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천양희

다림영 2011. 4. 2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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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손을 보면-천양희

 

 

구두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빛만이 빛은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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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게가 있는 조그만 동네 역에도 그런 사람하나 있다.

역에서 내려 계단을 내려오다보면 그사람을 만나는데

젊지도 그다지 늙지도 않는 남자인데

얼마나 열심으로 바닥을 빛내는지

나는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숙연해지곤한다.

나도 누구에겐가 그런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되는 삶을 살아야 할 터인데

오늘도 어제의 약속을 잊고 잠깐 흐려졌다가  시를 읽고는 다시 맑아지며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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