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그 사람의 손을 보면-천양희
구두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빛만이 빛은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
내가게가 있는 조그만 동네 역에도 그런 사람하나 있다.
역에서 내려 계단을 내려오다보면 그사람을 만나는데
젊지도 그다지 늙지도 않는 남자인데
얼마나 열심으로 바닥을 빛내는지
나는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숙연해지곤한다.
나도 누구에겐가 그런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되는 삶을 살아야 할 터인데
오늘도 어제의 약속을 잊고 잠깐 흐려졌다가 시를 읽고는 다시 맑아지며 웃어본다.
반응형
'애송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은 변해 간다/원성 (0) | 2011.05.10 |
---|---|
5월-이외수 (0) | 2011.05.09 |
[스크랩] 파밭으로 어슬렁 어슬렁/마경덕 (0) | 2011.04.15 |
[스크랩]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 고미경 (0) | 2011.03.24 |
[스크랩] 택배로 온 봄/김나영 (0) | 2011.03.10 |