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1
밭을 일구는데는 일년이 걸리지만
씨앗을 뿌리는데는 하루면 충분합니다.
밭을 일구는데는 일년이 걸리지만
씨앗을 뿌리는데는 하루면 충분하나이다.
밭을 일굴 때는 많은 땀과 수고가 필요하지만
씨앗을 뿌릴 때는 하루의 즐거움으로 채워지나이다.
씨앗을 뿌릴 때 중요한 것은 밭의 상태이지
씨앗을 뿌리는 노동이 아니나이다.
밭이 돌밭인지 가시넝쿨밭인지 부드러운 흙밭인지 확인한 후
씨앗을 심어야 초록색 잎과 풍성한 열매를 기대할 수 있나이다.
자연의 이치가 이러할진대
사람들은 밭을 일구는 데는 관심이 없고
씨앗을 심는 데만 신경을 쓰나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실패와 좌절, 아픔과 고통이 이어지나이다.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좋은 이웃을 원망하고 공격하여
원수로 만들어가나이다.
씨앗에서 싹이 트지 않는 것은
종자의 상태 때문이 아니라
그 내용을 키워갈 밭의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임을 깨달았으면 하나이다.
인간은 관계속에서 태어나 관계 속에서 성장하나이다.
내 밭에서 네가 자라나고 그 사람의 밭에서 내가 자라나이다.
그 사람 없이 내가 클 수 없고
나 없이 그 사람이 성공할 수가 없나이다.
내 밭의 흙이 부드러워야 나와 관계하는 이웃의 모난 인생도
나름대로 희망의 싹을 틔울 수가 있나이다.
밭을 먼저 일구고 씨앗을 뿌려야 하나이다.
그 사람을 충분히 사랑한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충고라도 건네지 말아야 하나이다.
내가 충분히 체험하지 않은 이웃의 아픔 앞에서
어떤 위로도 건네지 말아야 하나이다.
본인의 계획 속에 수고와 고난이 얼마나 배어 있는지
세 번 길고 깊게 호흡하고 나서 일을 추진했으면 하나이다.
내 대지에서 자라는 이웃은 모두 나의 열매이고
내 농토에서 자라는 엉겅퀴와 잡초는
나의 마음과 영혼의 밭을 계속 일구어 가도록 만드는 소중한 생명이나이다.
밭은 영원하지만 씨앗은 바뀌나이다.
밭은 주인이지만 씨앗은 손님이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씨앗을 뿌리려는 다툼과 경쟁은 넘치지만
그것을 심을 밭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나이다.
이러한 세상 가운데에서 님께서 먼저
겸손한 밭이 되어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이다지도 이중적이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단순하고 정직한 밭이 되어주면 아니 되나이까?
모두가 자기를 주장하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 적인 현대 사회 속에서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는 공동체적인 침묵의 밭이 되어 주지 않으시렵니까?
한겨울 동안 편안한 휴식을 취하셨으니
내 이웃의 아픔이 님의 사랑 덕분에 희망을 잃지 않고
싹을 틔워갈 수 있도록 작은 자리를 내어 주소서.
밭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마시고 비옥해지나이다.
비는 충분히 내릴 것이나이다.
님이시여!
님의 그 보드라운 마음의 밭에서 맨발로 산책하고 싶나이다.
책 빈그룻 /<최영배 비오 신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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