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5월-이외수

다림영 2011. 5. 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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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외수

 

아이야 오늘처럼 온통

세상이 짙푸른 날에는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지 말자

바람이 불면

허기진 시절을 향해 흔들리는

기억의 수풀

아 시간은 소멸하지 않고

강물은 바다에 이르러

돌아오지 않는다


연락이 두절된 이름들도

나는 아직 수첩에서 지울 수 없어라
하늘에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앓으며

뭉게구름 떠내려 가고

낙타처럼 피곤한 무릎으로

주저앉은 산그림자

나는 목이 마르다

아이야 오늘처럼

세상이 온통 짙푸른 날에는

다가오는 날들도 생각하지 말자

인생에는 도처에 이별이 기다리고

한겨울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아카시아 꽃잎

그 아래

어깨를 늘어뜨리고

모르는 사람 하나 떠나가는 모습

나는 맨발에 사금파리 박히는

아픔을 채우나니

 

                     

                      수리산속에서

---

 

온통 신록으로 눈부신 5월

흐렸던 지난날들은 남김없이 구석으로 밀어놓고 빛을 따라 나서다

오월 한낮 푸름의 한가운데에 나를 던져놓으니 물이 들어 나풀거리는 몸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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