱명이 토크를 하는데 그는 홀로 떨어져 있는 섬 같았다. 남자여서였을까, 아니었다. 결국 말미에 그가 말했다.' 나는 그들이 날 따돌리기 전에 내가 먼저 따돌려, 그리고 멀리서 혼자 노는데 난 그것이 즐겁다. 나는 혼자가 좋아, 재밌어.'... 이런류의 멘트를 하며 그가 활짝 웃었다.  나도 세상으로부터 밀려난 무인도가 아닌 내가 그들로부터 떠나온 것이다. 난 그런 각별한 섬이다. 하루하루 평범하고 심심하기 이를데 없는 나의 일상들이 새로운 요즘이다. 고독을 즐기니 혼자가 좋다. 텔레비젼의 그처럼 나는 남들이 보면 고독해 보일 섬이 되었다. 심심하고 무료하기까지한 날들로 비춰질지 모르나 무인도는 저혼자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깊은 우물을 만들어 날마다 물을 길어올리는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것이다.

 고요한 섬, 가끔 흰새들이 보이기도 하는  섬, 홀로있다보니 깊어진 섬, 세상과 더없이 멀어지는 섬,...섬은 다시 큰 바다로 부유하며 세상을 관망한다. 부질없는 삶, 부질없는 관계, 부질없는 욕심....모든 것이 환하게 보인다. 멀리떨어져 있으니 보인다.

뉴스에선 명절 속보들을 쏟아내고 있고 설밑 젊은엄마들은 아이를 달고 표정없이 역으로 향하고 아들생각에 젖은 어머니들은 분주하기 이를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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