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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一事一言12/5.월요일
서른이 넘어서 록음악에 빠졌다. 음악을 쭉 들어왔던 사람이라면 클래식이나 재즈에 눈을 돌릴 나이에 록을 듣기 시작했는데, 특히 U2와 데이비드 보위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처럼 강력해서 헤어나기 힘들었다.
그런데 내가 하려는 얘기는 음악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것이다.
어쩐지 하는 일마나 헝클어지던 서른 살, 소득 없이 돈의 인력에 끌려다니던 즈음이었다. 그날도 일감을 받아내려고 한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약속이 십오 분 정도 늦춰졌다고 전화가 걸려왔다.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좀 더 서성거리기로 했다. 비가 내렸고 이어폰에서는 그 골목 풍경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때 불현듯 깨달은 것이 있었다. 하루의 시간은 더 큰 토막으로- 예컨데 일을 하거나, 친구를 만난다거나, 영화를 보는 등 단위가 큰 시간으로-인식될 태지만 그 사이사이의 오 분과 십 분이, 어딘가로 건너가기 위한 시간들이, 기억에도 남지 않을 시간이, 그날치의 커다란 단위의 시간보다 빛나고 있었다.
그날의 가장 좋았던 순간은 지체된 약속 때문에 거리를 서성인 그 십 분이었다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나는 있는줄도 몰랐던 찰나이 시간들을 무수히 발견했다. 나의 하루엔 이런 고운 먼지 같은 시간들이 얼마나 켜켜이 쌓여 있는가.
당신의 하루에서도 이 시간들을 찾아보길 권한다.
천국은 찰나에 이루어 질 수 있고, 우리는 그곳을 누릴 수 있다.
김성중.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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